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미나라 경제툰 -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ㅣ 한빛비즈 교양툰 21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평점 :
누구나 하는 착각이지만, '경제공부'를 하는 목적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선 '부의 축적'이 필수조건일 수는 있겠지만, [부자=행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 무슨 뜻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게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한 경제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의외로 우리는 '경제공부'에 대해서 꽤나 문외한이라는 것을 쉬이 느끼곤 한다. 돈을 벌고 싶다면서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도 이해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며 '로또'에 전재산을 올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대출(빚)'까지 얻어서 몰빵을 하는 등 어리석은 짓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몰이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범죄에 곧잘 속아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손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둥,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둥...조금만 상식적인 판단을 하면 '사기범죄'라는 것을 인지하고 당하지 않을텐데도 여전히 당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경제공부가 더욱 필요한 법이다. 또한, 경제상식이 풍부한 사람은 당연히 부자일 거라는 오해도 곧잘하곤 한다. 경제상식을 잘 알고 있으면 '유용하게' 써먹을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왕창 벌 수 있는 비법을 혼자만 알고 있다거나, 재벌을 능가하는 재산을 '한 방'에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단언컨대, '없다'. 만약 있다면, 그건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거나 전세계 사람들을 가난으로 몰아넣는 '범죄자'임에 틀림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부자가 되는 방법은 있을지 몰라도 '한 방에' 부자가 되는 비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말하지만, 모든 부자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너튜브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 같아도 놀고 먹을 수준은 아니다. 인별그램 속의 세상이 아름답고 부티나서 부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카메라 각도 조절를 조금만 바꾸어도 '실속' 없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은 '본인의 삶'을 인별그램에 올리면서 더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서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고 자랑하는 이들이 있지만, 한 순간일 뿐, 몇 달 지나면 '연락두절'이 되는 경우가 흔해 빠졌다. 개미들의 주식투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익을 보더라도 '보너스'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해야지 생업을 팽개치고서 뛰어들만한 것이 절대 못 된다는 사실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자, 이 정도의 상식을 알았다면 이제 제대로 '경제공부'를 해보자.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이다.
이 책, <개미나라 경제툰>은 경제공부를 손쉽게 도와주는 유익한 책이다. 그동안 경제공부가 힘들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후속작도 나올 것 같으니 '경제교과서'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그래서 난 이 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제공부는 그 어떤 공부보다 '조기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경제감각'이 없다면 꽤나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40대 이상인 분들이 그렇다. 7080년 세대들은 공부는 죽어라했으면서도 정작 '경제공부'는 해본 적이 없기에 경제적인 호황을 맞아 죽어라 돈 벌어서 흥청망청 쓸 줄만 알지 제대로 돈을 버는 '투자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그런 까닭에 신용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도 '카드깡'이라는 잘못된 방법으로 빚에 허덕이고 말았고, 주식투자의 바람직한 방법을 익히기도 전에 '몰빵'을 하다 어렵게 모은 전재산을 탕진하는 등 우여곡절도 참 많은 세대들이었다. 적어도 밀레니엄 세대들에겐 이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공부'는 탄탄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경제책'은 딱딱하고 어렵기만 하다. 경제이론을 설명하고 경제학자를 소개하면서 '경제흐름'을 가르치는 것은 좋은데, 먼 옛날의 경제지식을 달달 외워서 미래에 써먹을 수 있겠냔 말이다. 더구나 경제정책은 하루만 지나도 오락가락하고, 그에 따른 대책이나 대안조차 갈팡질팡하며 혼란스러울 지경인데, 옛날에나 통용될 낡은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차라리 '경제적인 맥락'만이라도 쉽게 알려줘서 '오늘날의 경제흐름'을 아이들이 직접 파악하고, '경제뉴스'를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텐데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선 그런 '낡은 지식'을 외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존에 쓰이던 경제용어'를 대신해 '개미왕국'에서나 쓰일 법한 용어로 대신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개미나라에서 쓰이는 화폐는 '사탕'이고, 꿀벌나라에서는 '벌꿀'이다. 왜냐면 개미와 꿀벌에게는 사탕과 벌꿀이 '실물가치'를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는 '금'일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탕과 벌꿀은 '들고 다니기 힘들다'는 단점 때문에 '돈'이라는 지폐를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 지폐를 '은행'이라는 곳에서 언제든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자 수많은 개미들은 '사탕'을 은행에 맡기고 '지폐'를 사탕 대신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은행개미'는 꼼수를 부린다. 수많은 개미들이 '사탕'을 대신해서 '지폐'에 쓰인 숫자를 믿고 거래를 하게 되니, 개미들이 맡긴 '사탕'보다 훨씬 더 많은 '지폐'를 시장에 유통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왜냐면 은행에 한 번 맡긴 '사탕'을 개미들이 바로 빼내어가지 않는다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개미'는 보유하고 있는 사탕보다 훨씬 더 많은 지폐를 찍어내서 시장에 뿌렸다. 그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 되고 '경제호황'을 맞이하니 '은행개미'의 개인적인 이득 뿐만 아니라 개미나라의 경제까지 덩달아 좋아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은행개미'가 자신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개미들이 맡긴 사탕을 '제것'처럼 사용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다른 개미들이 알게 되자, 수많은 개미들이 너도나도 '은행개미'가 되려고 했고, 그로 인해 은행간 경쟁이 붙어 '실속이 없는 은행'들이 우후죽숙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 수많은 은행에서 저마다 지폐를 발행해서 시장에 유통시킨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말이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 생긴 은행들이 너나할 것 없이 유통시킨 '지폐'를 가지고 은행에서 사탕을 되찾으려 했을 때, 은행이 사탕 지급을 할 수 없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이 개미들에게 '뱅크런(은행에 맡긴 예금을 빼가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드는 것)'을 유발시켰고, 지급하지 못하는 예금이 발생하자 결국 은행이 망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에 '개미나라 정부'는 은행을 믿지 못해 발생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한 사탕'의 일정액 이상을 대출하지 못하게 만들고, 만약 은행이 망하더라도 '일정금액'까지는 지급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게 된다. 이른바 '예금자보호제도'다. 그렇다면 이런 예금자의 돈을 반드시 지급하기로 만든 제도는 예금자를 위한 제도인 걸까? 곰곰이 따져보면, 예금자보다는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면 은행이 망하는 까닭은 '뱅크런'이 생길 때일데, 예금자보호제도를 통해 '뱅크런'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은행은 마음 놓고 '보유한 예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해줌으로써 이익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공부란 바로 이런 것이다. 실제로 벌어지는 사회현상을 보여주며 사회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해주고,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공부 말이다. 바로 이런 공부법이 '감각'을 키워주게 되고, 그 감각을 익혀서 바로 써먹을 수 있게 만드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영어공부를 10년 넘게 공교육에서 배우지만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마는 어리석음을 다른 과목에서도 반복할 수는 없지 않겠느냔 말이다. 또한, 국어공부를 하면 할수록 소설책 한 권 '제 입맛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정답'만 찾으려 하고, '권위자의 해석'에만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것도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경제공부는 더욱더 그렇다. 어릴 적부터 '수입과 지출'을 계획적으로 실천하며 '나에게 딱 맞는 소비수준'을 배우고 익혀 습관으로 만든다면, 어른이 되어서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더구나 '경제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도움을 받고,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하다.
솔직히 어른들도 '경제공부'는 필요하다. 부유하게 살아야만 행복하고, 일하지 않아도 돈이 저절로 들어오는 비법만을 목이 빠져라 탐구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경제책들이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된다. 저렇게 하면 돈을 쉽게 번다고 현혹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한가하게 '책'이나 출간하고 있지 않을 거라는 건 '상식' 아닌가? 그렇게 출간하는 목적 또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한 경제공부를 하길 바란다. 이 책도 그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떠올리고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