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 - 신대륙 이주와 독립전쟁 미국사 산책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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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그런 까닭에 미국의 역사를 고작해야 250년에 불과하다고 말들 하지만, 지금의 초강대국 미국을 감히 '짧은 역사'만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 짧은 시간에 가장 강력한 나라로 우뚝 선 미국에 대한 경외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과연 미국은 어떤 나라길래 이토록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힘쎈 나라가 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시중에는 미국에 관한 책이 넘쳐난다. 저마다 독특하고 남다른 관점이 담겨 있어서 흥미롭기 그지 없지만, 그 가운데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시리즈는 단연 돋보였다. 먼저, '우리의 시선'으로 미국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끌렸다. 외국인이 쓴 책들도 많고, 그 책들의 훌륭함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국인의 시선'으로 미국을 서술한 책을 먼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우리만의 시선으로 미국을 이해하고나서야 외국인의 시선으로 미국을 서술한 내용이 제대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겉으로 드러난 미국의 위대함'보다는 '속살 깊이 파헤친 미국의 속사정'을 낱낱이 파고드는 '강준만의 비판적 서술'은 정말 인상 깊었다. 원래 힘 있는 것들은 '뒷담화'를 해줘야 제맛이다..라는 속설을 제대로 증명해낸 강준만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 까닭에 이 책으로 '미국의 민낯'을 들여다보려는 나의 독서계획에도 딱 들어맞았다.


  이 책이 마음에 꼭 들었던 이유를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바깥'은 물론이려니와 '미국이 생기기 이전'까지 속속들이 나열하면서 '미국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였다. 이제 고작 1권을 읽은 탓에 나머지 완결까지 계속 이런 방식을 유지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미국의 손발놀림' 하나하나를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서 '미국의 주변국 동향'과 더불어 '미국을 위한 이권개입', '미국에 의한 전세계적 사건사고들'을 살펴보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사 산책>이지만 마치 <세계사 산책>을 읽은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해서 흡족했다.


  각설하고, 1권에서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부터 '미국의 독립전쟁'까지 서술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신대륙 발견'이 아닌 '구대륙 발견'이라고 고쳐부르며 '콜럼버스의 업적'을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 관점으로 당연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이 책은 무려 10년 전에 쓰여져 있는데도 콜럼버스의 오판에서 비롯된 '원주민 학살'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콜럼버스를 뒤따라서 '신대륙'에 탐욕의 손길을 뻗친 스페인의 후발주자들이 벌인 잔학한 짓들도 낱낱이 서술하고 있다. 물론 콜럼버스는 '미국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곧잘 드러내고 있는 '미국의 야만성'이 콜럼버스의 후예가 아니고서는 적절히 설명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닮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할 것이다. 암튼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길'을 찾겠다고 저지른 무모하고 모험적인 행동이 오늘의 미국을 있게 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콜럼버스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인'들조차 콜럼버스를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다음은 '미국인들의 조상'에 관한 내용이었다. 바로 '청교도(퓨리턴)'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내가 가장 궁금한 내용이기도 하다. 바로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정착한 이들이 '자신들의 자유'만 보장하고, '원주민'과 '흑인'에겐 제외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제 논에 물대기' 아니냔 말이다. 자신들도 '탄압'을 피해 새로운 땅에 이주했으면 '탄압'을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 다음 내용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높은 도덕적 신념이라하더라도 '실익과 실리' 앞에선 언제나 두 번째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이란 나라는 언제나 '실리'를 챙기면서, 온갖 명분을 내세울 뿐이라는 것도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실리'를 더는 챙길 수 없게 되면 곧바로 '손절'해버리는 습성도 '미국인들의 조상'에겐 당연한 것이었다.


  그 덕분(?)에 미국에서 '약자'는 언제나 소외되고, 희생을 강요 당하며, 심지어 죽임까지 당해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도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심각한 까닭이었다. 이토록 심각한 인종차별의 뿌리는 '흑인 노예무역'과 '인디언 사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 미대륙개척자들에게 흑인과 인디언은 '애매한 존재'였다. 광활한 대륙이 필요로 한 것은 '튼튼한 노동자'였는데, 흑인만큼 적절한 노동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필그림 파더스에게 인디언은 낯선 땅에서 겨울을 날 수 있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준 '생명의 은인'이었었다. 그런데 조금 먹고 살만해진 이주 백인들은 '흑인노동자'를 '흑인노예'로 전락시켰고,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기 위해 '인디언 사냥'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렇게 인디언에게 빼앗은 드넓은 땅을 경작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흑인노예를 사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인디언은 학살 당하고 흑인노예의 비참한 삶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잔인무도해지게 되었다. 오직 '이주 백인들의 실익'을 위해서 말이다.


  이런 와중에 '식민지인'들을 분노케 만드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바로 연이은 전쟁으로 국고를 탕진한 '영국 본토인'들이 '미국 식민지인'들의 의사와는 상관도 없이 '세금'을 매기고 올린 탓이다. 이에 '미국 식민지인들'은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영국 본토인들'은 들어주는 척, 대부분의 과세를 없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차 세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식민지인들을 분노케 했다. 이 때문에 '보스턴 차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세상을 뒤흔든 총성'이라 불리는 사건이 발발하며 미국 독립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 초반에는 식민지인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영국은 엄청난 수의 정규군을 파견하며 '13개 식민지'를 공격했지만, 식민지인들은 총사령관으로 조지 워싱턴을 내세웠을 뿐, 변변한 승전보도 없이 패전에 패전을 거듭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단한 활약을 한 것은 식민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민병대'였다. 그렇게 민병대는 영국 정규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치며 승승장구하였고, 속속 워싱턴의 본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편, 토머스 페인의 <상식>이라는 얇은 책이 식민지인들에게 '독립의 정당성'을 심어주었다.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인 시기에도 여전히 많은 식민지인들은 '영국이 세금만 깎아준다면 전쟁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냐면 식민지인들도 '영국 국왕폐하의 충실한 신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나 <상식>의 등장은 식민지인들의 생각을 확 뒤바꿔버렸다. 스스로 독립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는 '페인의 설득'이 먹혀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미국의 독립전쟁은 승리로 장식했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독립선언을 바탕으로 미국은 독립국이 되었다.


  허나, 신생국은 혼란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승리를 이끈 주역인 '민병대'는 독립 직후에 해산되었지만, 변변한 이득도 없었고, 심지어 무일푼으로 목숨만 겨우 부지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반면에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부류와 '영국 본토에서 귀족으로 살았던 부류'는 온갖 이득을 다 챙기며 더할나위 없이 부유했고 말이다. 이처럼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불만을 품은 전쟁영웅들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바로 '셰이즈의 반란'이다. 비록, 반란은 곧 진압되고 주동자였던 셰이즈는 죽임을 당했지만, 이런 반란에 화들짝 놀란 '중앙정부'는 곧바로 부의 분배와 혜택이 골고루 전해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 '또 다른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빠르게 조치했다. 하지만 이런 일사분란한 조치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류가 있었으니, 바로 '흑인'과 '인디언', 그리고 '여성' 들이 그렇다. 이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까닭은 명명백백하다. 한마디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이들을 사람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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