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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1월
평점 :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며, 한글을 쓰고 읽는 대한민국은 전세계 인류 가운데 가장 '문자학적 축복'을 넘어 사치를 누리고 있다며 전세계 언어학자들이 극찬해 마지 않고 있다. 왜냐면 전세계에 언어를 가진 국가나 민족은 많지만, 그 언어에 딱맞는 '문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문자 가운데서도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단 하루만'에 쓰고 읽을 수 있으며, 영특한 사람이라면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대한 문자를 가진 우리 나라인데도 '문법 체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라서 웃음거리(?)가 될 지경이라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한글의 원조인 '훈민정음'이 반포된 건 1443년이지만, 이 문자를 우리가 온전히 갈고 닦으며 쓰게 된 것은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 창제 당시에는 '중국문자'와 다른 오랑캐 문자를 쓸 수 없다며 천대를 받았고, 누구나 쓰고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지독히 반감을 품은 당시 '기득권층'의 저항에 궁중의 여인들을 비롯한 '소외계층의 문자'로 전락하고 말았던 탓에 제대로 된 '문법체계'를 갖출 기회조차 없었으며, 비로소 주목받게 된 때에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이었기에 '우리 민족'이 쓰는 '우리 문자'조차 제대로 연구할 수 없어서 조악하고 열악한 처지에 놓인 학자들에 의해 '기초문법'이나마 갖추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해방이 된 뒤에 '우리 말'과 '우리 글'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게 되었으나, 안타깝게도 혼란스런 해방정국의 여파로 아름다운 우리 글의 문법조차 이러쿵저러쿵 갈피를 잡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고 억지로 껴맞추게 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렇게 '국어 문법'은 어렵사리 정리되었지만, 최소한 '맞춤법 통일안'조차 일사분란하고 일맥상통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일상 생활'에서 헷갈리게 쓰이고 있는 실정이며, 심지어 '맞춤법'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조차 <국어사전>을 들춰보지 않으면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도 헷갈리는 점은 '국립국어원'에 문의를 해본 뒤에야 겨우 쓰게 되는 경우가 적잖다. 더욱 큰 문제는 '국립국어원'조차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거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어색한 똥고집을 부리며 꼭 '그렇게' 써야만 한다고 장광설을 내놓는 경우가 허다한 문제점이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저것도 모두 '표준어'로 공표하는 통에 수많은 예외조항만 만들어 놓는 '누더기'가 된 지 정말 오래 되고 말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이런 혼란스럽고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글쓴이는 '최소한의 맞춤법'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 오빠는 정말 정떨어진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물론 완전 동의한다. '신조어'깜도 되지 않는 '엉터리'로 소듕한 한글을 더럽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정말 많기에 글쓴이의 분노(?)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난, 사소한 문자나 간단한 톡을 쓸 때에도 '맞춤법'에 맞게 쓰고, '띄어 쓰기'에 철저하려 노력하며, '전하는 내용'에 어긋나지 않는 '표준어 사용'을 하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한 노력을 하게 된 까닭도 첫사랑의 영향이 크다. 첫사랑에게 최대한 귀여움을 어필하려고 '혀 짧은 듯'한 문자를 보냈다가 '맞춤법'을 지키라고 핀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 첫사랑은 '출판사 편집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방 맞은 뒤부터는 열심히 '맞춤법 공부'를 했고, 그렇게 난 '논술쌤'이 되었다. 물론 난 '미혼'이다. 그런 비슷한 경험(?) 때문이었던 걸까?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어버렸고, 급기야 글쓴이에게 '공개구혼'이라도 하고픈 심정이 들었지만, 참고 있다. 혹시라도 그 사이에 솔로가 아닐까봐서 말이다. 나 말고 그녀가 말이다.
암튼, 맞춤법을 지키면 '섹시'하다는 글쓴이의 주장에 당당히 한 표를 던진다. 맞춤법을 지킨 글을 읽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실수를 발견하면 실망감도 커지는...글쓴이와 비슷한 경험이 정말로 많아서 '공감'으로 충만한 책을 읽는 유쾌한 독서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았다. 맞춤법을 '이토록' 지키기 어렵다면 좀더 쉬운 맞춤법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이를 테면, 있으나 마나한 '사이시옷' 같은 건 아예 없애버리고, '띄어 쓰기' 규정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한 뒤에 '뜻'만 적확하게 전할 수 있다면 모두 맞게 바꾸는 것 말이다. 사실 '사이시옷'이라는 게 얼마나 어이가 없냐면, '장맛비[장마삐/장맏삐]'처럼 발음규정도 확실히 규정하지 못하고, 뜻조차 '장마 때 오는 비'인지 '장맛 나는 비'인지 헷갈린 예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점[초쩜/촛쩜]'처럼 '한자어'인 경우에는 무조건 빼라는데, 애초부터 예외규정을 둘 요량이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장면' 같은 경우처럼 오래도록 '자장면'만 옳고 '짜장면'은 틀렸다고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혼용'해서 쓰고 있으니 둘다 표준어로 허용해준 사례가 많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의 권고사항은 애초부터 듣지 않고 박박 우기면 해결될 일이라는 해석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와 '허용'이 남발되면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허나 언어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만듦-쓰임-죽음'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고, 그로 인해 '문법체계' 또한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문법체계를 누더기처럼 깁고, 이해하기 어렵게 장황한 부연설명을 늘어놓은 것들을 싹 골라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결국 '문법'도 많이 쓰이고, 자주 쓰여야 사랑받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문법 체계'에 대한 접근이 쉽고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해서 모두가 널리 알맞게 쓰는 한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는 <문법책>과 <맞춤법>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만 할 것이다. 그동안에는 읽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지는 딱딱한 책이 많았지만, 이 책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처럼 쉽고 재미난 책이 널리 사랑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한글사랑을 더욱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관심'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 책을 '불알이며' 읽으면 정말 누구나 '맞춤법 천재'가 되고 '뇌섹남/뇌섹녀'가 되는 특급열차를 타게 될 것이다. 더는 '맞춤법'을 초등학생 때만 배우는 유치한 공부라고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작 어른들은 절대로 '받아쓰기 만점'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점을 받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우리 맞춤법'이 어렵기 때문인 것이고, '맞춤법'의 눈높이를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우리가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레 우리 모두가 수준 높은 '교양인'이 된다는...뭔가 했던 말 또 한 느낌이지만.. 암튼, 맞춤법은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재밌고, 지켜주는 것만큼 섹시하다는 글쓴이의 말씀에 공감하는 바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