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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삼국지 톡 - 세상에서 제일 빠른
심 쌤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명나라 때 쓰여진 소설이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에 필적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의 차이점은 명백하다. 바로 '관점의 차이'다. <정사 삼국지>는 삼국을 통일한 진나라(초대 황제 사마염)를 정통으로 보며, <삼국지연의>는 한나라의 후예인 촉한(초대 황제 유비)을 정통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굳이 주인공을 내세우자면, <정사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주인공으로 보일 때가 많고, <삼국지연의>는 '유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가 많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그래서 꼬장꼬장한 독자들은 진정한 역사를 담은 <정사 삼국지>만을 권장하고, 판타지(?)가 가득 담긴 <삼국지연의>는 허황된 이야기라면서 읽지 말라고 떠들어대곤 했다.
하지만 오랜 옛날부터 수많은 백성들과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주인공은 단연코 '유비'다. 따라서 시대의 간웅으로 전락한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사 삼국지>는 그닥 인기가 없었던 때도 있었다. 근래에 들어서 '삼국통일의 기틀'을 세운 조조의 공로를 높이 사면서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조조의 처세술이라는 것이 결국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기회주의적인 면이 없지 않아서, 의리와 인정으로 뿜뿜하는 '유비의 매력'에 빛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삼국지>를 다룬 소설 가운데 '촉한정통론'이라고 불리는 유비가 주인공인 <삼국지연의>가 널리 읽히고 있는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삼국지연의>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유관장 삼형제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밑천 하나 없으면서 '도원결의'만으로 의기투합해서 황건적의 난을 평정하고, 머무를 땅이 없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유랑집단(?) 불과하면서도 수많은 인재와 영웅들의 관심을 받고, 마침내 와룡과 봉추를 얻고 유비가 날개를 펼쳤을 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서 조조와 손권 진영에서는 그런 짜릿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유비 진영의 이야기가 아닐 때에는 지루함(!)마저 느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전차로 <삼국지연의(이하 삼국지)>를 읽을 때에는 유비와 함께 웃고 울면서 읽어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정사 삼국지>보다는 <삼국지>를 읽는 편이 덜 부담스럽고 재미도 한층 높기 때문에 초보독자들이라면 <삼국지>를 권하는 바다. 그런데 과연 <삼국지>를 꼭 읽어야만 할까? 웬만하면 10권짜리 분량으로 읽다가 지칠 정도로 긴 소설인데다가, 등장인물마저 수 천 명은 족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급'만 줄잡아 뽑아도 100여 명이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이들의 '줄거리'를 쫓아가며 읽어내는 일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힘들게 완독을 했다고 해도 '시대에 뒤떨어진 옛날책'이라는 점도 읽기에 꺼리게 만들곤 한다. <삼국지>의 기본 전략은 '모략'이다. 상대의 뒤통수를 치고 배반하기를 밥 먹듯이 하고, 그래야 출세를 할 수 있다는 '난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본성 가운데서도 '나쁜 짓'을 너무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비 진영의 인물들은 '의리'를 따르는 등 배워야 할 '좋은 일'을 하고 있긴 하다. 그런데도 유비 진영의 결과는 허무하리만치 좋지 않고 시작 또한 엄청 힘들기만 했다. 과연 이런 결말을 보여주는 소설을 '권장도서'로 읽힐 만 한 것일까?
그럼에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단순한 재미와 교훈이 <삼국지>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시대배경은 후한 말에서 위·진으로 이러지는 '한·위·진교체기'다. 한마디로 혼란스런 시대였으며 '난세'였다. 바로 이런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능력을 한껏 보여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삼국지>인 셈이다. 물론 최후의 승자는 진나라를 건국한 사마염(사마의의 손자)이다. 하지만 사마염만 옳고 나머지는 그르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바로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탓이다. 창업 군주로 꼽히는 조조, 유비, 손권(손견, 손책 포함)에게서 나름의 장단점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어려운 시기(난세)'를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교훈일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겪는 '어려운 시기'에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 힘'을 배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삼국지>를 읽을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나 좋은 책이건만 웬만한 독서력이 아니면 읽어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너무 길고 너무 장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바로 그런 생각으로 등장한 책이 바로 이 책 <3분 삼국지 톡>이다. <삼국지> 가운데서도 '30가지의 핵심 주제'를 선정해서 '3분 안'에 읽고 내용을 정리할 수 있게 펼쳐낸 책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장황한 내용'을 싹 걸러내고, '필수 등장인물'만 소개하며, 가장 중요한 줄거리만 골라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부연설명으로 마무리한 내용이다.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고 <삼국지>의 정수를 단박에 알아차리고 진한 감동의 여운을 만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나 대략의 줄거리와 내용을 파악을 한 뒤에 '10권 분량'의 <삼국지>를 도전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독파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누구나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알아야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삼국지 길라잡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리하면, <삼국지>는 읽으면 좋은 책이다. 누구나 살면서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삶을 엿보면서 나에게 딱 맞는 지혜를 미리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그러한 절박한 지혜를 얻을 목적이 아니더라도 읽으면 좋은 책이다. 왜냐면 굉장히 재밌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재미를 알아챈 독자들이 그 길고 긴 책들을 읽고 또 읽는 점이 바로 증거다. 만약 아직도 <삼국지>를 읽지 않았다면 읽길 바란다. 어려워서 읽기 힘들다면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으시길 바라고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