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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ㅣ 한빛비즈 교양툰 8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6월
평점 :
어릴 적에 우연히 접한 '의학 백과사전'이 나의 첫 '해부학책'이었다. <가정의학 백과사전>이란 책이었는데,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피부와 골격, 근육, 신경을 이루고 있는 단원 설명이 끝나면, 갖가지 병의 이름과 증상, 치료법 따위가 적혀 있는 백과사전이었다. 물론 초등생 시절이라서 '글'보다는 '그림'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림을 다 훑어보고서는 덮어버린 '해부학과의 인연'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묘한 흥미만은 갖고 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될 때까지 '해부학'과는 인연이 없었다. 과학수업시간에 그 흔한 '개구리 해부실습'도 하지 않은 세대였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명체'를 오직 글과 그림으로만 배울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에도 묘한 흥미와 함께 읽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압듈라'라는 이름 때문에 머뭇거렸다. '해부학'과 '아랍인(?) 작가'가 서로 매칭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나토미 분야'에서 아랍권은 그닥 유명하지 않다는 어줍잖은 상식 때문에 '외국인(?) 작가'가 쓴 해부학 만화를 그닥 읽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랬다. 난 '압듈라'가 누군지 몰랐던 것이다.

[출처: 압듈라 페이스북]
위의 그림체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지만, 압듈라는 '개그만화가'다. 정확히 말하면 '아재개그의 대가'라고 할까..암튼, 그의 책을 읽으면 느닷없는 개그에 뿜게 될 것이다. 원래 개그는 설명을 하면 안 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살짝 해설을 하자면,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이하 '까해만')>의 E-book편이 나온다는 한 컷 만화다. 그런데 만화가 자신을 '김정은'을 연상하게끔 그렸다. 까닭인 즉슨, E-book을 '이북'이라고 발음나는대로 소개하고 있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크기가 작아서 말풍선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해부학과 관련된 '뼈대 있는 곧츄~'를 논하며 오늘날에 멸종된 공룡에 비유하면서 '포유류의 곧츄뼈는 말랑한 해면체로 변해서 사라졌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곧츄뼈'는 댕댕이, 미국너구리, 수달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하고 있다. 물론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지킨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건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장면이다.

[왼쪽부터 '골격퀸', '신경퀸', '심장퀸' (출처: 압듈라 페이스북)]
그림체는 보면 알겠지만, 한 눈에 봐도 '순정만화 스타일'이다. 쉽게 말해 '일본만화'스러운데 실제로도 작가는 수많은 '일본만화'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적절하게 버무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려운 해부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책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서 '원작만화'를 알아도 재밌고, 몰라도 재밌기만 하다. 그런데도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와 그녀의 사정'은 해부학이라고 하는 어렵고 인기없는 학문에 대한 접근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이해하기 쉽냐면, 척추뼈를 부드럽게 지탱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디스크'를 멍멍이에 비유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허리통증'을 갖게 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척추뼈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힘을 받게 되면 '디스크'가 척추뼈에서 이탈하게 되고, 그러면 척추뼈를 감싸고 있는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게 되면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것을 '척추퀸'이 기르고 있는 '댕댕이(디스크)'가 옆방으로 탈주하면 옆방에 있던 예민한 '신경퀸'을 자극해서 자지러지는 통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얼마나 쉬운 설명인가.
이렇게 '해부학'을 공부하면 우리 몸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감각, 통증, 병의 원인까지 단박에 알 수 있게 되는 해박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으면 '해부학'이 결코 어렵기만한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뼈와 근육', '척추', '신경', '심장' 등등 모르는 것들을 단박에 아는 것으로 바꿔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공룡', '곤충', '의학', '와인', '퀀텀', '성차별' 등의 [교양툰 시리즈]를 읽어왔지만, 이 책이 단연코 최고다. 다들 '관련분야'에 해박함을 주는 교양있는 만화책이었지만, 이 책만큼 '이해도'가 높은 교양툰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2편을 기대한다. 더 세심하고 깊이 있는 해부학의 세계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의대생들도 꺼려한다는 '해부학실습'을 마스터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테고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