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원전 완역판 1 : 도원
요시카와 에이지 엮음, 바른번역 옮김, 나관중 원작 / 코너스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삼국지>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내용은 아니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기본 텍스트로 삼고는 있지만,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원본에 가깝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사 삼국지>보다는 <삼국지연의>에 열광하는 까닭은 '조조'가 아닌 '유비'를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촉한정통론'이라 부르는 것인데, 역사의 승리자는 위나라를 세운 조조(실제로는 조조의 아들 조비)였지만, 수많은 독자들은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한나라의 정통을 이어받은 '유비'의 손을 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애독자들이 '유관장 삼형제'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여전히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실리'와 '실력', 그리고 '성과'를 중시한 까닭에 유비가 아닌 '조조'를 주인공으로 세운 색다른 해석을 가미한 <삼국지>가 등장했지만, 유관장 삼형제에 열광하는 독자들은 여전하다.

 

  한편, 이 책은 1940년대 초에 일본신문에 연재된 <삼국지>로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을 하며 이후에 쓰여진 여러 <삼국지>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역시나 '촉한정통론'을 따라 '유관장 삼형제'가 벌인 화려한 '도원결의'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실제 역사서에는 등장하지 않는 것과 큰 차이점을 보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게 된 까닭도 바로 '요시카와 에이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물론, 도원결의의 원조는 나관중이다. 하지만 요시카와는 유비와 관우, 장비가 서로 만나 인연을 맺고 '한 왕실의 부흥'을 결의하며 의형제를 맺는다는 설정을 대단히 설득력 있게 묘사한 덕분에, 이후에 출간된 모든 <삼국지>에서 '도원결의'는 빼놓지 않는 명장면이 되고 만 것이다.

 

  암튼, 오랜만에 <삼국지>를 다시 정독하게 되었으니 리뷰로 써보려 한다. 책속으로 들어가 보련다. 시작은 '유비의 등장'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유비는 '중상정왕 경제의 후손'으로 황실의 후예를 자처하지만 일찍이 할아버지 대부터 '돗자리'를 짜서 내다 팔아 목구멍에 풀칠을 하는 가난한 살림을 살았다. 하지만 허리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명검을 찼기에 허름한 돗자리 장수 차림이라도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흐른다고 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때는 '황건적의 난'이 한창이라 여기저기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헐벗은 삶을 살고 있고, 황건적들의 행패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었기에 '난세를 바로잡으려는 영웅의 기개'만은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 허나 아무리 황실의 피가 흐르고 난세를 바로잡고 백성을 구제하겠다는 뜻은 높지만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알뜰살뜰 어머니와 단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런 무의미한 나날들이 이어진 어느 날, 돗자리를 팔고 수중에 모은 돈이 있어 어머님께 드릴 '귀한 차'를 구해다 돌아가는 길에 황건적을 만나게 된다. 칼도 빼앗기고 차도 빼앗기고 목숨도 빼앗길 찰나에 유비의 목숨을 구해주는 은인을 만나게 되니 바로 '연인(연나라 사람) 장비'다. 그렇게 목숨을 구해준 은인은 훗날, 서당 선생으로 초야에 묻혀 아이들을 가르치던 '운장 관우'와 함께 유비를 형님으로 모시는 '도원결의'를 맺게 된다. 허나 이들은 보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의형제'의 관계를 보다 격상시켜 '군신 관계'로 맺으려 한다. 왜냐면 유비가 '한나라 황제 경제의 후손'임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허나 유비가 아무런 기틀도 없이 '군신 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난세를 바로 잡고 공을 세워 군사를 모으고 성주가 된 뒤에 뜻을 펼쳐보는 것이 낫겠다고 제안을 하자, 관우와 장비가 따르게 된다.

 

  그리고 곧바로 격문을 내걸고 '황건적 토벌군'을 조직하여 나아가 싸우니 가는 곳마다 공을 세우고 '유비'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다. 허나 아무리 혁혁한 공을 세운들 '의용군'이라는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애초에 황건적이란 도당의 무리가 일어난 까닭도 황실에서부터 말단관료까지 썩어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가 밖에까지 썩은내를 풍기게 되니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아무리 공을 세웠다한들 아첨과 아부를 하는 약삭빠른 이들이 출세하는 세상이고, 공적을 세우기보단 뇌물을 바치는 이들이 더 쉽게 관직을 얻게 되니 '유비의 세력'은 좀처럼 출세의 길로 접어들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유관장 삼형제는 목숨받쳐 헛수고만 한 셈이라며 한탄을 내뱉고서 고향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한편, 황실 내부에서는 '십상시'라는 환관들이 정사를 그르치고 자신들의 이득만을 챙기며 충신을 역적으로 만들고 아첨하는 이들로만 주변을 가득 채우니 나라는 날로 기울어가기만 했다. 모처럼 군웅들이 모여 '황건적의 난'을 정리했건만 황실과 중앙정부를 어지럽히는 '열 명의 내시들'이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뜻이 있는 신하들은 환관들을 죽이지 못해 분을 참지 못할 뿐이다.

 

  이에 황제의 모후인 '하태후의 오라버니' 하진을 중심으로 십상시를 처단하고 국정을 바로잡으려는 충신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었다. 그런 충신들의 이름은 노식, 왕윤, 원소, 조조, 손견 등등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이들이지만, 아직은 때를 만나지 못해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십상시'를 처단하는데 결의를 다질 뿐이다. 허나 하진은 잘난 동생을 두어 대장군으로 출세를 했지만, 원래는 짐승을 잡아 고기를 팔던 백정으로 천한 출신인 탓에 '눈앞의 이익'만을 셈할 뿐, 정세를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십상시의 잔당'을 처단하지 못하고 뒷통수를 맞아 비명횡사하게 된다. 이런 혼란을 틈타 황실을 장악한 인물이 바로 '동탁'이다.

 

  동탁은 일찍부터 하진의 부름을 받고 도성 근처까지 군사를 몰고 왔으나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다가 하진이 죽고 십상시들이 몰락하여 '권력의 공백'으로 인한 대혼란이 벌어지자, 뒤늦게 등장을 하더니 엄청난 군세를 몰아 '권력의 자리'를 공짜로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서는 '어린 황제'를 새로 세우는 등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더니 결국은 '어린 황제'를 볼모로 삼아 국정을 농단하는 횡포를 자행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뜻을 거역하거나 반대하는 무리를 숙청하니 '동탁의 공포정치'가 시작된 셈이다.

 

  이런 와중에 그 유명한 '여포의 배신'과 '조조의 탈주극'이 펼쳐지니, 2권에서 이어질 '반동탁 연맹'의 서막이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한다. 한편, 우리의 주인공 유비는 황건적 토벌의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아 '평원 태수'로 조그만 영지를 받게 되니, 애초에 세운 '한 황실의 부흥'의 기치를 실현시키려 노력한다. 아직 자신에게 닥칠 고생길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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