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4 - 사춘기 땐 우리 모두 외계인,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정재승 기획, 정재은.이고은 글, 김현민 그림 / 아울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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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린들의 지구인탐구는 '사춘기'로 옮겨갔다. 지난 시간에 바바는 지구인은 아우린과 함께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아우린들의 안전한 지구정착을 위해 '지구인 전멸' 의견을 냈지만, 아우린 행성에서는 좀더 지켜본 뒤에 결정을 내리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아우린 탐사대는 오늘도 지구인을 감시(?) 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옆집에서 화재가 났고, 그 집에서 살던 '중학교 2학년생'이 아우린들이 사는 집에 얹혀 살게 되었는데...

 

  줄거리는 잠시 뒤로 하고, '사춘기'에 대해서 정의를 내려보자. 나 어릴 적에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며 '반항'이 제멋인 줄 아는 철 모르던 시절을 일컫는 말이었고, 부모님들은 그런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등짝 스메싱'을 날리는 것으로 결론 짓곤 했다. 여튼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그저 말썽을 부리는 정도로 마무리 짓곤 했고,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이유없는 방황'을 끝맺으면서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마무리 되곤 했더랬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중2병'이라고 부르면서 '말도 안 되는 짓'을 서슴지 않게 저지르곤 하는 그들을 '외계인 취급'하기 일쑤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지구인과는 사뭇 다른 말과 행동을 저지르곤 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차원이 다른 사춘기 청소년들은 언제부터 등장했던 것일까? 먼 옛날에는 아무래도 '사춘기'가 없었을 듯 싶다. 보통 그 즈음에 '혼인'을 치루고 어른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거나 '이유없는 반항'을 저지르기엔 '사회적 책임'을 지어야만 하는 막중함에 눌러 '사춘기'라 단정지을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근대화 이후, 산업역군을 많이 양산하기 위해 '학교'라는 곳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한창 활개를 치고 다닐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을 '갇혀진 틀'에 가두기 시작하면서 '사춘기'는 발발하게 되었을 것이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기만 한 '학교의 규율'을 지키며 얌전히 지내기엔 너무나도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인 탓이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어른에 못지 않은 힘을 뿜어내지만 '정신적'으로는 그에 미치지 못해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스스로도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이도저도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 시기에 '문제아'로 지목된 아이들에게 정정당당한 규칙을 갖춘 '스포츠(운동)'를 권장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비율이 확연히 저하되는 현상을 보게 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시켜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소년 시기에 좁은 교실이나 학원 구석에 쳐박아두고서 '중2병' 운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청소년 시기에는 남녀를 불구하고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도록 내비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물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공부와 성적'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사춘기 시절이라고 해봐야 길어야 2~3년이고 대개는 1~2년이면 후딱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내 아이가 '중2병'에 걸렸다고 느껴질 때면 '예술활동'이나 '체육활동', '봉사활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여러 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언제부터 정확히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일단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이 잦아지면 사춘기로 보면 될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고민이 많을 시기인데도, 부모님이 대화를 하려하면 성질부터 낼 경우라면, 십중팔구다. 또한, 부모님들이 하는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녀석이 친구 말이라면 뭐든 믿고 따르는 엉뚱한 짓을 벌인다면 조심스레 '중2병'을 의심하고 서서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준비물은 상황에 따라 다를 테지만, 드물게는 '몽둥이'가 약이 될 경우도 있긴 하다.

 

  암튼, 아우린인들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지구인들을 대단히 위험한 존재로 판단하고, 지구인 전멸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데, 과연 지구인들은 아우린들의 공격에 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정말로 아우린인들을 지구인을 전멸시킬 것인가? 다음 시간에는 '지구인의 감각'에 대해서 탐구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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