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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미워! ㅣ 내책꽂이
최형미 지음, 지영이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내 맘은 그게 아닌데, 다른 사람이 내 맘을 몰라줘서 너무 속상했던 적은 없었나요? 그런데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사람까지 '내 맘'을 몰라주고 오해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너무 속상해서 울고 싶을 심정일 겁니다. 그럴 땐 누구라도 붙잡고 엉엉 울면서 위로 받고 싶고, 억울한 사정을 이해 받고 싶고, "나는 '그 마음' 이해해. 누구라도 그런 일을 당하면 속상했을거야."라는 말을 들어야만 진정이 될 겁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김선호'가 그런 속상한 상황에 처했어요. 과연 선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리의 주인공 선호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하지만 학교에 가기 싫어했죠. 공부하기가 너무너무 싫었거든요. 유치원에서 기역 니은 배우는 것도 얼마나 힘들어했다구요. 그런데도 날마다 똑같은 걸 배우고 또 배우고 했어요. 정말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선호니까 당연히 학교 가는 것이 정말 싫었죠. 근데 엄마가 꼬드겨서 억지로 학교에 가긴 갔는데, 학교가 좋아졌어요. 민도연 담임 선생님이 정말정말 예뻤거든요. 엄마는 화만 내고 뚱뚱해서 싫었는데, 선생님은 예쁜데다가 소리도 안 지르고..암튼,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예뻤어요. 그래서 학교가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긴 하지만 민도연 선생님이 계시니까 그냥 다니기로 했어요.
그러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 들어 보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선호는 유치원에서 억지로 속담을 배웠기 때문에 '사공'이란 낱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자신 있게 손을 들었죠. 그리고 자신있게 대답했어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힘을 모으면 다 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라고요. 선생님은 놀란 표정으로 누가 가르쳐주었냐고 되물었어요. 선호는 혼자서 생각했다고 대답했죠. 그러자 선생님이 왜 그런 뜻일거라고 생각했냐고 다시 물었어요. 그때야 비로소 선호는 "배가 산으로 오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힘을 모아서 그 힘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입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선생님은 '엉뚱한 답'을 한 선호를 혼내지 않고 선호의 마음을 헤아려주려 했던 것이고, 그 마음까지 알고 난 뒤에 반친구들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칭찬을 아까지 않았아요. 선호는 예쁜 선생님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반친구들에게 모두 알아들으라는 듯이 선생님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선호 어린이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에 정말정말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역시 학교 다니길 참 잘한 것 같다고 선호는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벌어진 사건들은 너무너무 끔찍하기만 했을 거예요. 칭찬을 들은 이후로 선호는 선생님의 수업에 열중하며 공부했는데, 그만 코가 너무 간질간질해서 손가락을 넣어 코딱지를 판 뒤에 손끝에 놓고 튕기는 것을 옆 짝꿍인 소영이에게 딱 걸린 거예요.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소영이가 수업중에 고래고래 "으아앙~ 선호, 더러워!"라고 소리를 질러버려서 엄청 창피했어요. 그걸 본 예쁜 선생님도 얼굴을 찡그리면서 선호를 흘끗 쳐다보았죠. 선호는 창피한 것보다 선생님이 자기를 더러운 학생으로 생각하는 것만 같아 너무 속상했죠.
사건은 또 일어났어요. 엄마가 교실에 배식을 하러 온 날이었는데, 하필 엄마는 카페를 국자로 퍼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머리 손질을 덜 했는지 엄마 머리에 꽂혀 있던 머리핀이 그만 카레통 속으로 쑥 빠져버린 거예요. 나는 아이들이 보기 전에 얼른 손을 집어넣어 머리핀을 들어올렸지만, 정윤이가 그 장면을 보고 만 거예요. 그 정윤이는 그 소영이랑 단짝친구였거든요. 꼬딱지 판다고 더럽다고 소문을 내던 소영이 친구, 정윤이도 카레통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나를 보고서 또 '더럽다'며, 더러운 카레를 먹지 않겠다며 반친구들이 모두 들으라고 질색팔색하며 떠들어댔어요. 그 소리를 듣고 선생님이 와서 정말로 카레 속에 손을 넣었느냐고 물었고, 나는 엄마에게 머리핀을 쥐어주며 "엄마, 사실은..."이라고 진실을 얘기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내 말을 가로채더니 "아니, 얘가 더럽게 왜 그랬어?"라고 내 입막음을 하고, 선생님에게는 "얘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왜 그랬나 몰라요. 오호호~"라고 얼버무리고 만 거예요.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데...
선호는 속상했어요. 더럽다고 소문을 낸 것보다 선생님이 나를 오해하는 것이...짓궂게 장난질이나 치고 더러운 행동도 서슴지 않게 하는 '나쁜 어린이'로 오해하는 것이 정말정말 싫었거든요. 그런데 결정적인 사건이 또 생겼어요. 미술시간이었는데, 손에 물감을 칠해서 커다란 스케치북에 찍으며 그림을 그리는 수업이었어요. 정말 신났죠. 그런데 선생님이 내 옆으로 다가와 건너편에 있는 친구의 그림을 보고 있을 때였어요. 선생님의 엉덩이 부위에 뭔가 붙어있는 걸 봤어요. 그래서 누가 먼저 보고 예쁜 선생님이 부끄러워하지 않게 떼어줄려고 했는데, 그 순간 선생님이 움직인 거예요. 내 손은 그만 선생님의 엉덩이를 만지게 되었구요. 그러자 예쁜 선생님이 비명을 질렀고, 버럭 화를 내고 말았죠. 선생님의 예쁜 원피스에 선호의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혔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화가 난 걸까요? 화가 난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니 속상하긴 할 것 같아요. 선생님만큼 예쁜 옷을 망쳤으니까요. 하지만 옷은 다시 빨면 깨끗해질텐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학교에 엄마가 찾아오셨고, 엄마에게 선생님 옷을 깨끗하게 빨아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다짜고짜 내 머리에 꿀밤부터 놓았어요. 얼마나 아팠는지 '빨래'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죠. 그리고 연신 선생님에게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과하시는 거예요. 그날 저녁에는 아빠에게 불려갔어요. 근데 아빠도 한숨만 푹푹 쉬면서 뭐라 말씀을 못하시는 거예요. 그러다 한 말씀 하셨죠. "쬐끄만 게 벌써...너를 어쪄면 좋으냐"고요. 선생님 옷에 붙은 걸 떼려는 게 그렇게 잘못한 일일까요? 아무도 제 맘을 몰라줘서 너무 속상해요.
그 뒤로도 사건은 계속 이어집니다. 과연 선호는 이대로 말썽쟁이가 되고 마는 걸까요?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선호는 '나쁜 어린이'로 찍히고 마는 걸까요? 누가 우리 선호 마음을 좀 잡아주면 좋겠어요. 이대로 계속 선호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게 된다면,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 들테니까요. 하지만 독자들은 알고 있겠죠. 우리 선호가 정말 착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요. 비록 엉뚱한 사건이 벌어져서 선호를 오해할 수밖에 없었지만, 언젠간 그 마음이 알려져서 오해가 풀릴 날이 올 거예요.
순수한 마음은 종종 오해를 부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순수한 마음'을 알아봐주기 전에 '의심'부터하기 마련이거든요. 세상이 그렇답니다.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지요. 그렇다고 순수한 마음이 더러운 세상에 질 수는 없어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알 거든요. 더러운 흙탕물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뿐이라는 것을요. 나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한방울 한방울 더해주면 아주 조금씩이지만 더러움이 씻겨나가고 점점 맑아지게 될 거라는 것을 말예요.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선호도 삐뚫어져서 말썽쟁이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어쩌죠. 또 다시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버릴 것 같아요. 우리 착한 선호를 위해서 '변호'를 준비해야 겠어요. 예쁜 선생님이 선호편이라면 정말 힘이 날텐데 말이죠. 과연 선생님은 선호의 착한 마음을 알아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