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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선 경제 - 공정 그리고 혁신
이용우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은 경제책이다. 담겨 있는 내용도 그렇고 글쓴이도 '경제학 박사'이고, 대기업 공동대표를 지냈던 분이기에 그렇다. 단순한 먹물이 아니라 '현장전문가'이기 때문에 더욱 생생한 경제이야기를 엿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틀림없는데, 난 이 책이 '정치인이 쓴 출사표'처럼 읽힌다. 아닌 게 아니라 '현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잘 나가는 경제인이었는데,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던 중에 뜻한 바가 있어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했단다. 무릇 정치인이라면 비젼이 있어야 한다. 그의 비젼은 "아들에게 권할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미래 경제는 '공정과 혁신'을 앞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굉장히 당연한 말인데 새삼스럽게 들리는 까닭은 알만 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공정하지 못했으며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처지에서는 잘 사는 나라를 벤치마킹하며 따라하기에만 열심이면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장'은 얼추 쫓아가기 쉬웠지만, 공정은 힘들었고 혁신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다. 왜냐면 '성공모델'을 따라하면 달콤한 열매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달콤한 열매를 풍성하게 거둘 때에도 공정하고 공평한 분배는 소홀히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따라하던 '추격경제'를 탈피하고 '선도경제'를 이끌어나가야할 시대가 되었다. 왜냐면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제는 더 이상 따라할 나라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룰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글쓴이가 보기에 우리 경제의 현주소가 아찔한 모양이다. 선도국가의 경제모델을 세워야 할 시기에 구태의연한 관행을 답습하며 세련된 경제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플렛폼시장과 핀테크 등 혁신적인 모델이 필요한데도 과거의 시장경제 모델을 고집하며 혁신적이지 못한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하였다. 더불어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대한 경고도 하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모델은 정부의 규제는 풀고 시장에 맡겨놓는 것이 핵심이지만,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은 정부가 적절히 경제규제를 하며 시장경제에 조절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때는 시장에 맡겨만 놓아도 잘 굴러갔고, 적절히 규제를 해서 잘 굴러가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의 경제는 대단히 혁신적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를 하면 돈만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도 함께 유출이 된다. 판매자는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모아서 '또 다른 이득'을 얻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구매자를 속속들이 엿볼 수 있고, 그런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범죄'에 노출되게 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규제는 '적절히'가 아니라 '적극적'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가 시장경제를 망칠 수도 있으며, 국가권력으로 인한 부자유를 심화시킬 우려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선도경제'를 이끄는 선진국의 경제모델의 근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왕이면, '공정과 혁신'이라는 두 기둥으로 단단히 세우면 좋을 것이다. 불평등은 해소하고, 고용은 활성화하고, 국가경제는 고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런 희망을 담아 글쓴이는 "아들에게 권할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듯 싶다. 이런 비젼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적극 지지하고 싶다. 꼭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길 바란다. 현장 경험이 많은 '경제정치인'이니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허나 난 '정치인'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꾼'이겠지만 겉만 보고서 둘을 구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감시대상 1호'다. 여야나 보수진보나 가릴 것이 없다. 모든 정치인은 마땅히 감시를 받아야 한다. 건전하고 교양 넘치는 시민들에 의해 말이다. '근묵자흑'이고 떡 만들면 떡고물 묻기 마련이라고 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로 철저히 감시당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대한민국 시민'이 가만 두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줘야 한다. 글쓴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비젼에 적극 지지를 표한다. 허나 초심을 잃고 권력에 취해 허튼 수작을 부릴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길 바란다"고 말이다. 이 책을 당신의 '정치인생 출사표'로 여기고 대한민국 경제를 맡긴다. 잘 해내리라 믿는다는 말도 꼭 해주고 싶다. 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다는 말도 함께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