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넥서스 / 2019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어쨌든, 이 책은 '철학'을 다룬 책이다. 감히 '철학책'이라 표현하지 못하는 까닭은 '철학의 겉핥기'에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철학을 '아는 척'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허영이 담겨 있기에 '철학책'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허나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 한 점은 바로 '철학자들의 철학을 나열'한 것에 있지 않고, 철학사상에 대한 작가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는 점이다. 한마디로 작가의 '철학적 뒷담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유쾌함을 촌철살인적으로 쏟아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철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뭐라고 얘기했더라?" 이 딴 걸 알려고 철학책을 읽는 게 아니다. 그런 걸 달달 외울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철학은 절대 '암기'가 아니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무엇'을 생각해야 존재할 수 있는 거지? 무조건 '의심'만 하면 존재할 수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며 '자기만의 답'을 내놓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철학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까? 그런 부담감을 내려 놓고 그냥 '철학'을 즐기길 바란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하며,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는 척'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물론 그러다 독배를 마시게 되었지만, 소크라테스는 그 독배마저 당당하게 들이켰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고, 그 신념대로 살았기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으니, 독배를 거부하고 도망(탈옥)갈 까닭이 전혀 없다면서 말이다. 정말 멋진 철학자가 아닌가.

 

  비록 내 '철학'이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에 미치지 못한다한들 무엇이 부끄럽단 말인가. '내 생각'에 잘못이 있다면 올바르게 하면 되고, 틀림이 있다면 옳게 고치면 그뿐이다. 내 생각에 오류는 없다며 똥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은 멋진 삶이다. 혹여라도 '사이비'라면 어떡하냐고? 그건 좀 문제가 있다. 내 '신념'이 사이비에 가까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미쳐도 혼자 미쳐야지 주위 사람들을 해악을 끼치면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개똥철학'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도 '범죄행위'와 다를 바가 없으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철학은 결코 '맹신'과 '강요'를 수반해서는 안 된다. 철학은 언제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이 간혹 똥고집을 피우며 자신만이 옳다고 박박 우기는 까닭은 젊잖게 표현해서 '토론중'인 셈이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언제나 이런 비판과 토론에 프로였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아마추어 철학자들의 진흙탕 같은 '토론중'을 보고 있노라면, 늘 답답했었는데, 왜 답답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때는 <100분 토론> 애청자였었는데...

 

  암튼, 책이 참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속 철학자들의 '일상'과 '사상'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추려내는 것만으로도 '철학상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상식을 암기할 필요는 없다. 허나 '구구단'을 외우면 '암기 이후의 수학공부'에 유용한 스킬이 되는 것처럼 '책속 철학상식'을 간략히 정리해낼 수 있게 된다면 '이후의 철학공부'에 대단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말이다.

 

  하지만 난 '작가의 철학'이 꽤나 맘에 들었다. 어디서든 "철학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허영을 누리기 위해 이 책을 펴냈노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교양'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 그 교양을 쌓기 위해서 '철학적 사고방식'이 꼭 필요하고 말이다. 그 필수필요를 위해 우리 모두 '지적허영'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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