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쁜 뉴스의 나라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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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싶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 참언론인이 살아 있을 거라고 말이다. 주요 신문들은 '보수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버린지 오래고, 지상파 뉴스는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느라 나쁜놈을 나쁘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종편 뉴스는 태생부터 '한쪽 편'만을 들며 '뉴스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교양있는 시민들은 '종이신문'을 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며, '지상파 뉴스'도, '종편 뉴스'도 점점 보지 않고 있고, 그나마 읽고 보더라도 '믿지 않은' 지 오래 되고 말았다.

 

  대신 '인터넷(포털) 신문'이나 '너튜브 동영상' 따위를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언론'이 아닌데도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마저도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낚기 위해 쓴 '허섭스레기' 같은 기사들이 점령하였기 때문에 제대로 정독하지도 않고 대충대충 읽고 보면서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만 훑어본 뒤, 평가를 내리곤 한다. 왜냐면 애초에 '뉴스의 가치'가 없는 선정적인 사진이 걸린 짤방(짤림방지)용이거나 기사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낚시성 제목'으로 클릭수만 늘리려는 기사들이 '메인'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속보'랍시고 올라온 기사들도 정치인 누구누구의 말(인용문)을 그대로 옮긴 '따옴표 기사'가 대부분이라 기자의 주장이나 의견 따위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전혀 없어져 버린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기자들의 고충도 이해할 점이 없지 않다.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발로 뛰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쓴 기사가 '무가치한 낚시글'에 밀려 메인에 오르지도 못하거나, 소신껏 기자의 양심을 걸고 쓴 기사가 '데스크(언론사 국장급 이상)'의 검열(?)에 걸려 기사의 원본이 수정되거나 애초에 올려지지도 않는 등의 억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을 뚫고 무사히 신문에 나오고 뉴스에 한 꼭지를 차지한다고 해도 '시민들의 무관심'이 이런 가치 있는 기사들을 무덤으로 보내고 마는 우리 현실이 더 안타깝기 그지 없다.

 

  어찌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기자는 '기레기'라 욕먹고, 독자들은 '교양없다'며 깎아내리며, 그렇게 우리 언론은 '언론다운 언론'이 되지 못하는 비극이 악순환처럼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어려움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딱 하나 있다. 그 방법은 '진실'이 승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진실은 반드시 승리하기 마련이기에 반드시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건 바로, '교양 시민이 되는 길'이다.

 

  아직도 '가짜뉴스'와 '편향적 뉴스'를 보면서 현혹되는 이들이 많다. 약간의 상식만 있어도 '가짜'임을 알 수 있고, '한쪽으로 치우친' 불공정한 뉴스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도 홀라당 속아넘어가는 까닭은 바로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올바른 가치'를 배우길 멈추지 않아야 하는데,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도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이를 테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여야로 갈려 '정책적 대립'을 벌이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언론은 '정쟁'이란 표현을 곧잘 쓴다. 그리고 이런 뉴스를 접한 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다. "국회의원이라고 뽑아 놓았더니 하는 일이라고는 싸움질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회(입법기관)는 정부(행정기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니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권한과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국회의원들끼리도 '여야로 갈려 어떤 법을 만드는 것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냐'면서 정책토론을 벌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국민은 '그걸'하라고 뽑아놓은 의원들이다. 그런데도 이를 싸잡아서 '싸움질'이라고만 판단해버리는 국민들은 '교양'이 없는 셈이고, 그렇게 오해하도록 내비두는 '언론'은 쓰레기인 셈이다.

 

  교양 있는 시민이라면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회의원의 싸움질(?)을 지켜보면서 '이 정책에 관해선' 누가 더 잘했는지 근거를 내세워 목소리를 내고, 참언론이 되려면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쟁'에 대해서 교양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제대로 된 여론'을 보도하면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면 '언론'이 보도하기에 앞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테고 말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나쁜 뉴스', '가치 없는 뉴스'가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참언론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제왕적인 권력과 거대 언론에 주눅이 들어 있기에 바꾸기 힘든 현실만 탓하고 있다. 그래 가지고 무슨 개혁을 하고, 혁명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겠느냔 말이다. 통탄할 일이다. 그러면서 '나쁜 뉴스'를 가려낼 스킬(?)만 화려하게 나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무릇 '내공'이 받쳐주질 않으면 화려한 스킬은 그저 '관상용(눈요기)'일 뿐이다.

 

  지금 우리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내공'이란 말이다. 내공을 기르기 위해선 당장이라도 '공부(교양)'를 해야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인성', '도덕', '책임'과 같은 '선한 윤리의식'이 앞서야 한다. 내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배려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회에서 살아야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너나할 것 없이 '부'를 쌓고, '권력'에 다가가기만 하면 '인두껍'을 쓴 악귀처럼 갑질을 부리고, 국민을 개돼지로 만들어버리는 거지같은 사회에서 살고 싶으냔 말이다.

 

  가지나부랭이들이 '쓰레기'같은 기사를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돈벌이를 위해 '광고성 기사'를 퍼나르는 양심없는 짓거리를 일삼는 것도 '인성'이 내팽겨쳤기 때문이다. 그 따위 인성이 밥 먹여주는 게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인성'이 아니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언론을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뉴스'를 믿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어떻게 '바르게' 살기를 바라냔 말이다. 권력이 썩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 부패한 권력이나 부정한 세력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지 못하게 막을 유일한 방법도 '바른 언론'밖에 없다. 그런 바른 언론을 만들고자 '교양 시민'도 필요한 것이고 말이다.

 

  정리하면, 바른 언론도 교양 시민도 하루 아침에 만들 수 없는 법이다. 하나씩 하나씩 쌓아나가야 한다. 한 사람이 바른 말을 하면 두 사람이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바른 말'을 가려낼 수 있는 '교양쌓기'가 필요하단 말이다. 이 책에서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스킬을 나열한 것과 마찬가지다. 숲을 제대로 보려면 '전체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도 중요하고, '나무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실력도 중요하다. 언론을 제대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뉴스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교양시민의 안목'과 뉴스를 세세히 분석할 수 있는 '실력있는 언론인'이 함께 해야 한다.

 

  이 책이 쓰여진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슬픈 현실은 변함이 없다. 아니 언론은 그 역할을 더더욱 못하고 있다. '뉴스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수록 기뻐하는 세력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말이다. 이제 '언론'이 제스스로 바로 서기에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젠 '독자들의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당장의 내 이익만 챙기며 살다보면 '더러워진 세상' 때문에 더욱 살기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내 주위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보기 위해 작은 걸음을 모아야 할 때다. 그 작은 걸음이 모이고 모여서 '큰 걸음'이 되는 세상을 꿈 꿔야 비로소 세상은 바뀌게 된다. '착한 뉴스의 나라'가 되길 바라 본다. 더 나아가 '희망찬 뉴스의 나라'가 되어 전세계가 함께 힘찬 발걸음을 옮겨보길 바란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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