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 아직 안 죽었다 - 낀낀세대 헌정 에세이
김재완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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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세대로 살아온 동질감이랄까.. 저자의 에세이가 가슴에 팍팍 꽂힐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아련한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느낌이 물씬 나는 에세이였다. 감상은 이쯤에서 끝내고, '작가'라는 부캐로 '인생 2모작'을 시작하고 있는 내용을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려고 한다.

 

  '투잡'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알바 하나로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사정이 보편화 될 적에 알바 둘을 하면서 힘겹게 사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인'들도 합류하면서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호구책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뭐, '맞벌이'는 기본이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부캐'라는 말로 대신하는 듯 하다. 게임용어에서 비롯되었지만, 게임이 일상화 된 'MZ세대'들에겐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투잡'과 '부캐'의 차이점이 있을까? '투잡'으로 표현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느낌이 강한데 반해서, '부캐'는 경제적인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서 본캐와 더불어 여러 부캐들을 키운다는 느낌이 쎄하다고나 할까? 암튼, '부캐'라는 말에서는 뭔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인생은 즐겨야 한다. 아등바등 살면 무슨 재미냔 말이다. 막말로 재벌이 아닌 바에야 평생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모아봐야 치솟는 아파트값을 쫓아가지도 못하고 '집 한 채' 구매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돈을 모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무슨 수를 쓰고 어떻게 해서든 '강남 아파트' 하나 건져서 '부동산 투기'에 탑승하고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일까?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아파트보다 빌라(전원주택)를 구매한 것이 정말 탁원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왜냐면 부를 쌓아 자녀에게 물려줄 수는 없게 되었지만 깨끗한 공기와 쾌적한 환경,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벗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고,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에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남는다고 하였다. 난 이 대목에서 뭔가 수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직장에서 좌천 당했다. 후배에게 발렸으며 한직으로 밀려났고 '권고사직'을 당한 셈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틴다. 왜냐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어렵사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재취직'에 성공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마지 못해 다니고 있는 셈이다. 이건 대한민국의 중년들이면 누구나 겪고 있고, '버티기 모드'로 전환한 지 꽤 오래인 분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본캐'를 쉽사리 버리지는 못한다. IMF를 겪어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직장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에 나온 대사인데, '본캐'를 버리고 치킨집사장, 피잣집사장이 된 자영업자들이 노후자금까지 탈탈 털어넣고도 말라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대사라서 더욱 큰 공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이들이라면 '본캐'를 버리기보다 '부캐'를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하곤 한다. 게임을 하다가도 '본캐'가 망했다는 생각이 들 때 '부캐'를 새롭게 키우기 마련이다. 부캐가 어느 정도 궤도권에 진입하면 '본캐'를 버리고 '부캐'로 갈아타기도 하지만, 대개는 '함께' 키우기 마련이다. 인생도 다를 것 없다. 본캐보다 부캐가 대박이 나면 갈아타고도 남겠지만, 어지간해서는 힘이 다할 때까지 '함께' 해나가는 것이 정석인 셈이다.

 

  물론 억지로 키운 부캐라면 힘에 부쳐서 지치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즐기면서 키운다'면 힘들어도 즐거울 것이다. 취미와 적성에 맞으면 기쁘고 보람찰 것이다. 그리고 '돈벌이'도 쏠쏠하다면 입이 찢어져서 귀에 걸쳐질 것이고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본캐'와 '부캐'를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노라고 책에 몇 자 적었다.

 

  이제 '인생 2모작'은 필수인 시대다. 단순히 돈벌이를 넘어서 인생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의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인생 2모작'이 모두 쏠쏠한 돈벌이를 가져오지도 않는다. 여유로운 삶을 꿈꾸는 '도시인'에게는 이율배반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은 현실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더욱 처절한 현실인 것이다. 나도 본캐(논술쌤)이 신통치 못해 부캐(계약직)를 키우고 있다. 어쩌면 다시는 본캐로 되돌아가지 못할 지도 모른다. 부캐도 언제 '강제종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런 각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 나와서 먹고 사는 문제를 신박하게 해결해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직은 머나먼 꿈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공감이 가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나 아직 안 죽었다>는 말은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한 '선전포고'이 아닐런지.. 본캐로 버티고 부캐로 희망을 키우는 '인생 2모작'을 시도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나를 위한 응원도 함께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전자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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