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 인류의 역사에 스며든 수학적 통찰의 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4
김민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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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수학시간'에 과학과 역사를 만날 수 없는 것일까? 7차 교육과정(1997년) 이후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교과통합'이고, 수학교과에서는 '스토리텔링'과 '스팀수학'으로 큰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학시간에 배우는 것은 '수학문제'를 풀고, 또 푸는 '무한반복'일 뿐이다. 다시 말해, '단순연산문제'에서 실생활과 밀접한 익숙한 문제에 이야기를 입혀 놓고, 이를 '서술형답안'으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바꿔 놓았을 뿐, 여전히 수학시간에는 '문제풀이'만 열심이란 말이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하긴, 수학문제풀이만 하기에도 벅찬 시간이긴 하다. 학교수업시간으로도 모자라서 학원으로 달려가고, 밤늦도록 '문제풀이'만 하다가 집에 가서도 '문제풀이'를 숙제로 반복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시간이 모자라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부족한 학습을 채우고, 예습, 복습을 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만에 하나 '여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수포자'로 낙인을 찍히며 평생 수학과 담을 쌓고 살아야만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정말로 수학은 그토록 어려운 학문이란 말인가?

 

  솔직히 말해, 세상 어디에도 '학문의 길'은 쉬운 법이 없다. 내노라하는 석박사들조차 '학문의 길'은 어렵다고들 한다. 자신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겸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학문은 늘 높고 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문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는 까닭은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학문의 재미'를 학생들에게도 전해주면 좋지 않을까? 깊고 깊은 수학의 세계에 푹 빠져야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아니라 살짝 맛만 보여주어도 '흥미로움'이 절로 느껴지는 그런 것 말이다.

 

  우리가 '스포츠의 재미'에 푹빠져서 열광하는 것이 늘 '프로의 세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때론, 아마추어 경기가 흥미진진해서 볼 만한 경우도 많다. 심지어 '경기의 규칙' 따위는 몰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의 진면목이지 않느냔 말이다. 그렇게 '관심'이 생겨서 더 많은 경기를 찾아보게 되고, '경기 규칙'도 익히게 되어 더욱 흥미진진해지게 되며, 프로선수들의 명경기, 명장면을 직관하면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되면서, 스포츠의 세계에 점점 빠져드는 것처럼 말이다. 수학공부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해보려 한다. 학창시절에는 지루하기만 했던 '역사공부'가 어른이 되니 갑자기 재밌어지는 경우를 겪기도 한다. 이는 머리가 커지면서(경험이 쌓이면서) '안목'이 늘어나며 '보이는 것'들이 많아져서 그런 경우가 많다. 학창시절에는 경험이 미천한 탓에 무작정 암기해야만 했던 '역사적 사건들'이 어른이 되니, 매우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뒤늦게 역사공부 삼매경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마찬가지로 학창시절에는 그닥 중요하다고 생각지 못했는데, '과학의 발전'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깨닫고 '국가경쟁력'이 과학의 힘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과학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과학상식을 깨우치려 열심히 늦깍이 학생들이 참 많은 요즘이다. 대한민국이 우주로켓(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고, 달탐사(다누리호) 우주선을 직접 만들어 쏘아보내는 광경을 보면서 느끼는 짜릿함을 학창시절엔 모르다가 어른이 되어 자긍심으로 다가오게 되는 경험을 하면 묘한 느낌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수학공부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은 있는가?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되지 미적분까지 어렵게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만 들지는 않는가? 그런데도 왜 우리는 학창시절의 절반 이상을 '수학공부'하는데 써야만 하는가..하고 억울해하는 어른들이 태반일 것이다. 여전히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문제풀이' 이외에 다른 수업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학이 중요한 과목이라는 것은 알아도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쉽사리 공감하기 힘들 것이 틀림없다.

 

  서론이 장황했다. 이제부터 이 책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에 담긴 이야기를 하련다. 이 책은 '수학의 재미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역사책이다. '수학의 역사'라고 하니 제목부터 지겨워지는 것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역사적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진행되는 까닭에 흥미롭기 그지 없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와 고대 로마의 아르키메데스의 일상으로 시작해서, 갈릴레이, 케플러가 펼쳐낸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바로 '수학'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으며, 우주의 신비를 품고 있는 과학을 이해하는 도구가 바로, '수학'이라는 사실을 통해 '과학의 혁명'이 곧, '수학의 혁명'이었다는 진실을 새삼스레 깨우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며 '양자역학'을 풀어내는 핵심, 또한, '수학'에 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활약상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고대의 수학자들이 쓴 '시'를 읽으며, 후대의 학자들이 얼마나 많은 영감을 얻게 되었으며, 그를 통해서 인류에게 보탬이 되는 업적을 남기게 되었는지 알게 되다면 '수학의 필요성'을 넘어 '수학의 중요성'까지 단박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수학시간'에 이런 것들을 맛볼 수가 없다. 문제풀이에 매몰된 학생들은 '시'를 통해 수학을 맛볼 수도 없고, '과학'을 통해 수학의 묘미를 깨달을 수도 없으며, '우주의 신비'가 오로지 수학의 발달에 의해서만 풀릴 수 있었다는 진리조차 알지 못한다. 그저 어제도 풀고, 오늘도 풀고, 내일도 풀기만 하는 지겨운 수학을 할 뿐이다. 이젠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기왕 '통합교과'로 교육과정이 바뀌고, 문이과 통합까지 한 마당에, 수학문제만 고집스레 풀려들지 말고 '수학이야기'를 나누며 진정한 '수학의 세계'로 재미나게 여행해보면 안 될까? 먼저, 이 책으로 살짝 맛 본 뒤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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