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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인공 지능 ㅣ 와이즈만 미래과학 5
김성화.권수진 지음, 이철민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미래가 온다' 시리즈가 벌써 10권이 넘게 출간되었다니, 처음 '로봇'편이 나왔을 때 설레었던 감상이 무량해질 만큼 많이 나왔다. 서둘러 다시 읽어 봐야겠다. 내가 이 시리즈를 주목했던 이유는 '어린이과학책'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빼어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과학책이 어려운 까닭은 너무 어려워서도 안 되고, 너무 쉬워서도 안 되며, 전문적이지만 너무 전문적이면 안 되는 까다로운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린이독자의 수준'이 천차만별인 까닭에 어느 정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 출간할지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장르다. 그런데도 '미래가 온다' 시리즈는 그 까다로운 수준을 적당히 잘 맞춘 듯 해서 '어린이'가 읽기에도 좋고, '청소년'이 읽어도 무난하며, 학부모가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해주기도 참 좋은 과학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과학적 교양'을 담뿍 길러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니 강추하는 바다. '학습과학만화'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권해주면 딱 좋을 책이고, '만화형식'이 아닌 '전문서적'을 읽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학구열이 높은 학생들에게 권장해도 좋을 책이다. 칭찬은 이쯤하고, '인공지능'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자.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과 승부를 겨뤄 '4:1의 승리'를 거둔 알파고의 소식은 '인공지능'의 실현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증거였으며, '4차 산업혁명'이 당장 펼쳐지게 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아주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러므로 '로봇'이 인간이 하기 힘들고 어려운 노동을 대신해주었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기 귀찮고 복잡한 '계산'을 대신해주는 것을 넘어서 '생각(판단)'마저 대체해버리는 세상을 실현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노동과 생각(판단)까지 다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떠넘기게 되니 마냥 편하게 쉬고 놀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허나 문제가 생겼다. 아니, 아직 '인공지능'이 실현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어떤 문제냐 하면, '일자리'를 빼앗길 것 같다는 문제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소비도 하고, 세금도 내며,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한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이런 세상은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이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것들을 대신해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면,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지게 될까?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놓았다. 낙관적인 결론과 비관적인 결론, 두 가지로 말이다. 먼저 낙관적인 결론은 이렇다. 2차 산업혁명으로 사람의 노동을 대신할 '기계'가 등장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겼지만, 그 '기계'의 등장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사람들의 '노동'은 여전히 필요했고, 더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으니, 4차 산업혁명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비관적인 결론도 있다. 지금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한데, 인공지능이라는 '노동 싹쓸이'가 등장하는 순간, 저임금노동자는 설 자리를 잃고 더욱 빈곤한 삶에 처해지게 될 것이며, 일부 '부자'들만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며 더욱 부유하고 편리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지극히 극단적인 결론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허나 깊이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과연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인간을 '대신'할 정도로 똑똑한 인공지능의 탄생을 앞당길지, 뒤로 미룰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 '순간'을 2045년으로 딱 꼬집어 말하고 있지만, 개발 속도라든지, 사회시스템 미비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해야만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교양시민'이라면 인공지능에 대한 상식을 더 많이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 말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없었다면 실현불가능한 꿈에 불과했을 것이다.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힘든 노동을 대신할 '로봇'을 꿈꿨지만, '저절로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간단히 해낼 동작도 로봇은 '수많은 계산(연산)'을 한 뒤에 '제어시스템'을 갖추고서야 겨우 '한 동작'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계산이 엄청나게 많은 데이타를 바탕으로 하며, 순간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내야 하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그 방대한 계산을 일일이 하려다간 머리가 터져 죽을 수도 있었겠지만, '컴퓨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컴퓨터의 발명은 '엘런 튜링'이라는 천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튜링은 '보편기계'라는 장치를 만들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를 풀어내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불우하기만 했다. 세상은 그의 천재적인 능력은 간절히 요구했지만, 그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동성애자(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가 구한 세상은 비정하게 그를 '범죄자(당시, 영국사회는 동성애를 범죄로 단정)'로 매장해 자살로 몰아세웠다. 이토록 물색없는 세상은 그가 죽고 난 뒤에야 '보편기계(컴퓨터)'의 활용가치를 깨닫고, 각국이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튜링은 '컴퓨터의 아버지'가 되었다. 하지만 튜링이 상상한 것은 '컴퓨터'뿐이 아니었다. 복잡한 계산만 해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판단)까지 하는 기계', 즉 '인공지능'을 구상했던 것이다. 이전까지는 '복잡한 계산'만으로도 벅찼기에 '인공지능의 실현'은 까마득하게 먼 훗날의 일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딥 러닝'의 실현으로 인해 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딥 러닝'의 핵심은 '빅데이터'의 실현이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건이 바로 구글사의 '알파고'였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라는 날개를 만나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 더 나아가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막바지 단계까지 구현하며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AI)로봇'이 등장할 날(특이점)을 2045년으로 꼽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인간의 뇌(사고능력)를 본떠서 '인공지능'을 개발했지만, 인간의 아이가 학습하는 과정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추상'이라는 능력을 활용해 '비슷한 것'끼리 한데 묶어서 퉁쳐버리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인공지능'은 추상하는 힘을 발휘할 수 없었고, '주어진 데이터'를 끝없이 분석처리한 뒤에야 이것과 저것이 서로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결정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단순반복'이 힘들지만, '인공지능'은 단순반복이 너무 쉽고, 인간은 상상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공지능'은 입력된 데이터 '그 이상의 것'을 창출해내지 못하는 단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45년쯤에는 이런 '인공지능의 난관'을 더 많은 '빅빅데이터'를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처리해서 '더스마트인공지능'으로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인공지능으로 태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일컫는데,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류 파멸'로 이끄는 인공지능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강한 인공지능의 탄생'을 두려운 시선으로 보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희망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과학자들도 상당하다.
암튼, 미래에 '인공지능 로봇'이 스마트폰처럼 흔해지 날이 올 것은 틀림없다. 좋든 싫든 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동을 넘어 생각까지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된다면, 과연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마냥 '인공지능이 주는 문명적 혜택'을 받으며 먹고 놀기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노래도, 춤도, 연기도 '인공지능 가수와 댄서, 연기자'가 대신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판사, 검사, 변호사, 심지어 의사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텐데, '인간'을 위해 헌신하는 인공지능의 세상에서 과연 '인간의 가치'는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여겨졌는데, 그런 '인간'을 대신할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된다면, 지구의 주인공 자리는 '인공지능'에게 내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고 마냥 두려워서 뒷걸음을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지금도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이라는 모습으로 우리 주위에 있기 때문이다. TV, 전기밥솥, 세탁기, 청소기, 심지어 냉장고까지 인간에게 말을 걸고 오늘 무얼 먹을지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딱! 이정도 수준까지만 허용하고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좀더 발전시켜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서 골라주는 똑똑한 인공지능을 원하는가? 그렇게 길들여진 인간은 끝내 '인공지능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아닐까? 고민의 끝은 또 다른 고민을 만들어내며 결국 '끝없는 고민'에 빠지게 만들 뿐이다. 적당히 고민하고 적당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마저 인공지능에게 내어준다면(강한 인공지능의 탄생),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가 온다' 시리즈는 이런 상상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