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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메타버스 ㅣ 와이즈만 미래과학 18
김성화.권수진 지음, 이철민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자는 '나비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까무룩 낮잠에 빠져든 장주는 꿈속에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허공을 날았고, 꽃밭을 누볐다고 한다. 그 꿈이 어찌나 생생하였던지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좀처럼 그 여운을 잊지 못하고 황홀해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장주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주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행여라도 '현실' 같은 '지금, 이순간'이 생생한 꿈이고, '비현실' 같은 '꿈속, 저너머'가 실제 현실일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이다.
까마득히 먼 옛날에 장자는 '가상현실'에 대해 이미 언급한 셈이다. 진짜 같은 가짜세상을 만들고 그곳에 나,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들고서 실제 삶처럼 살아가게 된다면, 비록 '가상현실'일지라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삶, 다시 말해 '경험'은 결코 가짜가 아니게 된다. 장자가 말했듯이 '나비의 꿈'을 꾸었지만, 꿈속에서 나비는 장자의 '아바타'였던 셈이고, 아바타인 '나비'가 경험한 것은 장자도 똑같이 '경험'한 것이니, 꿈속에서 깨어나 다시 장자로 되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나비의 삶'으로 살아간 경험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장자이야기부터 꺼낸 까닭은 바로 '메타버스'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곧바로 뒤치면 '메타(초월하다)+버스(유니버스, 우주)'이니 뜻풀이를 하자면, '우주공간을 초월하다', '이 세상을 넘어서다', 다시 말해, '가상현실공간' 쯤으로 뒤쳐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고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현실세계'와 똑같이 구현한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단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가상공간'에서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
일단, 이론상으론 '현실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가상의 자신(아바타)'을 만들어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상공간에 '접속'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접속하는 사람(유저)'도 점점 늘어나게 되면 '가상공간'에 무엇으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이렇게 구현된 '가상공간'은 점점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질 것이고, 어쩌면 현실을 능가하는 '초현실'을 구현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공간'에서 접속자들은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아직은 모른다. 왜냐면 '메타버스'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버전'에 해당하는 것들은 지금도 만들어졌고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현실'과 구분을 못할 정도로 정교하지는 못하다. 현실과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어느날에는 '메타버스'에 구현된 세상에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빠엄마는 '메타버스 회사'에 출근하고, 아이들은 '메타버스 학교'에 등교할 것이며, 할아버지할머니는 '메타버스 실버유원지'에 가서 건강해진 아바타로 다시 젊음을 되찾고 신나게 놀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해지지 않는가?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미래는 '가상현실'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영양분'이 가득한 캡슐에 잠들어 '기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캡슐속에서 인간은 '영원한 꿈'을 꾸며 살아가지만 현실은 '핵폭발 뒤 폐허가 된 끔찍한 세상'일 뿐이었다. 영화는 '디스토피아'적인 어두운 미래를 그려냈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인류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메타버스'는 올 것이다. 어느 정도로 '정교해진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왜냐면 '가상현실'이 가져다주는 이득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얼마만큼 커다란 이득일지도 아직 단언할 수 없을 정도다. 왜냐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나 발전할 '첨단과학기술의 세상'에 대해 무한책임을 감당해야만 한다. 어떤 세상이 구현될지 아직 감도 잡을 수 없겠지만, 그렇게 만든 세상을 애써 '범죄'에 이용하고, '몇몇 소수'만 이로운 세상을 만들고서 온갖 나쁜짓을 일삼는다면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급히 조성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의 발전'은 규제하거나 포기하자고 말이다. 특히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몇몇 첨단기술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를 벌이기도 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AI(인공지능)기술'이다. 사람과 똑같이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 또는 로봇 등등의 등장은 '핵폭탄'보다 더 위협적일 것이라는 경고를 하면서 말이다. '메타버스'도 비슷한 경고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실제와 똑같으면서도 '실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무시한 일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는, 실제와 가상을 '구분'하지 못해 가상에서만 일어나야 할 일이 '현실세계'에서도 일어나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할 것이냔 말이다. 겜속에서 게임하다 '현피' 뜨는 것은 새발의 피보다 못할 중차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에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윤리와 도덕을 다시 일깨우고 '올바른 가치'를 지향하는 세상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런 인간들이 만들 '가상현실'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할 수도 있다. 모쪼록 우리가 만들 '메타버스'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길 바랄 뿐이다. 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