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60선 53 : 샤르댕 인간현상 NEW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60선 53
심재규 지음, 권욱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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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르뎅의 <인간현상>은 매우 낯설었다. 무릇 '인문학'이라는 것이 전반적으로 '인간의 삶과 생각'을 다루다보니 대개 '인간'과 관련이 없는 것이 없겠지만, 인간을 '원자단위'로 쪼개놓고 분석을 시작하더니 끝내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하나'라면서 인간정신이 우리 인간의 진화를 이끎과 동시에 전우주적인 관점에서 '인간정신'으로 한곳에 모인다(그곳이 바로 '오메가 포인트')는 썰을 풀어내니 당혹스럽기까지 했더랬다. 더구나 지은이가 가톨릭 신부라는 신분으로 '과학'을 '종교'적인 관점으로 풀어낸 결과라고 하니 얼핏 읽다보면, 광신도가 지껄이는 영롱한 방언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선한 지식인의 의무가 느껴지는 거룩한 말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샤르뎅이 말하는 '오메가 포인트'는 내가 줄곧 이야기하는 선도국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홍익인간 정신'과 일맥상통한 점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선한 마음으로 세계인을 감동시켜 널리 인류공영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대한민국 시민이 나아가야 할 길'과 샤르뎅이 말한 '인류의 지성이 궁극적으로 다다르는 곳이 바로 오메가 포인트인데, 그곳에선 모든 인류가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갈등과 차별을 멈추고 선한 마음으로 자신을 반성해나가면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 같은 것들이다. 샤르뎅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을 선택했는데, 끝내는 '과학과 종교의 융합'을 이끌어내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류는 지구에 등장한 지 고작 '1만 년' 남짓한 시간에 스스로 절멸하고도 남아 지구를 송두리채 파괴해버릴 고약한 무기를 만들어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간이 저지른 잔학한 행위는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이 참으로 보잘 것 없고, 잘난 체를 할만 한 것도 못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은 쓰레기가 되고 마는 것일까? 샤르뎅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마치 맹자가 '성선설'을 말하듯, 인간의 본성은 '하느님'을 본떠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라는 선지자를 보낸 덕에 이미 인간이 선하게 살아가야 할 '목적과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인간의 본성은 애초부터 선할 따름이며, 그렇지 않고 잘못된 길로 접어든 까닭은 '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애초에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멋대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반성'하는 사람은 자유의지대로 살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당연한 요소는 애초부터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영역이 아니라 '최초의 생명체'에서도 찾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분자와 원자, 그보다 더 작은 '물질'에서부터 '생각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각하는 힘'이 바로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정의내렸다. 다시 말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이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그 근원 물질에서 생겨난 '생명체'도 당연히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생명체 가운데 가장 뇌가 발달한 인간도 '생각'을 하게끔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아주 작은 단위가 '생각'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생각에 멈춰 있을 뿐이다.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생각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게 되는데, 인간(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러 아주 복잡한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지성'만이 유일하게 '생각의 진화'를 이끌 수 있게 되었고, 그 진화의 최종단계인 '오메가 포인트'에 다다를 수 있는 것도 곧 '인간지성'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단다.

 

  읽다보면 <성경>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하느님의 형상을 본떠서 '최초의 인간'을 만드셨다거나, 하느님의 형상을 본떴으니 그 사람의 마음이 선한 것은 당연하다거나, 최초의 사람에게 이르노니, '만물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다스리라고 명하셨도다...같은 구절이 연상되면서, 오직 인간만이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최종 진화단계'에 다다를 수 있는 것도 오직 인간뿐이다. 그러니 인간은 선한 본성을 되살려 '반성하는 삶'을 살면서 궁극적으로 '오메가 포인트'에 다달아 온 우주를 지배(?)하라는 결론을 읽다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신부님이 열거한 '과학지식'과 말씀하신 '종교교리'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발 좀 깝치지말고 착하게 살아라"라는 금쪽같은 말씀인 듯 싶다. 왜냐면 책의 내용 구석구석에서 '선한 본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오직 인간만이 잘났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생명을 비롯해서 같은 인간에게까지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였기 때문이다. 간략히 정리하면, '만물의 영장이여, 제발 만물의 주인행세를 할 생각말고 철저한 반성을 끌어내서 만물에게 이득이 되는 생각을 먼저하고, 욕심을 버리고 베품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지어다'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현상>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과학적 증거'를 통해 증명해낸 셈이다. 읽다보면 '논리적 비약'이 심한 듯도 보이고, '교리문답'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바람직한 인간이라면 선한 본성을 끌어내야 하며, 지구를 두 번 죽이는 짓은 절대로 하지 말며,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 생각만 하면서 살아가라는 좋은 말씀이 가득한 책이다. 근데 샤르뎅은 이 책을 <과학책>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한다. 아마도 '종교인'으로서 비난을 받을 것을 의식해서 한 말이라고 짐작된다. 아닌 게 아니라 샤르뎅을 '악마'로 해석하며 맹비난하는 부류도 참 많다고 한다. 심지어 샤르뎅이 '악마의 대명사'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심각 공격도 받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샤르뎅은 '선한 마음'을 진화의 관점에서 풀어냈고, 원자단위까지 쪼개서 철저히 분석한 결론을 내었을 뿐, '이단적인 요소'는 굳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로운 종교를 내세운 것도 아니고, 그저 '착하게 살아주세요'라는 주문을 쪼끔 심오하게 풀어냈을 뿐이다.

 

  끝으로 샤르뎅은 '지식인의 의무'를 누구보다 진솔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자신이 '아는 것'을 혼자만 알고 묵히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그러한 노력에 의한 메시지가 '선한 마음'으로 온 우주를 뒤덮고도 남게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니 정말 대단한 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오메가 포인트'를 이해하면, 인간의 지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 '똑똑한 머리'로 고작 남들 등쳐먹을 생각하지 말고, '뛰어난 지능'으로 세상을 더욱 밝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쓰라는 메시지 말이다. 오늘날의 엘리트 집단이 '그들만의 잔치'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볼 때면 스팀이 팍팍 받곤 하는데, 그 잔칫상에 <인간현상>을 던져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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