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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세계사 3 - 다양한 문화권의 형성과 발전 ㅣ 처음 세계사 시리즈 3
초등역사교사모임 글, 한동훈.이희은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11월
평점 :
세 번째 책의 시대적 배경은 '중세시대'다.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막막해지기 시작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왜냐면 서양의 중세를 배경으로 '역사'에 막 익숙해질 만하다가 이슬람제국이 등장하고, 동시대 동양에서는 중국의 분열과 통일로 한차례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인도의 여러 왕조를 거쳐 동아시아 한국과 일본이 역사까지 섭렵하다보면, 그 '역사의 방대함'이 처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외워야 할 것이 많아져서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물론, 역사공부에 있어서 '이해'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건의 맥락과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방대한 분량'과 맞닥뜨린 학생들이 겪는 당혹스러움은 다들 겪어보셨기 때문에 잘 아실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암기'를 하자니, 역시나 '방대한 분량'을 마주하고서는 즐거움보다 막막함이 먼저 다가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까닭에 역사공부의 순서는 모름지기 [암기에서 이해로] 가는 방향이 '순리'이다. 아무리 이해가 중요하다고해도 '역사지식 암기'가 없이는 맥락과 흐름 파악도 저멀리 떠 있는 무지개와 같기 때문이다.
나의 고등학교 '화학선생님'도 개학 첫날 첫수업에서 [주기율표] 암기를 숙제로 내주셨다. 다음 시간까지 원소기호 1번부터 20번까지, 1족부터 0족까지 원소들의 이름을 암기해오지 않으면 매타작을 하시겠다고 선언하셨고, 실제로 다음 시간에는 수업시간 내내 6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5초의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술술 불지(?) 않으면 어김없이 매타작을 작렬하셨다. 나는 그렇게 [주기율표]를 달달 외웠고, 거짓말처럼 '화학수업'이 너무나도 머리에 쏙쏙 이해가 되는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난생 처음 배운 과목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암기]는 종종 '이해의 바탕'이 되며, 이해해서 지혜로 쌓여지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 셈이었다. 마치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연탄재를 눈밭 위에 굴리는 것처럼 말이다. 연탄재에 달라붙은 눈들이 동글동글 눈뭉치가 되고, 계속 굴리다보면 어느새 원하는 만큼의 눈덩이가 되어 어엿한 눈사람으로 완성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겨울철 연탄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암튼, '중세시대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중세유럽의 프랑크 왕국]을 중심으로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서로마제국의 멸망을, 그리고 동로마제국의 번영으로 비잔티움제국이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서 서유럽이 지금이 프랑스와 영국, 독일과 이탈리아로 정착되기 시작하는 초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이슬람제국의 형성]을 다루고 있는데, 무함마드의 죽음 이후 칼리프 체제 아래 우마미아 왕조와 아바스 왕조가 형성되고 이슬람세력이 팽창하는 과정을 친절히 보여주었다.
한편, 동양의 역사는 크게 중국과 인도, 동아시아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서양의 중세시대와 동시대의 중국에서는 수당제국이 들어섰다 다시 분열되고 송나라로 다시 통일되기까지의 역사가 서술되었으며, 인도에서는 굽타왕조를 중심으로 인도의 종교와 문화를 소개하였으며, 끝으로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사의 삼국통일과 남북국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맥락과 흐름을 일본에 한반도 문화를 전파하는 과정까지 소개하며 끝마쳤다.
비록, 이 책에서는 '한 권의 분량'으로 다뤘지만 실로 엄청난 분량의 세계사를 접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그닥 어렵다고 두려워할 까닭은 전혀 없다. 오히려 오늘날의 삶과 과거의 삶을 비교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면서 세계사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건'들이 왜 다루어야만 하는 것인지 감을 잡아나가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을 권한다. 또는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여유를 갖게 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역사공부의 진짜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역사를 무작정 외우기만 하는 '암기과목'으로 여기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생각을 바꿔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쉽게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나열'에 불과한 역사교과서로 공부하고 시험도 치루겠지만, 그 단순한 '지식 암기'를 넘어서 '인류의 발자취'를 통해 옛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훌륭한 역사공부의 디딤돌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 뒤부터 하는 '역사공부'는 반드시 즐겁고 재미날 것이다. 그게 진짜 역사공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