버지니아 울프
리우바 가브리엘레 지음, 천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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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그림책'으로 엮어낸 책으로 소개하면 좋을 듯 싶다. 요즘엔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로 불리기도 하는데, 여느 그래픽노블보다 훨씬 '색채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100여 쪽에 달하는 그림책으로 소개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그래서 책 읽는 부담은 한껏 낮추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들'을 읽어나갈 마중물로 삼기에 딱 적당한 느낌이었다. 사실 아직까지 그녀의 책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편집>으로는 몇몇 작품을 읽어보긴 했지만, 그녀의 대표적인 소설을 차마 읽지는 못했다. 왜냐면 그녀가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우울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과 친해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때는 '조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쾌활한 성향을 내비치다가도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한없이 침울해져서 주위의 사람들까지 '전염'시켜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멜랑꼴리한 여친과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 근데 그런 사랑을 내가 했다. 그것도 끝내는 짝사랑으로 말이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장'이 없던 그녀와 끝을 내는 것이 그렇게나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녀의 소설에서 '우울했던 그녀'를 발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분위기는 시종 우울하다. 색감에서 느껴지기도 하고, '무표정'한 모습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그녀의 생애가 그러했기에 거부감은 없었다. 책의 내용은 그녀가 '동성애' 상대였다는 '비타 색빌웨스트'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평생을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다던 그녀도 '뜨거운 사랑'을 나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도 '사람냄새'가 나기도 했을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비록 그녀만을 바라봤던 남편과 나눈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녀도 가슴 뜨겁게 사랑할 줄 아는 '평범한 여자'였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토록 뜨거웠는데 버지니아는 '버림'을 받았고, 끝내 사랑을 잃어버린 그녀는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안타깝다기보다는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결말이라는 엉뚱한 느낌이 들고 말았다. 왜냐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는 원래 그런 것 같기에 말이다. 허나 이런 엉뚱한 느낌은 내가 아직 그녀의 소설들을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테다.

 

  이제 그녀의 소설속에서 그 까닭을 찾아보고자 한다. 물론 목적은 '버지니아 울프=우울=자살'이라는 등식을 깨버리기 위해서다. 한 여자의 생애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온통 차갑고 어둡게 만들기는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도 가슴 따뜻한 여인이었음으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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