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7
나사니엘 호손 지음, 한은선 옮김 / 지경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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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문학수업을 위해 '두꺼운 원작'이 아닌 '축약본'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러 출판사의 책들 선별하고 있는데, 일단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전집류의 도서'들은 과감하게 제외했다. 이유는 한꺼번에 구매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또한, 아동전집류의 책목록이 천차만별이어서, 정작 꼭 읽어야 할 목록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을 위해서 선별해야 할 책은 '낱권 구매'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똑같은 책이어도 '이책'은 이 출판사가, '저책'은 저 출판사가 더 나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뭐, 어찌 되었든 '나만의 초등문학수업책의 목록'도 꽤나 길 것이기 때문에, 이책 저책 가리지 않고 '비교분석'해볼 참이다.

 

  그래서 첫 번째 '지경사책'으로는 <주홍글씨>를 골라보았다. 그동안 여러 번 읽은 책이기도 하고 다양한 출판사를 겪은 뒤이기 때문에 '비교분석'을 하기에 적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가의 기준'은 첫째, 줄거리 요약이 적당한가? 둘째, 초등생이 이해하기 적합한 주제선정을 했는가? 셋째, 삽화는 초등생에게 한 눈에 잘 들어오며 책의 이해를 적절하게 잘 돕는가? 이렇게 세 가지다.

 

  먼저, 줄거리 요약은 아주 훌륭했다.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면서 '핵심내용'을 놓치지 않고 아주 잘 덜어내었다. 간혹 무리한 줄거리 요약으로 '축약'을 넘어 '각색'을 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책에선 그러지 않았다. 주제선정도 탁월했다. 줄거리 요약이 잘 되면 책의 주제도 크게 '변질'되지 않기 마련이다.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을 거르고 덜어내다보면 종종 '원래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 원작과는 별개의 '교훈적인 이야기'로 탈바꿈 되는 경향도 있는데, 이 책은 애초에 '원작'이 출중한 탓인지 '간통'이라는 낯뜨거운 소재에도 초등생이 보기에도 크게 부끄러운 내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삽화는 아쉽게도 '초등저학년' 수준에서 더 낮춰진 듯 싶었다. 등장인물의 '감정'과는 동떨어진 예쁜 표정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이야기 전개와도 그닥 상관이 없는 '그린이의 상상력'이 동원된 딴 그림이 그려진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읽는 책에 '삽화'는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의 '상상력의 밑천'이 되는 까닭에 아주 잘 그려주어야만 한다. 차라리 '줄거리요약'이 엉망진창이어도 '삽화'만 훌륭하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합적으로는 꽤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줄거리 요약'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기나긴 '원작'을 읽는다면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고 '내용이해'를 충실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했다. 그로 인해 <주홍글씨>의 핵심인 '반성하는 삶이 주는 행복'을 초등생들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작에서는 '죄의식과 구원'에 중점을 두었지만, 어린 학생들은 이 책을 '종교적인 주제'로만 이해하기보다는 '실수와 반성', '상처와 복수', '화해와 용서'라는 일상적인 주제로 이해했으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수를 한 뒤에는 '두 갈래길'을 가게 될 것이다. 한쪽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반성하면서 '두 번 다시' 실수를 하지 않고 '철저한' 반성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성찰하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감추고 덮어버려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는 길이다. 일단 이 길을 선택하게 되면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언제 들킬지 조마조마하게 살 것이고, 행여 들통이 나서 개망신을 당하는 않을지 걱정만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자책을 하고 속으로 뉘우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여전히 조마조마하기 마찬가지고, 걱정과 후회만 늘어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수를 밝히고 철저히 반성하는 사람에게 '화해와 용서'를 하는 삶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관용정신'은 진정한 화해와 용서로부터 나오는 것일테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화해와 용서'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설령, 실수를 감추고서 온갖 근심과 걱정에 휘말려 있는 사람까지 '포용'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전해지고 살 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남에게 받은 상처'를 절대 잊지 못하고, 그에 응당한 '복수'를 준비하며 끝장을 볼 때까지 남에게 해코지하겠다는 심보로 산다면 최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단 '복수심'에 불타오르면 남만 끝장이 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불태워버리기 십상이다. 피해를 본 만큼 되갚아주면 '당장'은 속이 시원하겠지만, 되갚음을 당한 이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 또다시 '복수'를 하겠다고 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런 복수심에 눈이 멀어버리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도 없으며 오직 '자신이 받은 상처'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남 또한 자신이 받은 상처처럼 아프고 쓰린 곳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채, 오로지 '되갚아주겠다'는 것에만 열을 올릴 뿐이니, 주고 받는 복수로 인해 '주변사람들'까지 불편하고 위태롭게 만들기 십상이라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주홍글씨>에서 초등생이 다뤄야 할 주제는 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깊은 주제로 들어가버리면 아이들과 토론을 하기에도 부담스럽고 민망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덕적인 삶과 남을 도와주는 삶, 그리고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에 대한 양성평등적인 개념을 일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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