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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중세의 여인들
아일린 파워 지음, 이종인 옮김 / 즐거운상상 / 2014년 4월
평점 :
<중세>에 대한 책이다. 아일린 파워는 '여성 사학자'로 20세기 초반을 살다간 짧은 생이지만 '여성의 관점'을 선보이기 쉽지 않은 시대에 당당히 역사학자로서의 명성을 날릴 정도로 대단한 성과를 보였고, 주위 동료들에게도 대단한 인정을 받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선보였다고 한다. 과연, 그런 여성학자가 쓴 <중세의 여인들>에서는 '색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여성사'는 근대 이후에 주목받기 시작했을 정도로 비교적 최근에 성과를 보여주는 분야다. 또한 <역사>라는 것이 대부분 '남성의 관점'으로 쓰여진 탓에 여성을 다룬 분량이 대단히 적고, 설령 다루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연구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분야라고 아일린은 지적하였다.
그런데도 아일린은 '중세의 여인들'이 의외로 남성 종속적이 아니라 '양성 평등한 위치'에서 실력행사를 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중세의 종교관이 여성을 '원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부정적인 시선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여성의 지위'가 대단히 높이 평가되던 부분이 있었음을 낱낱이 밝혀내었다. 이를 테면, 영주인 남편이 영지를 비우면 영주의 부인이 영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혼자서 도맡았다는 점이나 아버지나 남편의 재산을 '상속'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나게 차지함으로써 자신의 발밑에 수많은 남성들을 '구혼자'라는 이름으로 엎드리게 할 수 있었던 사회적 지위도 당당히 펼칠 수 있었음을 꼬집었다. 특히, '집안일'에 대해서는 남성들이 아무런 상관(간섭)을 할 수 없게 하는 능력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된 특권이었던 점도 역사적으로 여성이 소외되었다는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처럼 '여성의 지위'가 펼쳐질 수 있었는데도,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것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남성우위적인 편향적 분위기'가 맹렬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아일린은 '반론'을 던진다. 이는 <역사기록>이 '남성위주'로만 쓰여진 탓이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기록'이 태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히 감안하여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도 크게 달라지는 '역사적 관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당시로서는 '소수'일 뿐인 <여성사>에 대한 '토론과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주목할 만한 편이다. 실제로 오늘날에는 <여성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인 것을 보면, 가히 '아일린'은 선구자 역활을 매우 잘 했음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세에 대한 이미지'가 더는 깜깜한 '암흑'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다채로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사도>나 <궁정연애>, 그리고 <수녀원>에 대한 연구를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었던 '중세의 이미지'가 단박에 깨져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중세에는 종교에 의한 '마녀사냥'이 심했던 시절로 기억하면서 '여성 인권'이 최악 중에 최악일 것이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중세의 기사들은 '기사도'를 수행하기 위해 평생 '한 여성'에게 순정을 바치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삼았고, 귀족여인들은 수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꽃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생활했다는 사실도 엿볼 수 있었다. 거기다 '수녀원'을 통해서 여성 스스로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라는 생각을 품게 하였고, 교육을 받으며 여성 자신들만의 꿈을 꾸고 실현시키는 무대가 되기도 했었단다.
물론, 어디까지나 '한정된 특권'이었고, 귀족여인들이 아닌 신분이 낮은 여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삶이었지만, 그런 여인들도 나름의 삶을 살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살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아일린은 주장했다. 다만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지만,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사'는 매우 제한적인 탓에 감질나는 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도 '즐거운상상'을 하면서 읽어나가면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기에 '기존의 역사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여성사'를 읽으며 또 다른 여성의 모습을 엿보고 싶다는 므흣한 상상으로 책읽기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