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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미래 ㅣ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학제간연구총서 3
유홍림 외 지음 / 인간사랑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은 서울대 교수들이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혁신'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의 대학들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 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의 우수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 명문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대학시절에 배운 지식'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쓸 곳도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분명 우리 나라 '최고 대학'임에 틀림없는데도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서울대 출신들은 똑똑한데도 매우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헛똑똑이', '인성 쓰레기'로 묘사되기 일쑤인 것도 이런 실정을 반영한 듯 한 것일테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도 수재인데도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로 등장해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배신도 밥먹듯이 하는 캐릭터가 하필 '서울대 출신'이라는 언급을 이 책에서 할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어떻게 혁신되어야 할 것인가? 미래에도 대학이 '교육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질'이 그 정도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교수의 역량평가'도 철저해야 하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양질의 것'으로 높이고, 동시에 '효율성'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거기에 현재의 세대의 특성을 적극 반영해 '오프라인(면대면) 수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과감히 '온라인 수업'을 적극 도입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확실히 보편화되었고, 우리 나라 고등교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 강의'가 매우 잘 준비된 것에 비해 '대학교육에서의 온라인 강의'는 아직 미비된 점이 많다는 지적을 적극 고래해보아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강의의 '양적인 성장'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현재 '미네르바 대학'의 경우에는 강의의 대부분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는데도 벌써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곳 출신의 인재들이 전세계적으로 취업도 잘 되며, 실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진단했다. 서울대도 이런 식으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혁신에는 '창의성'과 '시민성'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토론과 융합 수업'이 그것인데, 미네르바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인데도 적극적인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생들의 '다양한 전공'과 심도 '깊은 교양' 수업을 보장함으로써 창의성과 시민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대에서는 아직도 교수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강의 형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대학의 실력을 형편없이 낮추는 원인이라고 날카로운 비판도 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에 대한 '소극적인 참여'도 함께 지적했다. 이른바, '하바드생은 바보인가?', '도쿄대생은 왜 바보가 되었나?', 그리고 '왜 서울대생은 문제푸는 기계로 전락했는가?'와 같은 비난(?)도 함께 분석했다. 이들 명문대학생들은 어찌하여 교수님들의 '유순한 양'이 되길 마다하지 않느냔 말인가? 그건, 아마도 대학교수들이 '잘못된 평가방법'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도 했다. 예컨대, 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교수가 정한 모범답안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히 받아써야만 한다'는 지적 말이다. 교수와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토론수업에서 서로의 생각이 어찌 '하나의 결론' 또는 '정해진 답안'으로 귀결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학생들의 '창의성'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교수가 정해놓은 답안이라고 해도 일일이 받아적기보다는 논쟁을 벌이고 비판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이는 교양 있고 수준 높은 '시민성'을 위해서라도 '정해진 답안'을 강요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졸업을 위해 따야할 '학점'을 대폭 낮추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전공필수 학점'을 대폭 낮추고, '교양수업'을 다양하게 듣고 함양해야 할 지식의 폭을 대폭 넓힐 기회를 주는 것이 '미래의 대학 혁신'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미네르바 대학'을 비롯해서 세계 우수대학들이 이런 식으로 '학점제의 벽'을 낮추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대학들도 단지 '졸업을 위한 학점 채우기'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교양수업을 쌓고 심도 깊은 지식을 쌓아올릴 때 '졸업 후 취업'에도 유리하다는 인식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긴,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수준 이하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더욱이 '인성'은 쓰레기 취급을 하고 '그들만의 천국'을 지향하며 저들끼리 교류의 폭을 높여 '상류층의 생활'을 영위하려는 양상을 대놓고 보이며, '계층이하의 대다수 노동자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교양없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우리 사회가 이런 '개만도 못한 사회지도층'을 그대로 냅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대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위치'를 점유하고자 한다면, '창의성'과 '시민성'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를 찬란하게 빛내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명문대 졸업 타이틀'로 '대기업 취업'에만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면 '서울대'는 영원히 '박제된 천재들의 요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것이고 말이다.
더불어 서울대를 비롯한 우수한 명문대도 과감한 개혁에 나서고 교육혁신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인성'부터 완성시켜 '사람답게 교육시키는 중심지'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만 바뀐다고 될 일도 아니고 말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과감히 후원하는 사회분위기가 먼저 조성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흔히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100년 뒤 미래를 밝히는데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4차 산업혁명', '선진국 대열 진입', 여전히 유효한 '한류열풍' 등등 지금이 개혁과 혁신을 할 최적의 시기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