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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평점 :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선진국이 되었으니 만찬을 즐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차려놓은 만찬을 전세계에 골고루 나눠주어야 하는 것이 모범답안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차려놓은 만찬을 즐길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접으라고 충고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런 생각이라면 결국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꼴이 될테니 말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이 되었다지만 어쩌면 우리 역량이 전세계를 압도해서 선진국이 되었다기보다는 다른 선진국들이 '코로나19'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이 돋보이게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 때, 보여주는 실력이 진짜이듯, 대한민국이 보여준 위기대응능력만으로도 대단한 자부심을 느껴도 무방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만 잘 헤쳐나간다고 '선진국의 위상'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그밖에도 '선진국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진정한 선진국이고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텐데, 정책적으로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인 행태를 보이면서도 정작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아둔한 면면이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이다. 또한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AI'를 떠들어대는 시대에 여전히 '산업역군'을 키우는 교육시스템으로 인재를 키우고, 과거에 성공한 모델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며 '탈피(변화)'를 거부하는 어리석고 형편없는 시스템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일재의 잔재'를 아직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대단한 것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이런 문제점을 스스로 고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번번히 '구태의연한 권력집단'에 의해 물거품이 되곤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 더구나 그런 노력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우리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대한민국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DNA를 갖고 있는 듯, 끊임없이 도전하고 응전하곤 한다. 이런 멈출 줄 모르는 열정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또 이끌고 있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걸맞지 않는 시스템이 아직도 산적해 있다는 우려스런 마음이 뒤섞여 있다. 이를 테면, 경제는 발전했지만 증거로 내세우는 '지표'가 낡았으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신박한 아이디어가 절실하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만약 이런 '낡은 지표'로 돌려막기하면서 '경제성장' 운운하는 '낡은 정치세력'에 대한민국을 맡기다간 큰일난다는 식이다. 또한 머지않아 일상 곳곳에서 구현될 'AI'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가는 역시 큰 코 다친다는 지적도 꽤나 공감이 간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달라지고 있는 'AI기술'에 다가가지 못하면 어느 한순간에 급격하게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AI시대'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다가올 것이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KTX의 속도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그런 빠른 변화속에서도 여전히 '선진국'이고, 세계를 이끌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물음이 계속 떠오르는 책 읽기였다. 한편으론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아둥바둥하던 시절에 청춘을 보낸 이들이 얼마나 많았더냔 말이다. 나라 잃은 설움을 겪었던 시절에 청춘이던 분들은 정말 큰 변화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바라볼 때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산적한 갈등을 해소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허나 갈등은 푸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지금은 갈등을 안고서 함께 건너뛸 수 있는 슬기로움을 발휘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갈등을 풀겠다고 한발짝도 나아가질 못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어쨌거나, 끝내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장점은 위기극복 능력이 뛰어나며 엄청난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처하는 역동성이다. 그 역동성을 잃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멈출 수 없다. 그런 자긍심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