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BEER천가 - 본격 맥주 교양 원샷툰 한빛비즈 교양툰 27
몰트다운 지음, 블리자두 그림 / 한빛비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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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끊었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술을 끊은 까닭도 있지만, 나와 감히 '술대작'을 할 깜냥 있는 술친구가 없기에 덩달아 술을 끊은게 결정적 이유였다. 그렇게 나는 술을 멀리하면서 자연스레 술친구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저 마시기 위해 모였고 취할 때까지 그저 마실 줄밖에 모르던 시끄럽고 변변치 못한 술친구들이었기에 술을 끊은 것에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2018년에 마지막 캔맥주('카스'...난 이 맥주만이 좋았다)을 따면서 촛불을 안주 삼았고, 변변찮은 술친구들과도 안녕을 고했다.

 

  그렇게 5년이 흘러 지금 가장 땡기는 술은 바로 맥주다. 시원한 생맥주와 얼큰한 해물탕을 안주 삼아 마시는 것이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조합이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드셔보시면 자꾸 땡기게 되실 거다. 그런데 이렇게 '환상의 조합'도 진한 느낌의 흑맥주나 걸죽한 에일과 곁들이면 그 맛이 별로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꿀조합으로 마시기만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까닭을 알 것도 같다. 사실 우리 나라의 생맥주는 맛도, 향도 '밍밍(드라이)한 라거 스타일'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얼음처럼 차갑기만한 '시원한 맛'과 얼큰하다 못해 '앗! 뜨겁고 매운 맛'의 해물탕이 조합을 이뤘으니, 흔히 말하는 '단짠단짠의 효과'를 그대로 적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예상했겠지만 이 책은 <맥주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맥주에 관한 정보로 가득한 교양툰이다. 그래서 읽기만 해도 '세계맥주'를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고, 이 책을 탐독하고 나면 웬만한 맥주 전문가보다 더 그럴 듯한 전문지식을 뽐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무릇 '주류 전문가'는 어딜 가든 환영받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와인'이 그렇지 않느냔 말이다. 고급 식당에서 음식주문은 대충시키더라도 와인 하나만이라도 '탁월한 선택'을 한다면 결코 푸대접 받지 않게 되니 말이다. 이젠 맥주도 '소물리에' 같은 지식을 갖춰야 장소와 격식에 꼭맞는 맥주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맥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백과사전'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맥주의 역사>를 엿볼 수 있어서 독서의 즐거움을 높일 수 있다. 독일의 '맥주 순수령'이 맥주, '본연의 맛'을 지키는데 유용하게 작용했다면, 옆나라 벨기에에서는 '순수령'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맥주에 별에 별 첨가물을 쏟아부어 '맥주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보였다. 물론, 둘 다 '맛있는 맥주'만 살아남이 지금까지 전해져 왔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고 말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흑맥주'가 고급화 전략으로 인해 고급맥주로 유명하지만, 애초에는 몰트(맥아)로스팅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흑맥주'는 대충 만들어져서 저렴하게 팔려 '서민(짐꾼) 맥주'로 통했단다. 당연히 부유한 이들은 '맑은 맥주'를 즐겨 마셨고 말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면서 자신에게 딱맞는 맥주를 골라마시면 되겠지만 말이다. 거기에다 극심한 온도차를 이겨내며 긴 항해를 거친 뒤에도 즐길 수 있는 '인도 맥주(IPA)의 탄생 일화'나 미국의 금주법이란 기이한 시대에 탄생한 '무알콜 맥주' 따위의 비하인드 스토리만 골라 읽어도 맥주를 즐기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무엇보다 '과학적이고 위생적인 방식'으로 연구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다양한 맥주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술꾼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이제는 '수입맥주'를 즐기는 것을 넘어 우리 나라에서 직접 빗은 '로컬(수제) 맥주'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라거나 에일이라도 '지역의 정서(맥주의 주재료인 물, 몰트, 홉, 기타등등)'와 '장인의 노력', 그리고 '술꾼의 기호'라는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져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주에 따라 '병'이나 '캔', 그 자체로 마셔야 제맛인 경우도 있고, 꼭 '전용잔'에 부어마셔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고도 하며, 그러기 위해서 '수십 개'가 넘는 전용잔을 구비해야 맥주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까다롭기 그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게 된 셈이고, 웬만큼 공부하지 않고 발품을 파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맛의 맥주'를 즐길 수 없다고 하니 머리가 다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런 '복잡한 공식(?)'이나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퇴근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여유를 갖길 원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맥주 한 잔을 제대로 마시는 것도 좋지만, 아무런 부담없이 노곤해진 몸에 싱그러운 기력을 충전시켜줄 '맥주 한 잔'을 고대하고 있다. 그때 너무 많아진 맥주 종류로 고민스럽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하나는 '일일이' 다 마셔보면서 나에게 딱맞는 맥주를 선별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이 책 , <용BEER천가>를 읽고서 맥주전문가 못지 않은 전문지식을 사용해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방식을 선택한다면 '유용한 맥주상식'은 덤으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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