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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 지혜로운 부모는 게임에서 아이의 미래를 본다
이장주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6월
평점 :
각설하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두 가지다. 하나는 TV와 스마트폰, 그리고 게임의 공통점을 언급한 부분이다. '중독'이 정답인데, TV가 처음 나왔을 때도 '바보상자'라 부르며 중독된 이들을 걱정했고,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걸어다니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을 '스몸비'라고 부르며 걱정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TV덕후', '너튜브덕후'가 돈을 더 많이 버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게임중독'이 된 내 자녀도 '게임덕후'로 거듭나게 되지 않을까?
다른 하나는 '르네상스'에 대한 언급이다. 이탈리아에 '문예부흥의 시대'가 열린 시기에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등과 같은 거장이 동시에 한 장소에 우연히 나타나게 된 것일까? 그보다는 르네상스 당시의 이탈리아가 '문예부흥'이 일어나기 딱 좋은 환경이었고, 그런 환경속에서 예술의 거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브라질의 축구실력이 엄청나게 높아진 원인으로 '풋살'을 꼽는데, 축구장의 반의 반만한 좁은 경기장속에서 다양하고 재빠른 기술습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분석을 할 정도다.
이제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스포츠 스타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K팝'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아이돌을 키워내는데 성공한 까닭이 무엇일까? 체계적으로 연습생을 키워내며 전세계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춤과 노래 등등..뭔가 감이 잡히지 않는가.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까닭은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나 끊김없이 빠른 인터넷속도를 갖춘 'PC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게임을 단련(?)한 게이머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인을 '게임종족'이라고 부르게 만들었다. 어째 미래세대의 '르네상스'는 PC방에서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인 걸까.
본론으로 되돌아와서 '게임중독은 나쁘기만 한 걸까?'라는 질문에 부정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하였다. 한 눈 팔지 않고 공부만 하는 것보다 노래만 잘 불러도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너튜브'로 부자가 된 사람이 '주식투자'로 대박을 낸 사람보다 더 선망이 대상이 된 세상이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게임에 푹 빠진 우리 아이들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게임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까?
아닌 게 아니라, 유명기업에서 '유능한 게이머'를 채용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에서도 전기를 충전하며 기다리는 시간에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전기차에 게임을 탑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으로 유명한 빌 게이츠도 자신이 직접 만든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비대면유세를 하기 위해 '동물의 숲'이란 게임속에 선거홍보캠프를 설치해서 대박을 터트렸다는 후문은 당선이 된 뒤에 더욱 유명해졌다. 이렇듯 이젠 '게임'이 무료한 일상의 활력소를 주는 오락거리일 뿐만 아니라 '게임'을 활용해 마켓팅 사업을 하고 자사 홍보를 하며 나아가 '핵심적인 사업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면 우리 자녀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권해야 할까? 말려야 할까?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부에는 관심도 없이 주야장천 게임만 하며 허송세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무명가수의 설움과 비참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식이 노래연습하는 것만 보아도 끔찍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허나 무작정 하지 말라고 막는 것도 최선은 아닐 것이다. 막말로 공부를 해도 성공할까 말까하는 세상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 거라면 '게임'을 하더라도 유용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권장해주는 것이 더 현명한 부모가 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가수의 재능이 있는 자녀를 '연습생'에 지원하거나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후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본능에 가깝다. 도심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도시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자연스럽게 게임속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런 환경속에서 무작정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바람직한 훈육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부모세대의 걱정도 십분 이해가 된다. 자신이 커왔던 훈육환경과 너무나도 다른 탓에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하소연도 백퍼 공감한다. 그래도 달라진 시대에 걸맞는 알맞은 훈육이 있는 법이다.
그래도 만고의 진리에 가까운 훈육법이 있다면, 바로 '막으면 막을수록 더 하고 싶어진다'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무작정 막기보다 하고 싶은데도 자유로운 환경속에서 게임도 절제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더 쉽다. 이제 게임은 '금지'가 아니라 '절제'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공부도 저렇게 몰입했으면 하는 마음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게임 자체가 공부가 되게 만들면 된다. 게임은 몰입 뿐만 아니라 경쟁심과 승부욕을 불타오르게 만들기 쉽다. 요즘 게임은 혼자하는 게임보다 '협업'을 통해서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이 많다. 상위권 학생들이 즐겨하는 게임이라든지, 게임을 즐기며 '스터디 모임'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만든다면 게임 자체로 공부가 되는 효율적인 '교육용 게임'이 구비되기 전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게임은 우리 자녀들의 새로운 '스팩'이 되는 세상이 열렸다. 무작정 게임을 못하게 막으려 들지 말고 우리 자녀의 성향에 딱 어울리는 게임을 골라주는 현명한 부모가 되어야 할 때다. 당신들도 경험했겠지만, 놀지 못하게 한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만고의 진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금지보다는 절제가 더 현명한 방법이다. 그리고 과거 이탈리아가 르네상스의 발상지가 된 것처럼 21세기 대한민국은 '게임으로 미래세계를 구현하는 최초의 발상지'로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 3D 가상현실부터 5G로 구현되는 메타버스의 세계가 가장 최적화된 곳은 바로 대한민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지금 자라나는 '게임세대'는 바로 그런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멋지지 않은가.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