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05 : 허클베리 핀의 모험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5
강철웅 글, 김연승 그림, 손영운 기획, 마크 트웨인 원작 / 채우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을 재밌게 읽은 어린이 독자라면 그 후속작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자연스럽게 접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톰 소여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전개와 어려운 내용으로 끝까지 읽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개구쟁이 톰 소여의 이야기는 재미난 장난으로 가득하고 뒤이어 펼쳐질 새로운 장난은 무엇일지 상상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지만,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는 '미국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으려는 '문제의식'과 '사회비판'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시절에 톰 소여는 여러 번 숙독하곤 했지만, 허클베리 핀은 번번히 '도중하차'하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친절한 안내가 필요한 책이다.

 

  먼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풍자소설이다. 19세기 미국 사회는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아도 문제가 많은 사회였다. 이 소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문제만 보아도 '노예인권 문제', '인종차별 문제', '사회지배계층의 도덕적 해이' 등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미국사회의 문제를 '순수한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사회고발을 하면서 그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킴과 동시에 풍자와 해학 속에 담아내어 미국사회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로 삼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렇게나 무거운 주제를 담았으니 어린 독자들이 '안내' 없이 이야기를 소화하고 이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기 위해선 '배경지식'도 충분히 쌓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해야만 한다거나 '문학적 이해'를 위해 문학사조를 달달 외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는 '도덕과 사회윤리'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소설에는 '인권 / 차별 / 도덕적해이'와 같은 윤리인식의 문제를 소상히 다루고 있다. 그러니 19세기 미국사회에서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첫 번째, '인권문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평등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도 19세기 미국사회에서는 '흑인노예'를 사유재산으로 삼아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고, 심지어 흑인노예가 자식을 낳으면 그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노예'가 되어 버리는 악습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과거 '신분사회'를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왕권시대'처럼 말이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왕조국가'가 아니라 '민주국가'였는데도, 흑인노예들은 민주시민으로서 권리를 박탈 당하고 미국 경제의 근간인 '노동력 제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두 번째, '인종차별 문제'다. 19세기 미국은 철저한 '백인우월주의'에 입각한 '백인사회'였다. 한마디로 백인들은 '모든 것'을 누리는데 반해서 유색인종은 백인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들에서 철저히 '소외'시켜버리는 차별화 된 사회였던 것이다. 이러한 차별은 자연스레 '불평등'을 낳는다. 오늘날에도 미국사회는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유색인'을 지배(?)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어떻게 소수가 다수를 지배할 수 있을까? 그건 '경제력'을 쥐고 사회 전체를 흔들며 '소수의 백인'에게 유리하게끔 정치, 사회, 전반적인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더구나 19세기에는 백인이 '소수'도 아니었다. 그러니 이러한 '인종차별 문제'는 대단히 심각했고 철옹성처럼 견고했기에 더욱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백인'들은 인종차별을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유색인종'들의 피해는 끔찍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지배계층의 도덕적해이'다. 백인이 우월한 사회라 하더라도 그 백인들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고, 올바르게 이끌어나갔다면 크게 문제 삼을 것도 없다. 전제왕권시절에도 '세종대왕' 같은 성군이 이끌던 시절에는 많은 백성들이 평안하고 태평하게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이 살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19세기 미국의 백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 소설에서 '허클베리 핀의 아버지'나 '황제와 공작이라 불리는 사나이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처럼 사소한 원한 관계로 서로의 목숨을 뺏고 빼앗는 어리석은 백인들이 널리고 샜었기 때문이다. 그처럼 '부도덕한 백인들'이 미국 사회를 이끌고 있는 것에 마크 트웨인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도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서 말이다.

 

  이처럼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다루는 주제를 이해하고 읽으면, 이 소설이 단순한 '어린이문학책'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보다는 사회고발을 하는 날카로운 '비평소설'에 가깝고, 사회의 고질적 문제점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꼬집은 '풍자소설'이라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그리고 자국 사회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비판하는 '뜨거운 감자'였기에 올바른 비판의식을 갖춘 어른들의 친절한 안내(?) 없이는 이 책의 진면목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어린 독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나 역시 그런 '어린 독자'였으며,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야 겨우 이해할 수 있게 된 '어린 독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솔직히 어른 독자들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친절한 안내' 없이 제대로 된 주제를 이해하기란 어렵기 마찬가지다. 그래서 적절한 '해설서'와 함께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 책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이 훌륭하다 여기는 까닭이다. 물론, 이 책에 소개한 내용이 모두 흡족하지는 않지만 부족하나마 '기본적인 개요'를 잡기에 적절한 책도 드문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명작고전소설'에 깊이를 느껴보고 싶은 청소년독자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청소년시절에는 '원작소설'을 읽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을 '마중물'로 삼아 암반 깊이 감춰진 주제를 '미리' 맛보는 것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