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1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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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을 거슬러' 초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좋았다던가 나빴다던가...그런 느낌이 아닌 그냥 먼 옛날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꾸던 나에게 '공상과학'은 상상력을 펼쳐내는 탈출구 같았다. 그래서 '천문학'에 유독 관심이 많았고 낮이고 밤이고 하늘에 떠 있는 천체에 가없는 관심을 쏟았더랬다. 하지만 'SF소설'을 쉽사리 접하긴 힘들었다. 책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아무도 나에게 '이런 책'이 있노라고 알려주지 않았던 탓에 아이들이 돌려보던 '만화책'이나 '과학잡지'를 통해서 겨우 공상과학을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눈곱만큼 적은 양으로도 나에게 엄청난 상상력을 심어주었는데, 만약 제대로 된 <SF소설>을 일찍부터 접했더라면 어땠었을까?

 

  그러다 겨우 90년대 들어서야 아이작 아시모프를 비롯해서 아서 클라크, 그리고 프랭크 허버트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입시와 취업전선에 뛰어들던 시절이라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의 '공상과학' 섭렵기는 21세기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쁘기는 20대나 30대에도 계속이었기에 40대나 되어서야 하나둘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이제 그 시작이다. <듄>을 구매했고, <파운데이션>도 구매했다. 이제 <스페이스 오디세이>마저 구입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21세기에 들어서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속에 구현된 '공상과학적 상상력'이 50년 전에는 대단히 센세이션한 놀라움이었을테지만 2022년이 되어서 읽으니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인우주선'이 토성의 위성까지 탐사를 떠난다는 허무맹랑한(?) 설정이 실현되지 못했음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탓에 읽는 내내 '기대감'을 선사해야할 스펙타클함이 무뎌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 책이 'SF소설계의 고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읽는 것과 진배없을 것이다. 2001이라는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니 조금쯤 늘려서 3001이라고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니 책속에 등장하는 '과학적 사실'은 살짝 뒤로 재껴놓고, 이 책이 말하고픈 '본심'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면 '고전의 깊은 맛'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의 줄거리는 인류의 초창기 모습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직 마땅한 '도구'를 발견하지 못해 최상위포식자들의 먹잇감 신세를 면치 못한 원시 구석기시대 말이다. 주인공은 '달을 감시하는 자'다. 아직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발달하지 못해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지내지만 '이름'이 뜻하는 바를 짐작하면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를 짐작케 해주는 이름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반투명한 '크리스탈'이 불시착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부터 '달을 감시하는 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다. 그 전에는 표범과 같은 맹수가 나타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작정 도망을 가야만 했고, 다른 동료가 표범에게 잡히더라도 구해줄 생각은 해줄 수 없는 나약한 '원숭이인간(유인원)'에 불과했는데, 크리스탈에 시선을 빼앗기고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달을 감시하는 자'는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가슴속에선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서 결국 손에 쥐기 딱 알맞은 돌멩이(석기, 주먹도끼)를 쥔 채 표범과 당당히 맞서 싸워 '표범고기'를 먹어치우는 쾌거를 거둔다. 이 일을 계기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최상위포식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 1990년대가 되었다. 인간은 '우주선'을 띄워 '달기지'를 건설하고 수시로 여행을 떠날 정도로 '고도의 지능'을 갖추게 된 어느 날, 달기지에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져서 '폐쇄조치'가 내려졌다는 괴소문이 돌게 되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달기지로 향하는 '플로이드 박사'는 비밀스런 임무를 띄고 홀로 떠나게 된다. 달에 도착해서 그가 마주한 것은 달표면에서 깊이 감춰진 TMA-1(티코 석판)였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로 이 석판은 만들어진 지 무려 300만 년이나 되었고, 발견 당시 태양빛에 반응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쏟아내고서 잠잠해진 상태라는 결과를 보고 받는다. 300만 년이라니...인간이 만든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외계 생명체(ET)'가 존재하는 것이고, 심지어 '지적인 존재'가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그런 '고도의 과학발달'을 이룬 지적인 외계 존재가 하필이면 지구의 위성인 '달'에 이런 물건을 심어두었단 말인가? 혹시 '지구침공'을 위한 전초기지인 것인가? 아니면 정반대로 선한 목적을 두었다면, 인류의 지능이 '자신들의 물건'을 발견할 정도로 발전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고, 그렇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던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디스커버리 탐사대원들'은 목성을 지나 토성을 향해 우주선을 파견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컴퓨터인 'HAL 9000'이 비밀 임무를 감추기 위해 탐사대원을 죽이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지구로부터 16억킬로미터나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대원들은 답답함을 넘어 막막할 수밖에 없었지만, 우주선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진 탓에 사건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다섯 명의 탐사대원 중 넷이 죽고 만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보먼'은 겨우 미쳐버린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든 다음 지구와 통신을 통해 '비밀 임무'을 전해듯고 홀로 토성의 위성인 '이아페투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밀 임무'의 목적지인 TMA-2(스타게이트)를 발견했는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고전물'이 되어버린 터라 요즘 독자들에겐 '스펙타클'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속에서라면 5분안에 마무리될 '장면묘사'를 50페이지가 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묘사라는 것이 50년 전에나 흥분할 것만 같은 '무엇'이었기에 근래의 화려하다 못해 짜릿한 '장면연출'을 직관한 독자들에겐 별다른 감흥조차 주지 못할 '형형색색의 파노라마'를 펼쳐보이는 진부함마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난관을 참고 끝까지 읽다보면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만 할 진정한 목적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외계 지적생명체와의 만남' 말이다.

 

  사실 'SF소설'에서 외계생명체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도 존재하는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확률적인 계산'은 이미 해놓은 상태다. 온 우주를 통틀어서 '태양'과 비슷한 항성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 항성들이 '지구형 행성'을 품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계산해 냈다. 그 결과, 광활한 우주속에 '지구인'과 같은 '지적인 존재'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문제는 남았다. 우주가 너무나도 넓고 텅빈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지구가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조차 빛의 속도로 4년을 넘게 날아가야만 한다. 별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빛의 속도'로 왕복하는데만 대략 8년이 걸리는 거리다. 아쉽게도 그곳에는 '지구형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8년을 허비하며 조사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밖의 항성계는 편도로만 10년이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우주선의 속도로 환산하면, 대략 200년이 넘는 세월을 우주선에서 보내야 겨우 도달할 거리라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외계 지적존재와의 만남'은 물 건너간 듯 보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토록 먼 거리를 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동면기술'이다. 마치 겨울잠을 자듯 우주선에서 출발한 직후에 잠에 들어 200여 년이 지나서 '깨어난' 뒤에 탐사활동을 한다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탐사방법이 바로 이런 '동면기술'이다. 하지만 문제점은 여전하다. '가는 동안'에 우주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인 조종'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불침번을 서듯 탐사대원들이 돌아가면서 안전한 우주항해를 한다는 설정을 하기도 하는데, 200년이 넘는 탐사 기간을 버티려면 '우주선 안'에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래저래 가능성만 더듬을 뿐 '실현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긴 매한가지다.

 

  또 하나의 대안은 '육신'을 대체하는 것이다. 유한한 육신을 대신해서 무한한 육신으로 거듭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기계의 몸'을 빌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인데, 실제로 '뇌'를 제외한 모든 인체의 장기를 '기계'로 대신하거나 '뇌의 정보(기억)'를 컴퓨터에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이라면 광활한 우주항해를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의 뇌과학 기술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하는데...그렇게까지 해서 외계인을 만나야 할 까닭까지는 잘 모르겠다.

 

  가장 최근에는 '웜홀'이라는 것을 상상해냈다. 무한한 우주공간을 '순간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공간을 왜곡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래 공간'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거니와, 다시 되돌린다해도 '그 공간'이 진짜 원래 공간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그런 '공간이동'을 성공한다하더라도 '시공간'을 돌파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또한, '육신'을 온전한 상태로 유지한 채 가능한 방법일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정신적인 요소는 '차원'을 넘나들면서 왔다리갔다리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육체적인 요소까지 '차원'을 넘나들었을 때 온전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야 '원소 단위'로 인간을 쪼갠 뒤에 '또 다른 시공간'에 똑같은 갯수의 '원소'를 재구성해서 보낼 수는 있겠지만, 그 원소들이 분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친 뒤에도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역학'이 연구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도 지구인 가운데 누구도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 이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외계 지적존재'를 확인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다음 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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