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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재구성 - 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 괴로운 신분
조선희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7월
평점 :
명실상부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개발도상국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렸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덮은 '판데믹'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던 탓이 클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말마따나 전세계가 '코로나19 일제고사'를 본 느낌이다. 그동안 선진국이라고 여겼던 나라들이 위기상황 속에서 얼마나 허둥대며 망가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은 기존의 선진국을 넘어 전세계를 이끄는 '선도국가'가 되어 새로운 스탠다드(기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계는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되었고 말이다.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는 대한민국은 아직 선진국이 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K-방역'은 더할나위가 없을 정도로 자랑거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정책적인 면에서 부끄러운 면이 없지 않고, 정치나 경제, 언론이 보여주는 '후진국형 작태'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서로를 헐뜯기 바쁜 못난 정치인들이며, 자신의 철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는 세금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쓰는 경제인들이 서민들의 복지와 일자리마련에는 세금 아깝다며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못난 꼴을 하고 있고, 심지어 쥐꼬리만한 최저임금인상과 대체휴일제정에 인색하리만치 주둥이를 놀리는 것을 볼작시면 정말이지 쥐어 패고 싶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부끄러운 것은 바로 '기레기'로 불리는 언론이다. 한쪽으로 편향된 것은 둘째치고 '팩트체크'를 하지 않으면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신뢰도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서 '가짜뉴스'를 열심히 만들고 퍼나르는,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괴물들은 자신들의 영욕을 위해선 나라가 망하건, 망신을 당하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되도 않는 말들을 주어섬기고 있어서 한심할 따름이다. 적어도 세계적인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 '코로나'와 관련된 뉴스만큼은 '국민건강과 심리적 안심'을 위해서 자중을 해줬으면 싶은데, 누구보다 앞장을 서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여기에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매우 심각할 정도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결국 '고착화 단계'에 접어 들었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마저 무색하리만큼 '계층사다리'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다시 말해, 요즘 20대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나 아파트가 없다면 죽을 때까지 '자기 아파트'를 제 손으로 구매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념적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서로 '친일적폐'와 '종북좌파'라 부르며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상황은 물건너 갔으며 어느 한 쪽이 사라져버릴 때까지 갈등은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간의 갈등도 만만찮지만 특히, '남녀갈등'이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양상으로 펼쳐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서로를 '김치녀'와 '한남충'으로 싸잡아 비아냥대는 모습을 보면 흡사 '인간말종들의 아귀 다툼'을 직관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인간다운 모습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느낌적인 느낌은 '뽀~나스'인 모양이다.
암튼, 이런 부끄러운 모습들을 걸러내고 난 뒤의 대한민국을 다시 살펴보면 민주시민의 품격을 갖춘 자랑스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 102년'을 맞이한 2021년의 대한민국은 실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를 따라하려 들지 않는다. 아니 참고할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내딛은 걸음을 그동안 선진국이라 불리던 나라들이 따라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대한민국을 한 수 아래로 보다가 자충수를 두는 일까지 벌이고 말았다. 중국은 한국이 원래부터 선진국이 아니었느냐면서 뒤늦게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된 뉴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도 한국을 제멋대로 휘둘던 방식에서 당당한 파트너로 제몫을 해달라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바빴다. 유럽 각국은 한껏 높았던 콧대를 꺾고 'K-스탠다드'에 자신들을 비교하며 위기를 극복하려고 부산스럽기까지 한다. 그밖의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 책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우리 자신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불평등과 갈등, 트라우마, 딜레마 등의 '민낯'을 들춰내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하였다. 한편,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면서 전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 또한 깊이 조명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고민스러워진다.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분명한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부정적인 면만 보고서 한껏 깎아내릴 필요도 없고, 긍정적인 면만 보고서 양껏 취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다른 선진국들을 보아도 자랑스런 점만 갖춘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하나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국 이익'을 챙길 때는 여야가 따로 없고,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제대로 된 몫을 챙긴다는 점이다. 이젠 우리도 그럴 때다. 물론 미국의 '아메리칸 퍼스트'나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왜곡'과 같은 뻔뻔스러움을 따르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층분석한 내용이 담겼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인이란 어떤 시민이며, 한국인은 어떤 시민이 되고 싶어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뭐, 그렇다고 '국민성' 같은 것을 분석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런 낡은 방식으로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을 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다. 굳이 표현을 덧붙이자면, 대한민국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고뇌라고 설명하고 싶다. 분명 우리는 불운한 과거로 시작했지만 엄청난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는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전세계가 따르는 길이 된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분명 그렇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내부의 문제'를 좀더 현명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하려는 노력보다 우리 스스로 '방향과 방법'을 만들어가는 진취적인 도전과 모험정신이 함께 해야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세계의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