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널리즘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저널리스트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할 것이다. 그럼 요즘처럼 신문이나 잡지를 도통 읽지 않는 시대에는 누가 저널리스트라 할 수 있을까? 대중에게 시사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더 저널리스트'가 있기는 한 걸까? 순방길에 오른 현 대통령 전용기의 추락을 기원하는 사제일까? 그 사제들이 신부직위에서 해제되고 종교계에서 파문을 당한 것을 보도한 기자일까? 아니다. 뭔가 부족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시사 내용'을 전달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단박에 알아챌 정도로 명쾌한 '기사'가 아니고서는 감히 '저널리스트'라고 입에 오르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는 '더 저널리스트'가 없다.

 

  헤밍웨이는 작가로 유명해지기 전에 '기자'로 활발히 활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에 직접 뛰어든 경험을 최대한 살려서 '현장감'이 뛰어난 기사를 쏟아낸 '저널리스트'라고도 전한다. 그가 '더 저널리스트'가 된 까닭도 바로 그 '현장감' 때문이다. 비겁한 기자들은 종종 자신이 직접 취재하지도 않고 증거를 찾기 위해 발로 뛰지도 않고 '누구인지 밝힐 수 없는' 정보원의 말만 믿고 섣불리 기사를 쏟아내기도 한단다. 기자들이 양심도 없이 이런 짓을 서슴지 않는 까닭은 '속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구보다 더 빠르게 기사를 쏟아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그런다고도 하고, '대서특필'로 남기 위해 누구와의 정보공유도 없고, 사실검증(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찍어내듯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뒤에 나몰라라 하는 얌체라서 그런다고도 한다. 암튼 이유를 불문하고 이렇게 비겁한 기사를 써놓고서 뻔뻔스레 '유명세'를 거머쥐는 이들이 종종 발생하기에 너나할 것 없이 '거짓기사 경쟁(?)'에 뛰어든다고 한단다.

 

  이미저도 오늘날엔 '유사언론(너튜브, 포털사이트 등)'이 인터넷기사를 도배하다시피하는 까닭에 전통적인 신문이나 잡지는 아무도 보지 않고, 팔리지도 않는 처지에 내몰리면서 '무한경쟁'에 돌입한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무책임한 저질기사'가 온통 도배를 한 지 오래되고 말았다. 그래서 '저널'다운 저널을 좀처럼 찾아보기도 힘들고, 간혹 이슈가 된다 싶은 기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검증'에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추측성 소설'에 불과하다고 판명이 나는 등.. 정말이지 '정통 저널리즘'이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그렇다면 이 책, <더 저널리스트>에 나오는 헤밍웨이의 기사는 눈여겨 볼 만한 저널리즘 기사들이었나? 무려 100여 년전의 기사들이다보니 '기사'가 갖고 있는 시사가 적절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를 테면, 1910년대 미국 어느 도시의 정치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어서 주목된다는 기사를 남겼다할지라도 '기사의 배경'이 됨직한 미국사회의 전반적인 내용을 속속들이 알 수 없으니 '그 기사'가 적절한 시사성을 지니고 있는지 가늠하기란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헤밍웨이'가 꽤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권력가'와 '유명인' 들을 까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또한, 헤밍웨이가 직접 본 현장이 '전쟁터'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내전 속 마드리드' 따위는 우리가 역사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 있으므로 '간접적'이나마 헤밍웨이가 던지는 '시사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험천만한 곳에서 직접 겪고 본 것을 사실 그대로 '기사'에 담으려는 진실된 마음이 절절하게 전달되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저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은 '현장(르포)을 직접 탐방하고 사실검증을 마친 뒤'에 전하는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이 벌어진 마드리드 한복판에 뛰어들어 취재를 하면서 '거짓기사'를 작성해서 대박을 터트릴 욕심에 동료기사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덜떨어진 기자를 '고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내전의 한복판인 마드리드였지만 '전쟁의 위협'은 잦아들고 모처럼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마드리드였는데, 마드리드에 도착한 지 하루만에, 그것도 호텔방 한 구석에서 상상으로 써낸 '무시무시한 전쟁속에서 공포에 떠는 마드리드 시민들'이란 기사를 제 손도 아닌 동료 여기자의 손에 들려서 스페인 밖으로 송출하려 한 몹쓸 기자였다. 만약, 스페인군의 검열에 그런 내용의 기사가 들통이 났더라면 '그 기사'를 국외로 빼돌리려던 여기자는 그 자리에서 검거되어 총살을 면치 못했을 것이며, 무사히 국외로 빼돌려 미국시민들에게 '그 공포감'을 전달했더라면 모처럼 평온을 맞이한 마드리드는 '외부에서 찾아든 오해'로 인해 다시금 피비린내나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로 인해 '스페인'에 남겨진 현장취재 기자들의 생명도 위험해졌을 것이고 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연못을 흐린다는 속담은 이럴 때 딱 어울릴 것이다.

 

  그뿐 아니라 헤밍웨이는 이탈리아 파시스트의 우두머리인 '무솔리니'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돌려까며 이탈리아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밝혀냈고, 독재자를 비호하는 여타의 강대국들의 검은 속내를 까발리며 '공산주의(볼셰비즘)'를 막기 위해 '파시즘(무솔리니, 히틀러)'을 감싸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위정자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더구나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에티오피아 전선에 파병된 이탈리아 병사의 주검을 선명한 사진으로 보여주며 하나하나 주석을 달기도 했다. 강대국(?) 이탈리아의 병사들이 전쟁터에 보내진 뒤에 벌어지는 사실들이라면서 이들은 분명 조국의 환호를 받으며 이곳으로 보내졌을 텐데, 환대를 받기는커녕 차가운 시신으로 눕는 것으로도 모자라 날짐승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손과 발, 심지어 얼굴의 일부까지 총탄과 포탄에 찢겨져서 날아가버린 채, 그곳에 방치되어 있다면서 전쟁은 애국하는 병사들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않는 비정한 것인데도 '전쟁'에 환장한 이들은 전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날것, 그대로' 기사에 담아냈다.

 

  저널리즘이란 그렇다. '날것, 그대로' 전해져야 한다. 기자는 이런 생생한 정보를 모든 이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물론 '생생한 정보'에는 기자의 '가치판단'으로 걸러낸 정수가 담겨야만 한다. 아무리 '날것'이라 해도 그냥 '전달'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생한 정보에 기자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 기사로 뽑아내야만 한다. 그 기사가 대박을 칠지 어떨지는 운에 달리긴 했다. 그럼에도 '날것, 그대로'의 기사에 독자들은 반드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저널리즘'이다. 물론 '저널리스트'도 중요하지만, 사람보다 먼저 양성해야 할 것은 '저널리즘'에 목마른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저널리즘'을 소비하기 위해선 교양을 쌓아야 한다. 시쳇말로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 비로소 '저널리즘'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널리즘'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져야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들이 활동할 터전이 마련된다. 그 반대라면 저널리스트들이 아무리 입 바른 소리를 높이고 날카로운 기사를 쏟아낸 들 맥이 빠져서 금세 시들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용감하고 굳센 저널리스트라 하더라도 그들도 사람인지라 '먹고 사는 문제'가 결부되면 저널리즘을 쏟아내고 싶어도 못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기껏 용기를 내어 '밥줄 끊어질 각오'를 하고 저널리즘을 썼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그 저널리스트는 끝내 굶어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널리즘에 목마른 교양있는 독자들이 먼저 양성되어야 한다. 그런 뒤에 '더 저널리스트'가 없는 현실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는 성명을 내면...어디선가 스물스물 저널리스트들이 싹을 튀울 것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