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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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말은 생략하고, 과학공부는 왜 필요한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과학'을 몰라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물론, 과학자 못지 않은 명석한 두뇌로 '세상의 이치'를 척척 이해하고, 기술자 못지 않은 뛰어난 솜씨로 못 고치는 기계가 없다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그딴 걸 모르고 살아도 '서비스'를 받으며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골치 아픈 과학을 알아야만 한단 말인가. 또한, 애써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3달이면 '새로운 기계'가 등장해서 기존에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낡은 지식'이 되어 쓸 일이 없어지는데, 어렵고 복잡한 것 따위는 '전문가'에게 맡기고서 '문명의 이기'가 주는 혜택만 누리며 살아가면, 그뿐이지 뭣하러 골머리를 썩혀가며 힘들게 공부해야 한단 말이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과학공부'는 꼭 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학을 이해하면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과학이 주는 큰 깨달음은 우리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과 모자란 사람은 일상 생활에서조차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세상은 점점 '과학지식'을 요구하는데도 '과학공부'와 담을 쌓고만 살아간다면 결국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조차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깜깜해지고나서야 뒤늦게 '과학공부'를 하려고 들면 힘든 것을 넘어 벅참을 느끼고 벽을 마주한 것과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말 것이다. 나날이 세상을 달라지게 만드는 '새로운 전자기기'와 씨름만 하다가 점점 고립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지도 모른다. 과학과 담을 쌓고 살게 되면 익숙했던 세상이 점점 '낯설게'만 느껴질테니 말이다.

 

  예를 들면, '양자역학 이론'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스마트폰을 원활히 쓰기 위해서 '양자역학'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대충이라도 '양자역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면 '내 손 안의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더나아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전화와 문자를 주고 받는 용도로 쓰는 것에서부터 일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임과 채팅 등과 같은 용도로도 쓰이고, 검색 기능을 통해서 전세계 '감염병'을 추적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자료수집 용도로도 쓰이며, 더나아가 '외계지적생명체'를 추적하는 어플까지 작동시키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우주탐사'에도 보탬을 주기도 한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을 헤아리는 것이 더 쉬울 지경에 이르렀다. 이래도 '과학'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지낼 셈인가?

 

  딴에는 애써 관심을 주고 싶어도 어려운 것이 '과학'인 것도 사실이다. 과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서 모처럼 '과학책'을 들여다보고 싶은데도 '모르는 것'들도 가득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 책, <과학의 위로>를 추천한다. 첫 챕터를 읽음과 동시에 '과학이 이렇게 쉽고 재밌었나'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글쓴이가 해박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맛깔나게 써내려간 덕분이다. 그러면서 글쓴이 스스로도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과학에 대한 참맛'을 깨닫게 되었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인생을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과학'이 위로를 건내주었더라면서 말이다. 특히, '난제'를 만났을 때 '어렵다'면서 좌절하고 포기하기보다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때도 '나이 마흔에 과학공부'를 할 때였다고 한다.

 

  물론, 삶의 위로가 되는 '대상'이 사람마다 다른 것일 수는 있다. 난 오늘도 관광버스에서 내리며 활짝 웃는 '임영웅 팬클럽 아줌마'들을 만났다. 근처에서 열린 '임영웅 콘서트'를 관람하고 열심히 응원하며 사진 찍고 팬싸인회를 성황리에 마친 뒤에 고기집에서 회식을 하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허나 그것과는 결이 다른 '과학공부가 주는 위로'는 지적 허영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감춰진 비밀을 캐내어 '알은 채'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났음이 주는 뿌듯함 말이다. 그래서 남들은 놀라워하는 와중에 나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전율 말이다. 때로는 '지적 허영'을 재수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는 걸' 어쩌란 말인가.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암튼, 이 책은 '읽기에 재밌고 이해하기 쉬운 과학책'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누구든 '학창시절'에 한 번쯤 배웠던 내용이라 그닥 색다른 내용은 없다. 다만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이 책을 읽은 '지금'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글쓴이가 과학지식에 해박한 덕분이다. 글쓴이의 '설명'에는 군더더기마저 없다. 심지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려운 공식을 풀어낼 실마리를 건내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중고등학생에게 권해줘도 좋겠지만, 학창시절을 다 지나보낸 '어른들'에게 더 권하고 싶다. 왜냐면 '나이 마흔의 경험'이 아직인 학생들에겐 생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과학이 낯선 어른들을 위한 과학책을 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글쓴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과학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면 좋겠다. 설령 이 책을 읽어도 '과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해'보다 필요한 것이 '관심'이기 때문이다.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왜냐면 '관심'이 있으면 한 번 더 바라보게 되고, '바라보면' 듣기 마련이고, '듣다보면' 궁금해지고, '궁금하면' 한 번 더 물어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묻다보면 또 '궁금한 것'이 생기고, '관심'도 생기고...그러다보면 결국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고해도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최신과학'으로 오면서 전문가인 과학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이 전혀 없다. 그러니 '관심'으로도 충분하다.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과학적 관심'으로 충만해진다면 '과학 강국'으로 발돋움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은 우주를 주름잡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과학적 관심'을 높여보자.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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