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치우기의 기술 - 행복하고 가벼운 삶을 위해 똑똑하게 손절합니다
사와 마도카 지음, 이효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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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만 보아서는,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서라는 내용일 것 같다. 웃고만 살아도 짧은 삶인데 울상과 죽상을 하고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은 출근길로 하루를 시작하는 삶은 당장에라도 때려치우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하고 싶은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먹고 살 걱정'을 더는 일이기 때문에 더럽고 아니꼬운 직장이라하더라도 함부로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새 직장을 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려면 반드시 '먹고 살 걱정'부터 해결하고서 시도해야 할 일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무작정 일을 저지르고 보니 일이 술술 풀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니 매 순간이 즐거워지고, 즐겁게 일을 하다보니 일의 능률이 쑥쑥 오르고, 능률이 쑥쑥 오르니 실적도 좋아지고, 좋아진 실적만큼 수익도 빵빵하게 늘어서 살림살이가 넉넉해지고, 살림살이가 넉넉해지니 삶이 한층 여유로워져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 드문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복을 절로 찾아오고 뭘해도 운이 따르는 사람은 드문 법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운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더라도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실력을 갈고 닦은 '준비된 능력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능력자들의 숨겨진 노력은 정녕 토가 나올 지경이라 일반인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법이고 말이다. 그러니 이런 능력자들을 참고 삼아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과감히 사직서를 내던지는 어리석은 짓은 하덜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글쓴이가 <때려치우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써낸 것은 버려야 할 것이나 버려도 상관 없는 것들을 버리지 못해서 하고 마는 후회를 할 바에야 '과감히 버리자!'라고 조언한 것이다. 어쩌면 '때려치우기 기술'이란 '정리의 달인'으로 이해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집안 곳곳을 둘러보면 '버려도 상관없는 것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정리정돈을 방해하는 물건들이 한가득일 것이다. 심지어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언젠간 쓸모가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물건들도 수두룩할 것이다. 쓰지도 않으면서 차마 버리지도 못하는 그런 물건 말이다.

 

  글쓴이는 이런 현상을 경제학 용어를 빌어서 '매몰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몰비용이란 지출한 비용 중에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일컫는 것으로 지금까지 들인 돈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아깝다는 핑계를 대며 더 큰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비용을 말한다. 우리는 인생에서도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낡은 전자제품을 빗대면서 새로운 제품이 성능도 좋고 더 편리한 기능도 갖췄는데도 여전히 낡은 전자제품을 고집하며 '아직도 쓸만해'라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라고 따끔하게 일갈한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여러 모로 맞지 않아 힘겨워하고 있으면서도 새 직장을 구하기 힘들거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새 직장도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는 어설픈 합리화로 자신의 재능을 꽃 피우려는 노력은커녕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 다다르면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이는 단순히 '먹고 살 걱정'이라는 문제를 넘어서 아무러 변화조차 시도하지 않으면서 현재에 대한 불만만 키우고 있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따끔히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가두고서 일생을 마치는 것이 진정 바라는 것이냐고 말이다. 더구나 시대는 늘 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변화에 시기적절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변화된 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이다. 이를 테면, 팬데믹이라는 변화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이들이 겪은 어려움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글쓴이는 '신선 식품'을 예로 들면서, 마트에서 구매하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은 급변한 재난에 마트가 정상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대로 굶는 수밖에 없지만, 신선 식품을 직접 재배하거나 원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마트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져도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때려치우기 기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잘 다니던 직장을 일시적인 감정의 변화로 멋드러지게 때려치우고 나가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걸맞는 일을 찾아나서는 용기와 '변화된 세상'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적응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일컫는 셈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고 말이다. 어쩌면 글쓴이의 조언은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슬기로운 생활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은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한때 '경제대국 2위'라는 위상을 보여줬지만, 버블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서서히 가라앉는 경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일본인들이 '아직은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해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이들이 속출한 경험과 함께, 일자리는 넘쳐나는데 일하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경종을 울릴 목적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쓴소리가 일본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우리가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일본경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참고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머지 않아 한국에서도 벌어질 일이라는 것은 상식일테니,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허나 이 책을 그런 용도로만 읽으면, 하나만 보고 둘은 볼 줄 모르는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왜냐면 한국경제는 이미 일본을 넘어서고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경제규모면에선 아직 일본에 비해 뒤쳐진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기술적인 면이나 새로운 사업적인 면에서 봤을 때 일본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들을 우리는 이미 시도해서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산지석의 교훈'으로만 이 책을 읽으면 안 된다.

 

  그보다는 행복한 삶을 꿈꾸고, 그 행복을 실현하는 지혜를 배우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필요없는 물건만 버릴 것이 아니라 하릴없는 인간관계까지 깔끔하게 손절하는 지혜를 터득하려고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사실, 물건보다 사람을 버리기가 더 힘들다. 하지만 아무 짝에 쓸모도 없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있는 것처럼 내 삶에 보탬은커녕 발목만 붙잡는 인간도 있는 법이다. 그런 물건과 인간을 내 삶에서 깔끔하게 치워버리는 지혜, 더 나아가 내 삶에 더는 관여하지 못하게 손절하고 범접할 수 없도록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자, 이제 내 인생에서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러 가보자.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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