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터로 간 뇌과학 - 테스토스테론 조직, 세로토닌 리더, 도파민 팀원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 지음, 박단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평점 :
조직문화는 어느 회사에서 다 있다. 1인 회사가 아닌 이상 여러 사람이 모이고, '여려 성향'이 어울려서 성장을 해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까닭에 어느 회사나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추려 꽤나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위 '잘나가는 회사'에는 저마다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회사의 성과와는 별개로 '조직문화'는 정말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잘 갖춰진 조직문화로 뛰어난 '시너지 효과'를 내어 별 볼일 없던 회사가 대학회사로 거듭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잘 갖춰진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잘 갖춰진 조직문화를 이루기 위해서 '뇌과학'적인 접근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향'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그 성향이 뇌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에 크게 영향을 받는 '신경 지문'을 사람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고서, 이런 성향이 골고루 갖춰져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아주 잘 짜여진 '조직문화'일 수밖에 없고, 그런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춘 회사가 승승장구할 것이 틀림없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그 4가지 호르몬은 바로 '도파민', '테스토스테론', '세로토닌', '에스트로겐'이다. 도파민이 높은 사람은 호기심이 많고 활기차며 미래지향적이며,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사람은 강인하고 단도직입적이며 권력 휘두르기를 좋아한다. 반면에 세로토닌이 높은 사람은 믿음직스럽고 꼼꼼하며 신중하고 성실하며, 에스트로겐이 높은 사람은 공감을 잘하며 개인 관계와 공동체 구축에 능하다고 한다. 이런 4가지 신경전달물질(호르몬)뿐 아니라 더 많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환경이나 경험, 그리고 성격에 따라서 호르몬에 강렬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시원치 않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라고 할 정도로 잘 적용된다는 점에서 꽤나 '과학적인 근거'로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일 수 있다.
허나 분석은 어디까지 분석일 뿐이다. 조직문화는 '호르몬'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마디로 아무리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해도 인간은 그런 호르몬의 영향조차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저마다 갖추고, 상황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과거에 유행했던 '혈액형별 성격테스트'라든지 요즘도 유행하고 있는 'MBTI 성향검사'나 아직도 굳게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사주팔자(명리학)' 따위가 아무리 신뢰도가 높아도 이런 성향분석들은 거의 대부분 '통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호르몬에 따른 성향분석'도 결국엔 '통계'에 근거한 분석일 뿐이라는 말이다. 물론,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데 이런 분석결과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로 따질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맹신'은 금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수많은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성공'에 이른 회사와 더욱 뛰어난 조직문화도 있다는 사실을 함께 알고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책의 핵심내용을 정리하면,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남성성(도파민, 테스토스테론형 인간)'과 '여성성(세로토닌, 에스트로겐형 인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져야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를 테면, 남성성(성별이 남자냐 여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남성성이 강한 여자도 분명 존재하고, 그 반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으로 충만한 회사에서 '여성성'을 지닌 조직원은 조직문화에 섞여들거나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다시 말해,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강한 리더들 틈바구니에서는 활동적이고 강도 높은 일을 장시간 죽어라하는 사람만을 '최고'로 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초회사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자기주장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조직원이 있다면 일만 하다 지쳐 녹초가 되기 십상이거나 일찌감치 사직서를 던지고 퇴사할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이다. 반대로 여성성이 강렬한 회사라면 개인의 성과보다는 공동체 유지에 더욱 힘쓸 것이고, 일과 관련이 없는 것까지 꼼꼼히 챙겨야 하기 때문에 '성과중심적인 목표달성지향형 조직원'은 이런 회사에서 크게 활약을 하기는커녕 일에 적응도 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어느 회사나 나름이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조직문화에 잘 스며들기 위해 '자신의 신경 지문'이 어떤 유형인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자신이 꼼곰한 성향의 테스토스테론과 공동체를 위해 언제든지 희생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에스트로겐의 융합적인 성향(신경 지문)을 지녔다면, 자신이 조직에서 가장 활약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서 회사조직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보라는 것이다. 만약,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나의 신경 지문'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나에게 딱 맞는 조직'을 찾아 떠나는 것도 자신의 삶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란 말이다.
이렇게 개인적인 면에서 '조직문화'에 스며들 때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한 내용은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바꾸려하지 말고 '상황'을 바꾸라고 조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까닭은 앞서 열거한 '신경 지문'이 워낙 고유한 것이고, 좀처럼 바꾸기 힘든 성향이기 때문에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훌륭한 조직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꾸기 쉬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상황'이다. 일이 잘 되게 만들기 위해서 매번 '사람'을 자르고 다시 채용하는 일을 반복한다면 일의 성과목표에 다다르기도 전에 조직이 먼저 엎어지기 일쑤다. 반면에 '주변환경'을 바꾼다든지 '회사 분위기'를 바꾼다면 소위 '일할 맛'이 샘솟기 마련이다. 이렇게 바뀐 '상황'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 꼭 신경써야 할 것은 바로 '신경 지문의 다양성'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한가지 성향만으로 조직인원을 채우기보다 4가지 성향의 조직인원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면 '상황'을 바꿨을 때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단연 '관리자의 몫'이다.
이 책은 이렇듯 기존의 자기계발서가 중요시 여기는 '사람 바꾸기'가 아닌 '상황 바꾸기'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책이기도 하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에서는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바꾸길 권장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보다는 우선적으로 '상황 바꾸기'를 통해 저마다 고유한 '신경 지문에 따른 성향'의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내기 위해 '성향별'로 골고루 조직을 가꾸어나가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별나지만 독특한 책임에 틀림없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