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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이야기 - 빛의 개념부터 시간여행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양자역학 안내서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평점 :
솔직히 말해 '요즘 과학'은 정말 어렵다.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까닭은 '과학기술'이 점점 발달해왔기 때문인데, 그 과학기술을 이해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반대중들도 이해하기 힘든 과학인데, 과학의 근간이 '양자역학'에 접어들면서 천재라고 일컫는 과학자들조차 스스로 말하길, "알 수 없다"고 두 손을 들기 일쑤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점점 '아는 것'이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까닭은 캐면 캘수록 점점 '모르는 것'이 늘어나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전과학(일명 '뉴턴과학')'을 연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그 당시만해도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다'라는 자신감에 차올라 인간이 '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로 치부하던 시절이었다. 허나 이런 자신감은 '눈에 보이는 영역'을 다룰 때까지만이었다. 다시 말해, '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은 '고전과학'에서 꽉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달탐사를 비롯해서 우주천체로 눈을 돌리고 심지어 '우주의 끝'까지 영역을 넓혀갈 때쯤에에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도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더랬다. 그 결과, 인간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질을 '원자'라고 이름 붙였는데, 그보다 더 작은 '원소'를 발견했고, 그보다 더 작은 '양성자'와 '전자', 그리고 '중성자'를 발견했고, 더 작은 '쿼크', 더더 작은 '힉스입자', 그리고 이처럼 작은 '미립자'들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렇게나 작은 입자들의 비밀을 하나둘 밝혀내다보니, 끝내는 밝혀낸 것보다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 접하게 되고 말았다. 더구나 이런 '미립자의 특성'은 정말이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겠다. 입자들의 '위치'를 알아내면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운동량'을 밝혀내면 '위치'를 종잡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슈뢰딩거의 '죽어 있거나 살아 있는 고양이'는 어떤가? 이는 '중첩'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양자의 역학관계는 일률적으로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나타날 뿐'이라는 말이다. 젠장, 과학이 도박도 아니고 '확률'로 정해질 뿐이라니,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표현을 하면서 이 확률을 지극히 부정했었더랬는데, 끝내, 신은 도박꾼이었더는 것을 증명하고 말았다. 피터 힉스가 예상했던 '신의 입자'라 일컫는 힉스 보손을 증명하면서, 드디어 '빌어먹을 입자'가 과학자들을 괴롭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내노라하는 천재과학자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양자역학'을 우리가 알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아야만 한다. 굳이 써먹을 때가 있기 때문에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이 가져올 미래의 산물들은 단순히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지켜온 '윤리의식'과 '가치관' 따위를 송두리채 바꿔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순간이동'을 예로 들어보자. 양자역학의 세계에선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단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의 입자'를 순식간에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스타트랙>에 나오는 '순간이동'도 실현가능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순간이동 기술'이 상용화를 거쳐 일상생활에서 쓰여지게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순식간'에 범죄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사라져버릴 것이며,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할 장소조차 '순식간'에 침입을 받았다가 '순식간'에 도망쳐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순간이동 사건사고'가 일어나 우리 몸의 '일부분'만 전송되거나 '다른 차원'으로 잘못 전송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만약 이럴 경우에 '지금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방도가 없을 것이다. '미래의 상식'에서는 쉬이 해결할 수 있다손치더라도 지금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양자역학'에 대한 상식을 키워나가야만 한다. 그동안에는 '전기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라도 전기를 이용한 제품을 쓰는데 큰 제약이 없었다. 그저 '감전사고' 같은 몇가지 주의사항만 지키면 큰 어려움 없이 써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처음엔 '교통법규'도 마련하지 않았지만,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필요에 따라 '교통법'을 제정해 혼란을 막고 사고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내면서 유용하고 편리하게 써왔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펼쳐낸 세상은 전혀 단순하지가 않다. '타임머신'도 가능하게 만들고, '평행우주'를 여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다중우주' 속에서 나와 같지만 똑같지 않은 '또 다른 나'를 만날 수도 있다. 멀티유니버스한 세상을 살게 되면, 우리는 '이 우주'를 떠나 '저 우주'에서 살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것을 관통하고 하나로 이어줄 유일한 상식이 바로 '양자역학'이 된단 말이다. 이러니 '양자역학'을 알지 못하고서는 도저히 살 수 없게 된다.
물론, 당장 펼쳐질 미래는 아니다. 어쩌면 '양자역학이 만들 세상'을 만들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이런 모든 결정을 '민주적인 방법'으로 할텐데, 뭘 알아야 제대로 찍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면서도 가장 똑똑한 체하는 인간들이 '정치인들'인데, 무식한 그들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떠벌릴 '양자역학의 미래'를 곧이 곧대로 믿고 찍을텐가? 빨간 휴지나 파란 휴지를 고르는 수준으로 만들면 곤란한 세상이 된다. 그러니 일반대중인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 책 한 권 읽고 '양자역학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이 책은 그저 '양자물리학자들의 연대기적 이야기'를 적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양자역학의 시작에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일목요연하게 풀어 써내어, '양자역학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단순한 개요를 설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수학공식을 동반한 책을 공부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 '과학상식'을 넓혀서 우리 일상생활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넓혀갈 수 있는 교양을 쌓으면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전작'인 <원소이야기>와 더불어 이 책, <양자역학 이야기>를 읽고, 과학적 상식을 키우며 이해를 높이면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변화'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고, 이런 적응을 잘하기 위해 '과학상식'을 좀 더 높여야 할 것이라는 당부를 전할 따름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예측한 미래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엄청난 혁신'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점은 2040년, 또는 2045년으로 한결 같이 예상하고 있다. 그 즈음에 일어난 엄청난 혁신이 무엇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 즈음에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만 명확히 예언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고작 20여 년이 남았다. 우리는 과연 혁신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분명한 것은 '준비를 마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