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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5 - 1931-1935 만주침공과 새로운 무장투쟁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5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30년대 초반, 세계는 1차세계대전의 후유증의 하나인 '대공황'으로 치닫는 과정을 겪고 있었고, 일제는 조선을 발판으로 삼아 대륙으로 약진하여 만주와 몽골까지 식민화 시킨 뒤, 중국 본토를 침략할 대대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에 맞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무장투쟁'으로 노선을 확고히 하며 다채로운 성격을 띨 정도로 각각의 계열에 따라 각각의 무장항쟁과 항일투쟁을 벌여왔다. 그 가운데 눈여겨 볼 대목은 단연 '한일애국단의 의거'였다. 1932년 1월, 4월에 벌인 이봉창과 윤봉길의 의거는 뿔뿔이 흩어진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식민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던 한국민중들의 독립의지가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면 아래로 잦아들던 독립운동의 기치가 다시금 활발해지게 되었다.
대한민국 역사교육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이 바로 '근현대사' 부분이다. 그 가운데서도 '항일투쟁사'는 아직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채 '반쪽짜리'로 드문드문 배우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바로 독립운동가들이 수많은 계열과 계파로 나뉘어 이합집산을 하기도 했고, 일제의 철저한 감시와 억압적 통치체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활동에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한 덕분이다. 그 가운데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가'와 '민족주의계열의 독립운동가', 그리고 '무장투쟁'에 앞장선 독립운동가들 중에 '공산주의계열의 활약'은 아직도 쉬쉬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을 낱낱이 밝히지 못한 까닭은 이들이 해방이후에 대부분 이북에서 활동하였기 때문이고, 민족주의계열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민족을 배반하고 일제에 협력하는 '배반자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며, 공산주의계열의 무장투쟁은 훗날 김일성세력으로 흡수되거나, 김일성에게 숙청 당하는 결말이었기 때문에 철저한 반공노선을 내세운 남쪽의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시절에 '이름'조차 들먹일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약산 김원봉이다. 의열단을 이끌며 일찌감치 독립운동을 벌였던 그였고, 김구와 더불어 해방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돌보지 않고 큰 성과를 이뤘던 그였는데도, 해방 이후 김원봉이란 이름은 철저히 감춰지고 말았다.
독립운동은커녕 친일에 앞장 섰지만 해방이후 반공을 외쳐서 '애국자'가 된 친일파들은 숱한데, 우리는 진정한 독립운동가들의 면면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딴에는 그렇다. 혼란한 해방정국에 이어 세계대전의 축소판인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빈국을 오늘날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키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고, 비록 늦기는 했지만 오늘날에 와서 '독립운동가'를 훌륭히 대접하는 멋진 나라가 된 것도 '경제발전'을 이룩한 애국자(?)들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이다. 또한, 뜨거운 열전을 마치고 '미소냉전'으로 인한 두 가지 갈림길에서 미국의 편에 선 것이 지금에 와서 보면 '최선'이었다고 말이다. 그러니 지나간 옛일은 묻어두고, 거북스럽게 들춰내서 논란만 크게 만들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다가 좋게좋게 지내자고 말이다.
과연 그게 좋은 일이고 최선인걸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두가 누리는 행복은 '독립운동가들의 피, 땀, 눈물' 없이는 설명할 길이 없다. 독립운동가들이 하나 뿐인 목숨을 아끼지 않고 활약한 덕분에 우리는 그 빛나는 업적을 귀감 삼아 당당히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친일파와 매국노들 덕분에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거라면 왜 당당히 '친일'을 권장하고, '나라 팔아 먹는 짓'을 가르치지 않는 것인가? 이 땅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당당히 가르치란 말이다. 나라에 위기가 찾아오면 앞장서서 외세를 끌어들이고, 외세의 힘에 빌붙어 네 이웃과 동족을 헐값에 팔아넘기며 제 이익을 챙기는 놀라운 업적을 왜 감추기 급급하며,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자신들의 업적인냥 떠벌리냔 말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일본은 지금도 부끄러운 줄 모르기 때문에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일본국민들을 전쟁터로 내몰아서 제 잇속만 챙기려는 '군국주의'를 다시금 부활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평화헌법'도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군사대국화'를 꿈꾼다. 우리도 부끄러운 줄 모르면 다시금 강대국들의 입맛에 딱 맞는 '전쟁터'를 제공해주고 온국민에게 고통과 설움을 겪게 만들 것이다. 지금 우리는 '미중대결'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아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 나라는 그 '대결의 장'을 제공하는 아픔을 또다시 겪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짝 정신 차려야 한다. 러시아의 침공에 우크라이나가 대항하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곳에서도 '친러파'가 길을 내주어 우크라이나 점령을 도운 앞잡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과연 이 전쟁이 끝난 이후에 자손만대 호의호식하며 살 것 같은가?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편을 드는 전세계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독립의 의지를 활활 태우는 그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는 전세계인들 말이다.
이젠, 친일을 하는 것이 대세였고,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누구나 다 친일파였다...는 변명에 비겁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독립운동가처럼 하나 뿐인 목숨을 내놓아야만 한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이 참으로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송을 아끼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후손들에게도 마땅한 대우를 해줘야만 할 것이다. 그러니 친일파를 옹호하는 짓은 삼가줬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철저한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빨갱이 운운하는 품위 없는 행동은 제발 안 했으면 한다. 빨갱이로 낙인 찍는 행위는 대한민국을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만들고 편을 가르기만 하는 부작용을 낳는 '백해무익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맹점을 저격하고 공산주의란 대안을 제시했던 마르크스의 이론을 포용하고 대대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국가들도 속속 세계적인 자본주의체제로 들어와 함께 경제시스템을 굴려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공산주의를 표방하면 빨갱이라 부르고, 중국의 공산주의는 감히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여전히 무역을 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내세울 참인가. 어차피 공산주의는 그게 그거인데 말이다.
어차피 우리는 북한을 품에 안고 중국과 러시아도 발 아래 두고 대륙으로 뻗어나가 세계를 누비는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일본의 식민지, 중국의 종속국, 그리고 미국의 노예로 살아갈 것인가. 외세의 그 어떤 위협에도 당당히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다시금 되돌아보고, 이런 방법은 실패를 하고, 저런 방법은 별 효과가 없으며, 요런 방법이야말로 독립의 올바른 길이었다는 것을 배우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