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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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비타민C'를 채내에서 스스로 합성할 수 없다. 그래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통해 반드시 섭취해야만 한다. 그런데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비타민C 부족'으로 인해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꼭 필요한 필수영양소인데도 아주 적은 양만 필요했기 때문이다. 섭취 방식도 아주 간단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식사할 때 조금씩 곁들여서 먹어주기만 하면 충분한 양을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항해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필수영양소가 부족해지면 어떤 끔찍한 일을 겪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그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과거에는 질병에 걸리는 이유가 '신이 내린 형벌(천벌)'이라거나 '더러운 공기(미아즈마)' 때문이라고 맹신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타민C 부족'으로 생기는 질병이 유독 '낮은 신분'에게서만 발병한 탓에 먼 바다를 항해하면서 더럽고 불결한 환경에 놓인 '하급 선원'들에게 으레 생기는 질병이려니 하면서 그저 방치했기 때문이란다. 그 질병이 바로 '괴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무기력해지고 쉽게 피곤해하며, 피부에 반점이 생기며 가려움증을 유발하다가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끝내 이가 빠져버려 음식조차 씹어먹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는 괴상한 병이었단다. 이 병으로 인해 선원을 몽땅 잃어버리고 선장을 비롯한 소수의 인원만 항구에 돌아오는 일을 겪으면서도 정작 '발병의 원인'을 몰라 의학계에서도 대처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더란다.

 

  그런데 '괴혈병 증세'를 보이는 선원들에게 '오렌지'를 보급해주면 증세는 급격히 완화되었고, 선원들에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보급'한 배에서는 괴혈병을 앓지 않고 먼 바다를 항해하고 되돌아오는 '경험담'이 널리 퍼지게 되었단다. 실제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제임스 쿡 선장'의 선원들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선원들에게 부족하지 않게 보충해주어 '높은 생존률'을 보여주기도 했더란다. 그런데도 정치인들과 의사들은 뱃사람들의 이런 경험에 주목하지 않았고, 바스쿠 다 가마의 신항로 개척 이후로 400여 년간 '괴혈병'은 원인도 모른 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으로 악명을 끼쳤단다.

 

  괴혈병과 비슷한 질병으로 '각기병'이 있는데, 이 질병 역시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질병이었다. 이 질병을 연구한 학자는 각기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연구를 시도 했지만 각기병에 걸린 닭들을 아무리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실험용 닭들에게 '우연한 실수'로 백미가 아닌 현미를 주었더니 '각기병'에서 회복이 된 것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발견을 한 이후에도 한동안 '각기병의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다 나중에서야 '비타민 부족'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까닭인 즉슨, 백미에는 없는 '씨눈'이 현미에는 있었고, 바로 이 '씨눈'에 많은 무기영양소(비타민B1)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한 덕분이었다. 이것도 우연히 말이다.

 

  이처럼 '비타민 부족'이 괴혈병과 각기병 등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렸단다. 그 까닭은 매우 적은 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고, 그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상식'으로 전환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꼭' 필요하다는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난 뒤에 인간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결핍으로 생긴 질병을 극복해주는 '영양소'가 어느새 '만병통치약'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런 그릇된 믿음에는 한 사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라이너스 폴링'이다. 비타민C 연구로 두 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한 화학자이기도 하다. 이런 명석한 과학자가 '고용량 비타민 복용법(메가도스)'을 고안해 전세계 선진국에 또 다른 질병을 선사하고 만 것이다.

 

  먼저, 비타민C의 효능부터 정리해보자. 대표적인 효능은 면역력 증진, 항산화 기능으로 인한 염증 완화다. 이런 효능 덕분에 비타민C를 꾸준히 복용하면 면역력을 높여 '감기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항산화 효과'는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져서 외부 오염물질의 노출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콜라겐 합성을 도와 신체조직을 튼튼하게 하며, 심혈관과 폐기능을 높여줘 심장과 폐를 보호하는 영양소로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 자외선으로 망가진 피부세포를 되살리는 효능도 있어 피부노화방지, 주름개선, 나아가 화상으로 인한 피부손상까지 놀랍도록 원상복구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렇게나 좋은 영양소이니 많이 복용하면 할수록 좋다는 논리인데, 아무리 그래도 많이 복용하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에는 '우리 몸이 필요한 만큼 쓰이고 난 나머지는 소변으로 말끔히 배설된다'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한마디로 부작용은 전혀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C의 용량은 125밀리그램 정도이다. 이것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며 성인기준 100밀리그램 정도면 최고용량에 다다르고, 하루 평균 50밀리그램씩만 섭취하면 차고도 남는 용량이란다. 그 이상으로 섭취한 용량은 거의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어 버려진다. 여기서 버려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설해야만 하는 이유 말이다. 몸속에 과다하게 간직하고 있으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결석'이 생기기 마련인데, 비타민도 과도복용시 요로결석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 되곤 한다. 그밖에도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겐 콩팥을 혹사시키는 결과를 낳아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약산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위장관기능이 약한 사람이 장기복용을 할 시에는 '소화기 질환'을 유발시킬 수도 있단다. 이런데도 비타민C를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만병통치약'으로 광고할 수 있을까?

 

  심지어 폴링박사는 치명적인 암환자에게도 '메가도스'를 권장해서 무리를 일으키곤 했다는데, 50밀리그램으로도 충분한 비타민C를 3000밀리그램부터 시작해 12000밀리그램까지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암세포만 골라서 말려죽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암환자를 상대로 '임상실험'을 해야 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빈축을 샀다고 전한다. 실제로 비타민C가 정상세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기능이 있다는 실험보고서가 있기는 하단다. 하지만 아주 극미한 조건 하에서 그런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실제 임상실험에서도 그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난 상황이란다. 그런데도 폴링 박사는 '메가도스 치료법'을 맹신에 가깝도록 주장하며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켜 무리를 일으킨다고 한다.

 

  결론만 이야기해서 '비타민 과다 복용'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심지어 우리는 일상적인 식단에서 충분한 양의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영양제'로 따로 복용할 필요는 더욱더 없다고 한다. 하루 100밀리그램이면 충분한 양이고, 주먹만한 크기의 오렌지 하나에 90밀리그램 이상을 함유하고 있고, 살짝 익힌 브로콜리 한 컵 정도에도 70밀리그램 이상 함유하고 있단다. 특히 감자의 경우엔 불에 익힌 조리법으로도 감자속에 함유된 '비타민C'가 손상되지 않으니 감자를 곁들인 식단을 먹으면 비타민 부족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괴혈병이나 각기병은 '이름'만 전해지는 질병으로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런 질병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현재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최극빈국에서나 들어볼 법한 질병이며, 웬만해선 경험하지 못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C'를 따로 복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 팩트다. 또한 감기예방이나 암치료에 효과가 높을 거라는 이야기도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도 팩트다. 실제로 실험도 해보지 않고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섣부른 결론이라는 지적에도 '비타민을 제한하는 실험'이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죽을 수도 있는 임상실험'을 굳이 강행해야 한다는 '폴링의 후예들'이 더 무례하다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이미 거대해질대로 거대해진 '비타민 영양제 시장'이다. 100밀리그램이면 차고 넘칠 용량인데 500밀리그램을 넘어 1000밀리그램, 심지어 알약형태로 2000밀리그램 이상을 복용하는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누가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이나 했는지도 의문이고 말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이 책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콤달콤한 영양제 드링크를 한입에 털어넣으면서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평범한 식단으로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는 영양소를 '따로' 챙겨 먹는 일만큼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봄직 할 것이다. 나도 그간 내 돈으로 사먹은 적은 드물지만 접대나 선물 용도로 '영양제 한 상자'를 아무 거리낌없이 소비하는 것은 그만 둘 작정이다. 저자도 수차례가 강조한다. 평범한 식단, 엄마가 차려주는 한상만으로도 우리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따로' 영양제를 복용해야 할 필요성은 전혀 없으니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감기예방과 피부보호, 주름개선을 위해 꾸준히 먹고 싶고, 꾸준히 먹어서 효능을 봤다는 맹신도들의 경험사례에 혹하고 싶다면, 화장실에 버려지는 '노란 액체'에 주목하길 바란다. 당신의 몸이 '필요한 양'을 넘어 버려진 돈이다. 또 그렇게 버려진 '비타민C'가 돌고 돌아 채내에서 스스로 비타민C를 합성하는 생물의 몸에 '과다복용'을 강제로 시키는 일이 되며, 그런 일이 계속되면 생태환경을 파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하길 바란다. 그리고 선진국에서만 '결석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좀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이 먹은 탓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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