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세계사 2 - 통일 제국의 형성과 세계 종교의 탄생 처음 세계사 시리즈 2
초등역사교사모임 글, 한동훈.이희은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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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관점'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느냐가 핵심이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를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배우미(학생)들은 학창시절에 역사교과를 배우면서 '안목'을 착실히 키워나가는 것일까? 이런 물음에 흔쾌히 "네~"라고 대답할 이가 몇 명이나 될런지 의문이다. 왜냐면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분명히 배웠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좀처럼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는데 까막눈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 '가르치미(선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역사를 가르치다보면 '편향'에 대한 걱정을 하곤 한다. 주류 역사만 가르치느냐, 비주류 역사까지 아울러서 가르치느냐 하는 고민 말이다. 속된 말로 '진보 vs 보수', '좌파 vs 우파'처럼 좌우 양쪽의 균형잡힌(?) 중립적인 자세로 가르쳐야 한다고 입바른 소리를 하곤 하지만, 당최 '중립적인 자세'를 어떻게 취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산성과 염기성의 액체를 섞듯이 극좌와 극우의 관점을 대충 얼버무리듯 섞으면 그 사이의 중간적인 '역사적 관점'이 우리 배우미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든다는 것인가? 아니면, 배우미 스스로 '올바른 역사적 가치관'이 형성된다는 말인가? 오히려 이쪽 저쪽 편갈라서 싸우는 어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그래선 안 된다. '역사적 편향'이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편향적'일까 무서워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을 가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쳐야 바람직한 '역사관점'을 익힐 수 있을까? 역시나 스스로 성찰하는 가르치미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가르치미에게 배우는 배우미들이 올바른 '역사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고,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가르치미는 '윤리 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한마디로 배우미를 '돈 버는 소모품'으로 여기지 않고, 가르치는 직업을 '돈 버는 수단'쯤으로 여기는 사람은 절대로 남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먹고 살기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높은 수위'의 도덕을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들긴 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미쳐 돌아가는 것을 보니 '도덕'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 얘기다. 공감하지 않아도 좋다. 나 혼자서라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겐 한없이 높은 도덕심으로 가르칠테니 말이다. 이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인정해줄지는 모르겠으나 나 스스로 부끄러움 없는 가르침을 실천하려 한다.

 

  각설하고, <처음 세계사 2>의 주요 내용은 '로마'와 '인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다. 그 가운데 각 나라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종교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로마의 크리스트교와 인도의 불교, 그리고 불교가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에 끼친 영향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각각의 종교가 역사에 미친 영향을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책 속에서는 '그것'까지 상세한 설명이 없으니, 역시나 가르치미의 역할이 꼭 필요한 부분이 되겠다.

 

  아시다시피, 로마는 왕정으로 시작해 공화정을 거쳐 황제정으로 크게 성장했다가 오현제(다섯 명의 현명한 황제)의 등장으로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를 누렸으나, 그후 '군인황제의 등장'으로 혼란을 겪다 '동서 분열'로 이어지고, 서로마의 멸망으로 사실상 로마제국은 끝장이 난다. 하지만 동로마(비잔티움)제국은 명맥을 이어 나가 '천 년의 역사'를 채우고서 저물어갔으니 로마가 서양역사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후 서유럽은 '중세시대'로 접어들어 봉건제가 자리 잡으며 '크리스트교'가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니, 우리는 '크리스트교'라는 종교에 대해서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알렉산드로스가 방문(?)한 뒤에 인도에는 '아리아인의 도래'가 시작되었다. 이 아리아인들은 인더스강에 자리잡고 있던 원주민들을 정복하면서 강력한 신분제도를 시행했으니, 흔히 말하는 '카스트제도'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도래한 아리아인들은 자신들이 상위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브라만교'를 성립시켰는데, 오늘날 인도 '힌두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불교'라는 종교도 탄생하였다. 불교도 다분히 '브라만교'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철저히 신분제도를 타파하고 누구나 해탈해서 붓다(부처)가 될 수 있다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이 분명한 차이점이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교를 널리 퍼뜨린 주인공은 피비린내나는 정복활동을 마친 뒤의 '아소카 왕'이었다.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정복군주였던 아소카는 활발한 정복전쟁을 수행하며 왕조의 기틀을 완성하고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그로 인해 인도 백성들의 피폐한 모습을 보고서 크게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을 증명(?)하기 위해 '불교'를 퍼뜨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허나 새로운 정복지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색다른 종교가 필요했다는 해석에도 주목할 만하다. 아리아인에 의한, 아리아인만을 위한 '브라만교'를 퍼뜨리기엔 원한이 너무나도 큰 까닭에 새로 얻은 정복지 주민들과의 통합이 힘들었는데, 때마침 일어난 '불교의 가르침'으로 대통합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논리가 더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대로마가 '크리스트교'를 공인한 까닭과도 통한다. 로마는 '그리스신화'를 바탕으로 한 '다신교'를 숭배했고, 이후 영토가 넓어지면서 '이집트신화'와 '수메르신화' 등 여러 지역의 종교적 색채를 융합해가며 '다신교 대통합'을 근간으로 삼았다. 하지만 때마침 일어난 '예수의 등장'과 '복음 전파(사도 바울)'로 인해 크리스트교(유일신)는 유대인만을 위한 종교에서 범인류적인 종교로 탈바꿈에 성공해 교세를 펼쳐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널리 퍼진 '크리스트교'를 애써 부인하려 했지만, 기울어진 로마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선 '색다른 종교'로 대통합을 이끌어내는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걸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실행을 했고, 곧이어 로마의 종교가 '크리스트교'로 공인되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보면 '국가의 대통합'을 위해서는 '종교(큰 믿음)'가 필요했고, 더 넓은 영토와 더 많은 백성을 '융합'시키는데 종교만한 것이 없었다는 것이 증명된다.

 

  이는 고대 한국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집권세력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는데 '불교'를 요긴하게 써먹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에 전파된 불교는 삼국은 물론 일본에까지 '왕권강화'를 이루는데 걸림돌이었던 '집권세력(구세력)'을 내몰고 '왕'을 중심으로 한 국가 대통합을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그럼 고대사에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리해볼 수 있다. 종교는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꼭 필요한 '응집력'을 갖고 있으며, 더 넓고 더 많은 것을 한데 아우르는 '포용력'을 발휘하기도 하면서, 기존의 집권세력을 견제하고 새로 등장한 집권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혼란스런 대한민국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종교의 힘'을 빌어올 수 있을까? 우리는 서구열강의 침탈과 일제의 강제병탄을 겪으면서 '동학'이라는 새로운 종교로 민족대통합을 꾀한 적이 있다. 동학은 이후 '천도교'로 명칭이 바뀌며 3·1운동의 핵심 세력이었고,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도 크게 활약을 했었으나, 일제의 탄압과 훼방으로 인해 주요인물들이 대거 변절하기 시작하면서 교세가 흔들렸고, 오늘날에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위기의 순간'엔 어김없이 종교의 힘이 발휘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시 돌아와, 오늘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대통합을 이룰 대한민국의 새 종교는 나타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해보자. 불교? 기독교? 천주교? 기존 종교에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종교를 창시할 것인가?

 

  아니, 나는 '홍익인간(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에 주목하고 싶다. 굳이 '단군교'라는 숭배대상을 찾고 싶은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 수 있으면서, 세계 인류의 평화와 공영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상 말이다. 마치 전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이 'K-POP'에 열광하며 저마다의 끼와 흥을 맘껏 발휘하는 '그 힘'처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이념 하나에 전세계인이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무엇'을 발휘하고 싶은 것이다. 그 무엇을 대한민국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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