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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30년사 - 버블에서 아베노믹스까지
얀베 유키오 지음, 홍채훈 옮김 / 에이지21 / 2020년 5월
평점 :
일본의 '지난 30년사'를 살펴보는 두 번째 책으로 선정해보았다. 첫 번째 책이 정치, 경제 등 '일본의 사회문화 전반'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90년대이후 일본 경제의 30년사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흔히, 일본의 경제 현주소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30년간 일본정부는 일본경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기사회생'을 꿈꾸며 '개혁을 통한 발전'을 약속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소소한 '회복'은 있었을지 몰라도 확실한 '반등'은 없었다. 이대로 일본경제는 침몰하는가?
일본 경제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언제나 두 갈래다. 이웃나라가 경제적으로 흥하는 것이 바람직할 건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폭망하는 것이 나을 것인가? 그렇다면 흥했을 때 우리가 취할 자세는 무엇이고, 그 반대일 경우에 우리가 반면교사로 얻을 것은 무엇이냐? 하는 물음을 주로 묻곤 한다. 그리고 한결같이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경제교류'는 연관짓기 꺼리는 쪽을 전제로 깔아두는 편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이득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일본도 그렇게 생각할까? 다시 말해, 일본도 대한민국이 가난하지 않고 선진국으로 발전해야 일본에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천만에! 일본은 지금도 대한민국을 '일본의 식민지'쯤으로 여기고 자국의 2등국민 취급하는 야만국가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표가 일본보다 한국이 앞서고 있는 지금도 "일본은 한국의 형님뻘이다"라는 망발을 하며, 국제적 외교결례를 일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일본을 곁에 두고서 '반면교사'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겸손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무례한 일본에게는 따끔한 일침이 합당하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경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침을 가할 땐 가하더라도, 왜 일본경제가 추락하고 있는지, 내리막길을 무한질주하고 일본에 어떤 방식으로 일침을 가해야 효과적일지 연구해봄직한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경제학자가 분석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일본경제의 현주소'를 파악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본의 경제가 침몰하기 시작한 90년대는 '주가와 땅값의 거품 꺼짐현상(버블 붕괴)'가 주된 원인이었고, 2000년대는 '경제회생을 위한 구조개혁의 실패'가 원인이었으며, 10년대에는 '아베노믹스의 무능한 대응'이 일본의 경제회생을 가로막은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런 '개혁의 원동력'이 사라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해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일본, 그 자체에 경제침몰의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이후, 일본경제는 어떻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나? 80년대 일본경제가 미국에 이어 '경제대국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중요 원인은 '가파른 주가상승'과 '더 가파른 땅값 상승' 덕분이었다. 시쳇말로 '도쿄의 땅'을 다 팔면, 그 돈으로 '미국의 주'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통하던 시절이었단 말이다. 때마침 미국 하버드 대학교수인 '에즈라 보겔'이 쓴 책 하나가 일본의 자존심을 더욱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일본은 넘버원(Japen as Number one)>(1979)이란 책이다. 그러나 '거품 꺼짐현상'이 지속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런 자부심만 가득차 있던 일본은 '내리막길'을 면치 못하면서 '일본은 괜찮아'라는 심정으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일본의 경제정책은 연이어 '헛발질'을 해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이즈미 내각'은 '구조개혁 카드'를 내걸고, 일본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실시했지만, 여지없이 참패를 면치 못했다. '신자유주의 경제'란 '수정자본주의'를 말하는데, 90년대 이후, 공산주의 경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경제가 승리를 거둔 시점부터 '경쟁상대'를 잃은 자본주의가 '스스로'를 수정보완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때부터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복지정책' 등 사회보장시스템이 크게 후퇴하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등 세계적으로 경제가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도입하겠다는 일본의 정책이 일본 서민들의 삶을 크게 후퇴시켜서 '내수 성장'이 원동력을 잃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집권당이던 '자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민주당의 약진'이 성공하면서, '경제개혁의 바람'이 새롭게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9~2012년, 사이의 잠깜이었다. 민주당 정권은 큰 기대와 함께 탄생했지만, 연어이 터지는 부정부패사건으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더니, '소득세(부가가치세) 인상'으로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 어차피 '소득세 인상'은 불가피했다. 경제회생에는 큰 돈이 드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세금'은 꼭 필요했지만, 가뜩이나 곱지 않은 내각이 세금 인상을 시도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라는 것이 부자보다는 서민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조세저항'은 거세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민주당은 자멸하고, '아베 노믹스'가 찾아왔다. 아베 정권이 핵심적으로 내세운 경제정책은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자'였다.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등 대표적인 '부자감세 정책'을 뻔뻔스럽게 전면에 내놓으며, 직장인들의 월급은 '임금 동결'시키며 무려 30년 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되었고,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월급쟁이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일본의 경제가 성장하기라도 했으면 덜 욕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 노믹스'는 환장할 만큼 대실패했다. 이 책이 일본 현지에서 2019년에 출간되었으니 '코로나 이전'의 데이터만을 참고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아베 수상은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며, 수출금지국가로 선정해 일본경제를 더욱 추락하게 만들었으며, 판데믹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베 노믹스'를 그대로 전승한 후임 내각의 헛발질도 여전한 형국이다.
현재의 일본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일 것이다.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첨가'하면 살아있는 개구리는 펄쩍 뛰어 '위기'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겠지만,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개구리는 평온하게 '온천욕'을 즐기며 '아직은 괜찮아'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일본경제의 위기는 '일본은 넘버원'이라는 과거의 영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국민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이 책은 비판한다. 경제정책에서 연이은 헛발질을 계속 하는 '무능한 내각'에 일침을 놓치 않는 국민들의 수준 이하의 국민의식이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이다.
이런 일본경제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있다면, 단 하나'다. 바로 '무능한 정권'에게 표를 몰아주는 교양없고 몰상식한 국민들에게 각성을 주는 것이다. 대통령 한 명 잘못 뽑았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무능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몰상식한 국민이 깨어나지 못하면, 나라는 망할 수 있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책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일본경제 침몰을 보면서 대한민국 경제정책에 참고할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일본경제정책을 참고 삼아 뭘 시도하는 위정자가 있다면 경계할 일이다. 일본경제 침몰의 가장 원인이 '무능한 내각'을 지지하는 '몰지각한 일본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