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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인공 생태계 ㅣ 와이즈만 미래과학 8
김성화.권수진 지음, 김진화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제2의 지구'를 꿈꾼 사람들이 있다.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머나먼 우주여행을 실현시킨 끝에 지구와 꼭 닮은 행성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서 살아가는 꿈 말이다.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그런 꿈을 꾸고 '모험가'들은 그 꿈을 실현시키곤 했다. 대항해시대에는 '신대륙'을 발견한 이들이 그랬다.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었던 시절이기에 저 먼 바다로 나아가면 끝없는 낭떠러지에 쳐박혀 죽는 수밖에 없다고 상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죽음을 각오하고 떠난 항해로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동안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땅'을 발견(?)해서 그곳에 이주해 정착하기까지 했다. 인류는 그렇게 꿈을 꾸고 실현하는 과정을 몸소 실천했으며, 이제 '우주'를 향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인류가 초창기에 상상했던 것보다 우주가 너무 큰 '빈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또한, 지구를 꼭 닮은 행성이 생각했던 것보다 발견하기 쉽지 않았고, 실제로 발견한 행성들조차 너무 먼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빠른 빛의 속도로 가도 1년에서 4~50년을 날아가야 하고, 현재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간다면 수백년에서 수만년이 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자 '제2의 지구' 찾기 프로젝트는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과학자들이 생각해낸 것이 '테라포밍'인데, 사람이 살만 한 행성으로 탈바꿈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비교적 지구와 가까운 화성이나 토성의 위성 등에 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어 인류가 정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적게는 수백년에서 많게는 수만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렇게 지구는 거대한 우주속을 떠도는 '외딴섬'이 된 듯 했다.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오직 '지구'라고 하는 조그만 행성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이 인류의 운명인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때 번뜩이듯 떠오른 생각이 바로 '인공지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지구'도 밀폐된 공간에서 꼼짝 못하고 갇혀 지내는 것 같다면, 인간이 만든 '밀폐공간'을 최대한 지구환경과 똑같게 조성한 다음에 뛰어난 대원을 선별해서 생활해보는 실험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바이오스피어 2'였다.
바이오스피어 2는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유리돔을 만들고 '외부환경'과 철저히 차다한 상태에서 '식물과 동물' 등을 지구의 환경과 비슷하게 구성한 다음 '인간'도 집어넣어 함께 생활하게 한 것이다. 인류는 이 실험을 통해 우주 어느 곳에서나 '바이오스피어'를 실어보내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성공한다면 말이다. 심지어 아무리 먼 '제2의 지구'라도 우주선에 조성된 '바이오스피어' 안에서 인류가 생존하고 번성하면서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척박한 행성이라도 '바이오스피어'만 온전히 작동한다면 인류는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마치 최초의 '바이오스피어 1'인 지구에서 인류가 번성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1991년에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은 2년동안 진행되었고, 햇빛을 제외한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추고서 8명의 대원이 그 속에서 생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8명의 대원은 2년 동안의 실험을 무사히 마치고 모두 생존했고 '바이오스피어 1'으로 완벽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실패로 결론 내렸다. 왜냐면 애초에 인간이 '지구환경'과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착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오스피어 2' 속의 환경은 지구와 완벽히 똑같을 수 없었고, 날마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 문제들이 대원의 생존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 가장 큰 문제점은 '먹거리 부족 사태'와 '산소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과 '산소'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이는 '지구의 생태계'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 해왔다는 경이로운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다시 말해, '제2의 지구'를 인간이 만들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인공생태계'는 완벼한 균형을 이루며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생태계'는 절대 완벽할 수 없으며 인간이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부터 절실하게 깨닫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원점'만 확인하게 되었다. 실제로 '바이오스피어 2' 속에서 8명의 대원은 '육식'을 포기해야 했다. 맛있는 고기를 확보하기 위해 소나 돼지, 닭을 엄청나게 많이 사육해야만 하는데 '한정된 자원'만으로 푸짐한 육식을 확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생각하면 '바이오스피어 1'에서 인류가 얼마나 자기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연생태계'를 혹사시키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인류는 '바이오스피어 3'를 완벽히 실현시키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의 실패를 통해서 '문제점'을 보완한 뒤에 다시 실험에 나설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때 인류는 다시금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를 더욱더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인류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이 살고 있는 우리의 행성, 지구를 안락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로 만들지 않고서는 이와 같은 실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끝내 인간이 '바이오스피어 1'을 파괴하고 새로운 '바이오스피어 101'을 타고 안전하게 황폐한 지구를 떠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절대로 '성공'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그저 '탈출'일 뿐이다. 생명연장을 위한 애처로운 탈출을 하고서 행복할 수는 없다. 위대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언젠가 포근한 고향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간은 되돌아 갈 곳이 없게 되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