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아리 -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
이아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타까운 일이지만 '데이트 폭력'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일이다. 그것도 둘 만이 있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어두운 곳에서 힘쎈 가해자와 연약한 피해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데이트 폭력이 더 끔찍한 건 '가스라이팅'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가스라이팅'이란 심리적 학대의 한 유형으로 상황을 조작, 왜곡시켜서 피해자의 기억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를 테면,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널 사랑하는데 뭔들 못하겠니?"..라면서 폭력을 정당화하고 '길들이기'를 시행하며, 가해자가 원하는 대로 피해자가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폭력과 협박, 억압, 강제, 수탈까지 서슴지 않기에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에게 지옥보다 더한 아픈 상처를 남기곤 한다. 그래서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리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되어도 흔한 연인들 간의 '사랑싸움'으로 치부되기에 가해자에게는 "여자가 맞을 만 했네"라며 별일 아닌 듯 폭력을 두둔하고 피해자에게는 "왜 안 헤어졌어요?"라면서 은근히 모자란 탓을 하며 '데이트 폭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심지어 피해자의 신고로 가해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상황이라 할지라도 조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당사자인 두 남녀를 동석시켜 제대로 작성조차 할 수 없게 만들거나, 서로 떨어져 있다고 해도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선처'할 것인지, '고소'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합의'할 것인지 물으며, 울먹이며 벌벌 떨고 있는 피해자에게 '사건종결'을 서두르는 모양새를 취해 당혹스럽게 만들곤 한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가해자는 얼마 되지 않아 풀려나게 되고 피해자에게 '2차 폭력(스토킹, 살해협박, 살인 등)'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뉴스를 장식(!)하곤 하는 것이다.

 

  이런 끔찍한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이별할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분명히 알림과 동시에, 직장이나 이웃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알려서 충분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분명히 하는 것이고, '데이트 폭력' 발생 후라면 경찰 등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안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귀가 시간에 경찰동행을 신청하는 등 가해자와 완벽한 차단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허나, 연인 사이였다는 것이 종종 발목을 잡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를 완벽하게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 '데이트 폭력'의 가장 큰 문제점이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의 한계가 드러나는 점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연락처는 물론이고, 집주소도 알고 있으며, 심지어 '현관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거기다 요즘엔 SNS가 활발한 탓에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스토킹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거짓까지 서슴지 않고 퍼뜨릴 수 있기에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는 가해자와 헤어진 뒤에도 불안에 떨며, 악몽도 꾸는 등 심리적 장애를 겪기도 하며, 심하면 자살까지 하게 되는 등 그 심각성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다 이아리>는 실제 '데이트 폭력의 경험'을 웹툰 형식으로 낱낱이 밝혀낸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데이트 폭력'의 끔찍함과 심각성을 직접 경험한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난감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가해자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도 거의 없고, 일단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기 전까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더라도 고작해야 '접근금지명령'과 같은 유약한 처벌이 대부분이고, 가해자를 '사회적 격리'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탓에 가해자의 보복에 노출될 위험을 막기 위한 노력은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맡겨 놓는 소극적인 대책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사랑싸움'이라는 미명으로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가장 큰 까닭은 "당신도 얼마든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 평생을 모태솔로로 살 작정이 아니라면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를 하는 연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그 연인이 한순간에 '폭력'을 일삼는 또라이라면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말이다. 더 끔찍한 것은 폭력을 방조하며 '남일'로 치부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도움조차 청할 수 없는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면 어쩔 것인가 말이다. 이는 매맞는 아내/남편이 발생하는 부부싸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부부 사이는 '이혼'을 통해서 법적인 보호라도 받을 수 있지만, '연인 사이'에는 법적인 보호는커녕 보상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더욱더 보호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연애하는 것조차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한다는 것이 웃긴 일이라면, 폭력을 저지르는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폭력이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폭력의 심각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연인 사이는 겉으로 드러난 부분보다 감춰진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일단 '폭력'이 눈에 띄게 보인다면 분명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기에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하나 뿐인 목숨마저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우위'를 선점하고서 폭력을 자행하는 일이 태반인 것이다. 그렇다면 '데이트 폭력'을 단 한 번이라도 저지르면 사회적 매장을 시켜도 좋을 엄벌이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가해자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행위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두 번 다시 폭력을 저지르지 않을 때까지 '완벽한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단 말이다.

 

  너무 무거운 형벌이라고 생각하는가? 성폭력과 성추행과 같은 비인간적인 짓을 하고서도 뻔뻔스럽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상상을 해보라. 당신의 옆자리에 '가면'을 쓰고 정상인처럼 행동하는 성범죄자가 함께 하고 있다고 상상을 해보란 말이다. 그들도 '인간'이니 '인권'을 보장받아 마땅하겠지만, 한순간에 '인간'이길 포기하는 그 짐승들이 우리 사회 속에 자유롭게 나다니게 만들고서 어찌 안심하며 살 수 있겠느냔 말이다. 심지어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인지도 모르고 사랑에 빠져서 스스로 피해자인 줄도 모르고 '길들여져' 버리는 끔찍한 상황을 난,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