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심리학 실험실 - 집에서도 할 수 있는 50가지 초간단 심리실험
마이클 A. 브릿 지음, 류초롱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류시화의 <소금인형>이라는 시가 있다. 내용을 추려보면, 바다의 깊이를 알고 싶은 소금인형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사랑하는 당신의 속마음이 궁금한 나도 당신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내면으로 들어가자 소금인형처럼 녹아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확인받고 싶어하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만큼 너도 날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얼만큼인지, 속이는 것은 아닌지,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등등을 알고 싶어진다. 이처럼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심리학자가 되고 싶고, 심리학 실험을 해서라도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물론, 사랑에 빠져야만 심리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이 온통 '심리학 실험'인 까닭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심리학자'가 될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일 아침 <오늘의 운세>는 새아침을 알리는 알람마냥 클릭하곤 한다. '띠별 운세'로도 모자라 '별자리 운세'를 번갈아 확인하며 '연애운 / 건강운 / 재물운' 따위를 점치며 최상의 운세로 판별되면 '복권'을 구매하거나 '주식'에 과감히 투자하는 등 열심히 실험데이타를 모으며 심리학자가 된 양 실험에 매진한다. 도대체 '심리학'과 '운세'가 뭔 상관이냐고? 실상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알고 싶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지만, 원래 심리학, 자체가 좀 생뚱맞은 학문인 까닭에 '심리학'을 어려워하는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풀어보았다.

 

  그렇다. 심리학은 절대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속마음'을 100%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놀라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은 98%의 거짓속에서 2%의 진실만으로도 100% 신뢰를 내주는 오류를 범하고 만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수많은 사기꾼들이 아주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사기를 치지만 그 얕은 수법에 홀라당 속아넘어가 전재산을 빼앗기는 사람이 속출하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잘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학문으로 거듭나게 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심리학'이 철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틀렸다. 심리학은 '과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 증명하기 위해 '과학실험'을 하곤 한다. 우리는 '생각'과 '마음'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게 표현하는 까닭에 철학과 심리학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철학은 사유를 통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고, 올바르고 바람직한 사회구현을 위해 실천을 강조하곤 한다면,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상태를 알아내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여 증명하는 '과학적인 탐구방법'을 근간으로 한다. 이처럼 매우 다른 학문인 셈이다.

 

  그렇다면 심리학자들은 왜 인간의 마음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것일까? 그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유명한 심리학자들도 때때로 인간들이 보여주는 '특이한 행동들'에 깊은 관심을 두고서, 그 행동의 원인인 '심리상태'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 유명한 '전기충격실험'도 인간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고, 실험결과 또한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잘못된 권위나 명령에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이 엄청난 전류를 사람에게 보내는 단추를 눌렀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가 아니라 실제처럼 연기한 상황이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실험자는 '가학적인 행동'일지라도 '권위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실험을 통해서 '악의 평범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히틀러 같은 악당이 아니더라도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심리적 자극만 주는 것으로 평범한 사람도 악마와 같은 짓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런 실험결과로 '평범한 사람의 무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의무를 잊고, 잘못된 권위와 명령에 아무런 비판없이 따랐다는 것만으로 유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실험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면 비윤리적인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를 인지하지 못한 실험참가자가 겪었을 공포(!)는 훗날 심리적 스트레스와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점은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일부 참가자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저질렀다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까지 엄청난 시일이 걸렸다는 후문도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이 실험 이후에는 비윤리적인 실험의 경우에는 '금지처분'을 내리는 조치를 취해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실험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우리는 심리실험을 통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더구나 집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초간단 실험이라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은 덤이다. 또한 한 번 해보면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인간은 호기심 덩어리인 탓이다. 한마디로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한다. 유사과학인 '혈액형'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느냔 말이다. 꼴랑 4가지 유형밖에 되지 않는데,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혈액형에 담았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여기 방구석에서도 할 수 있는 '심리학 실험실'이 있다. 당신은 과연 셜록홈즈의 뺨을 후려칠 정도의 심리학자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심심풀이로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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