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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돈 - 결국 용기 있는 기회주의자가 부를 얻는다
황현희.제갈현열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1월
평점 :
돈의 속성은 무엇일까? 길바닥에 100만 원짜리 수표가 놓여있다고 하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주우면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망설일 까닭이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눈먼돈'이 있다면 먼저 차지한 사람이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 마다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말이다.
그런데 가정을 해보자. 그 돈이 더러운 쓰레기통에 있었더래도 당연히 주울까? 뭐, 이 정도는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악취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빠졌거나 누군가가 똥을 싸질러 놓고 그 돈으로 뒤를 닦았는데도 당연히 주울까? 조금 망설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금액을 올려보자. 1억 원짜리다. 당연히 주울 것이다. 더러워도 참고 말이다.
그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음, 이를 테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그 대가'로 받는 돈이라도 당연히 하고 당연히 챙길 수 있는가? 이건 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무리 돈이 좋더라도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돈을 챙긴다면 구리다 못해 캥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기를 치거나, 살인을 저지르거나, 나라를 팔아먹는 짓을 해서 돈을 챙기는 부류를 굉장히 싫어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돈에도 나름의 '선'이 있는 셈이다.
<비겁한 돈>의 핵심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고 '정당한 투자'만으로도 누구나 부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고 투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으로도 누구나 넉넉한 부를 누릴 수 있다면 망설일 까닭이 전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곰곰이 들여다보면 [내가 투자로 번 돈=누군가가 잘못된 투자로 잃은 돈]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투자는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다. 분명 불법은 아니다. 돈을 번 사람도 잃은 사람도 모두 투자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사행성 도박이라는 느낌이 잠깐 들지만 엄연히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이 전혀 아니다.
그래서 수많은 투자전문가들은 '비겁한 돈'의 실체를 공공연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건전한 투자방법을 설명하며, 초기에 서툰 투자로 종자돈을 잃거나 쌈지돈을 잃어버려도 열심히 투자를 배우다보면 자연스레 올바른 투자방법을 배워 '부의 성공'을 쌓을 수 있다고 조언할 뿐이다. 어찌보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초기 투자자의 호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는 뉘앙스는 애써 감추면서 "당신의 잘못된 투자가 고스란히 내 수익이 된다는 사실만 모르면 돼"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딴에는 <비겁한 돈>의 저자가 공익제보를 하며 '부의 성공'에 감춰진 비밀을 속시원하게 까발려준 것도 같다.
허나 이 책의 저자도 어쩔 수 없이 '투자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어제' 투자한 사람의 빈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말이다. 결국, '오늘' 투자한 사람은 '내일' 투자를 시작한 사람의 이익을 챙겨갈 것이다. 물론, 투자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열심히 투자한다고 고스란히 수익으로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투자를 전혀 모르는 침팬지가 투자전문가보다 더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하기 때문에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투자다.
그러나 아무리 '투자의 속성'이 불확실하다해도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시작기-상승기-정체기-쇠락기] 말이다. <비겁한 돈>에 따르면 누구나 확실히 수익을 낸 시점인 '정체기'에는 절대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마치 '소문난 잔치'에 뒤늦게 참석한 손님처럼 변변한 음식대접도 받지 못하고 엄청난 '참가비'만 낼 뿐이라면서 말이다. 그럴 땐 투자를 멈추고 '쉼'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체기'가 지나면 하락장을 면치 못하고 투자금을 회수하지도 못하고 손실을 보기 때문이란다. 이럴 땐 '관망'하며 숨을 죽이는 것도 포인트란다.
'비겁한 포인트'도 바로 여기다. 당신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 투자센스만 가지고 있다면 어중간한 투자센스만으로도 충분히 '투자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자금'을 몽땅 빼놓고 객관적인 자세로 '관망'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조언한다. 하락세에 투자를 한 상태로 관망을 하면 객관적인 자세를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투자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조차 없다고 한다.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것이 '비겁한 돈'의 핵심이다. 그러다 '시작기'에 들어선 투자물에 조심스럽게 투자를 하다 '상승기'에 과감히 투자를 하고 '정체기'에 확실히 빠지는 센스만 기르면 웬만한 투자전문가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용기 있는 기회주의자가 부를 얻는 방법'이란다.
물론, 책의 내용은 더 자세하고 풍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비겁한 돈'일지언정 불법을 저지르는 방법이 절대 아니므로 '돈의 가치'를 따질 게재도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난 이 지점에서 살짝 머뭇거려진다. 저자는 일단 풍요로운 부의 지위에 올라서고 난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면서, 부동산 급등, 비트코인 광풍 따위의 '상승세'에 과감한 투자만 했더라면 '당신의 고민'은 그닥 큰 고민이 아니었다는 것도 실감하게 될 거라고도 말한다. 분명 솔깃한 제안이다.
허나, 이는 '결과론적인 해피엔딩'일 뿐이다. 다시 말해, 부의 성공을 이룬 몇몇 만이 고개를 주억거릴 행복한 이야기라는 얘기다. 부의 속성은 누구나 공평하게 나눠가지는 순간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 없다면, 애당초 '투자'는 시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투자로 얻는 행복은 결국 누군가가 열심히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투자가 없다면 밥상 차릴 '재료'조차 준비할 수 없으니 올바른 투자까지 매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비겁한 돈>은 올바른 투자자가 얹어놓은 숟가락 옆에 '확실한 숟가락'을 함께 얹어서 수익을 내라고 한다. 올바른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느낌엔 그렇다.
암튼, 부자가 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육체적인 노동'으로 더는 돈을 벌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40대 후반에 접어드니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부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투자'라는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비록 <비겁한 돈>과 같이 '확실한 투자법'이 있다면 해보고도 싶다. 불법적인 방법도 아니라니 더욱 구미가 당긴다. 그런데도 뒷맛이 찝찝한게 깔끔하지가 않다. 더러운 쓰레기통속에서라도 기꺼이 주울 수 있는 용기가 샘 솟는 돈일 뿐인데, 왠지 나 자신이 뻔뻔해지고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부의 성공을 이루고 나면 절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거면서도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