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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6 -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6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30년대 후반, 일제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민족말살정책'이 시작한 것이다. 중일전쟁의 발판으로 삼은 '식민지 조선'은 일제의 '병참기지'로 전락하고 말았고, 일제는 침략전쟁을 '서양의 침략에 맞서기 위한 아시아의 단결'이란 뜻의 '대동아공영'이란 미명으로 포장하고, 수많은 조선인을 침략전쟁에 참전토록 하였다. 허나, 일본제국에 의해서 일본제국만을 위한 전쟁에 '조선인'이란 이름으로 참전할 리가 만무할 따름이다. 이에 일제는 조선인들을 '2등 국민'으로 차별하면서도 '내선일체'를 내세워 희생양, 아니 총알받이로 이용하려 들려 했다. 나라를 빼앗기고 힘 없는 백성이 된 조선인은 '창씨개명' 따위로 억지로 일본인이 되어 전장으로 끌려가 짐승만도 못한 처우를 받으며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이용 당하고 또 이용 당했다. 이겨도 자랑스럽지 않은 '남의 나라 전쟁'에 말이다.
물론, 이에 맞서 맹렬히 저항하는 세력은 많았다. 독립운동의 기치는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일제는 분명 그 힘이 다하고 있었다. 분명 '전쟁의 시작'은 늘 승전이라는 빛나는 전과로 장식했지만, 이는 '기습공격'이라는 비겁한 술수에 불과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일제는 초반의 승기가 무색할 정도로 무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립운동세력이 '게릴라전'을 펼칠 때마다 일제는 번번히 패배하곤 했기 때문이다. 비록 게릴라전이라서 '소규모 전투'의 승전일 뿐이었고, 곧이어 '대토벌'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물량으로 보복을 해와서 독립운동세력 뿐만 아니라 이들을 물신양면으로 도와주던 민간인들의 피해가 점점 불어나고 있었지만, 일제의 빈틈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일전쟁'의 양상은 전선이 점점 확대되어 가기만 했고, 연이은 일본군의 승리에도 전쟁은 쉽사리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일제가 중국을 점령하기에는 중국이 너무 컸던 탓이다. 거기다 '공산주의 세력'은 날로 확대되어 갔다. 소련에 이어 중국까지 '공산화'가 뚜렷해지고, 세계대공황에서도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보다 경제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자 전세계 수많은 인민들이 '공산주의의 매력'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제의 만행은 '제국주의의 민낯'을 낱낱히 밝혀주는 꼴을 면치 못했고, 공산당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것이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는 정정당당한 일이 되어 버리는 통에 '공산주의자=애국자'로 통용되는 일로 커져만 갔다.
이는 우리측 독립운동가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에 수많은 독립운동이 활기를 잃고 '변절자'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공산주의'는 노동자와 농민 들의 시위와 파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일제에 저항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독립전쟁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서도 '공산주의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독립운동세력은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공산국가인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산주의자'로 전향하는 일도 흔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독립운동의 명맥'을 이어온 이들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보천보 전투'로 유명한 김일성이다.
우리는 김일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일찌기 공산당의 일원으로 '독립운동'을 펼쳤다는 것에 부인하지는 않고 있으나, 그가 '청산리대첩'과 같은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일성의 독립운동을 깎아내려버리면 '또 다른 독립운동가들'도 동시에 폄하하는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김일성의 독립운동 참여 '사실'은 인정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해방 후에 '한국전쟁'을 일으킨 원흉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북한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남한에서는 그를 곱게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김일성은 '제한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해방 이전의 활약에 대해서만 논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암튼, 김일성은 동북항일연군에서 활약 했다. 동북항일연군은 중국공산당이 주제해서 만든 항일조직으로 일단은 '중국군'에 소속되어 있지만, 조선인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따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일제의 계략으로 인해 밀정이 파견되어 독립운동세력을 와해하거나 주축인물을 일제에 투항시켜 변절시키거나 '또 다른 밀정'이 되어 더 많은 독립운동가를 색출해내려 했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은 조선인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백척간두의 상황에서도 '김일성'만큼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혹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밀정이 '김일성'을 배신자, 변절자라고 실토하더라도 중국공산당 뿐만 아니라 조선공산당원들도 모두 '김일성'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이런 사실만 보아도 김일성이 인맥관리에서부터 활동의 청렴성까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도 '자기관리'만큼은 철저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자기 주위에 '적'을 두지 않고 두루 명망을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김일성의 인기는 이를 반증하는 확고한 증거로 작용했던 것이다.
허나 김일성이란 '예외사항'을 빼고 나면, 조선인은 나라를 빼앗기고 온갖 설움을 받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 맞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따라 친일을 하지 않거나 변절을 하지 않는 한 조선에서는 목숨 붙이고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고, 이웃나라로 잠시 몸이라도 피하자고 떠난 이들도 '일제부역자', '일제의 스파이'로 오인되어 머나먼 타지로 쫓겨나는 푸대접을 받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조차 '조선인과 일본인'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하는 마당에 소련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로 인해 스탈린은 '고려인 이주정책'을 강제로 밀어붙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고려인들은 빈곤과 불모의 땅이던 '중앙아시아'로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이유도 궁색한 '일제의 스파이' 혐의를 받고 말이다. 소련의 공산혁명의 최일선에서 활약했던 영웅들조차 이런 푸대접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그분들의 업적을 뒤늦게나마 드높이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하는 까닭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바로 그분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의 핵폭탄이 일제의 항복을 끌어냈고, 그로 인해 조국이 해방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독립운동' 자체가 없었다면 '독립'은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독립운동가'를 한분 한분 찾아서 그들이 받고 누려야 마땅한 공로에 아낌없는 감사를 드리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래야 이 땅에 또다시 불운이 찾아와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도 당연히 '나라를 지키는 애국자'로 나서 싸울 것이다. 이처럼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도 망설이는 까닭이 있다면, 해방정국의 혼란과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연이어 겪으면서 '친일파'들이 '구국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또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독재정권이 들어서서 '이들'을 감싸고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포장'하고 키워주고 거짓까지 일삼으며 '쉴드'를 쳐주는 못된 이들이 많았던 탓이라 하겠다. 이런 비극속에서 되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숨죽이며 살아야 했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란 말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미워해야 할 것은 '외세의 힘'에 기대어 '자신의 안위'만 돌보는 매국노들이다. 나라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서도 제 한 몸만 살려보겠다고 민족을 배반하는 놈들을 미워해야 마땅하다. 또한 자기 스스로 제 나라가 '약소국'이라 떠들고, 강대국에 '빌붙어야만' 살 수 있다며 떠벌리는 '노예근성' 쩌는 놈들은 밟아죽여도 시원치 않으리라. 그 못난 놈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것도 '힘 있는 나라에 납죽 엎드려 사죄를 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말들 뿐이다. 들을 가치가 있는가? 자기 한 몸 노예가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제 자식'마저 총알받이로, 성노예로 갖다 받쳐도 그 큰 은혜(?)를 갚을 길이 없다고 떠들어대는 헛소리에 현혹될 것이냔 말이다. 이젠 진짜 미워할 놈들을 미워하자.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염치없는 것들에게 단단히 혼쭐내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마지막 7권에서 그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