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킷리스트 - 21세기 지식인들이 선택한 인생 책 12
홍지해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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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참 많았다. 책을 쓴 저자를 초대해서 '대담'을 하거나, 책에 대한 식견이 높은 저명한 인사를 모셔와 '토크쇼'를 열거나, 유명 연예인이 나와서 '책홍보'를 하거나, 분야별 전문가가 '책강독'을 하는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곤 하였다. 하지만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tVN)처럼 열광했던 적은 없었다.

 

  이 프로그램에 많은 독자들이 열광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현무의 입담 덕분이었을까? 설민석의 명강의 때문이었을까? 패널로 나온 전문가들의 '일타강의'가 맘에 쏙들었을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열화와 같은 독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현재 '시즌 1'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조만간 '시즌 2'로 돌아오길 고대하는 프로그램 중에 으뜸일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바로 읽고는 싶었지만 차마 읽을 수 없었던 '어려운 책'을 대신 읽어주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짐작한다. 왜냐면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라서 읽고는 싶은데 너무 어렵고 두꺼운 탓에 읽지 못하다가 '1시간 남짓의 시청'만으로 책에 대한 정보를 전문가 못지 않게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소에 책에 대해 관심이 없는 시청자가 보더라도 시청하기만 하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던 것도 한 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이 책 <북킷리스트>는 바로 그 프로그램에서 다루거나 '여러 가지 사정상' 다루지 못했던 책들의 목록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한 내용'과 함께 실어놓은 책이다. 총 12권의 책 목록을 수록했는데, 그 가운데 1권인 <지리의 힘>을 뺀 나머지 목록들은 TV에서 살짝 언급했으나 깊이 다루지 못한 책들이거나 시청자들이 방영을 요청한 목록 가운데 '도서선정 단계'에서 아쉽게 탈락한 책들이 수록하였다. 그 때문일까? 책을 읽는 내내 설민석의 강독과 전현무와 전문가 패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책은 정말 술술 잘 읽혔다. 그리고 수록된 '목록'의 책들을 읽고 싶은 욕구도 샘솟았다. 물론 이미 읽은 책 목록도 있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그리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진즉에 읽은 책들이었다. 하지만 혼자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분명 '문자'를 읽었는데 '동영상'에 재생되는 듯한 경험을 한 것이다. 이는 TV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덕분일 것이다. 덕분에 나는 '책을 읽었을 뿐인데 TV를 시청한 것' 같은 색다른 경험을 하였다.

 

  어서 '시즌 2'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종영한 지 반 년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북킷리스트>가 더 반가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참에 '시즌 2'가 돌아오기 전까지 <북킷리스트> 시리즈라도 꾸준히 발간되었으면 좋겠다.

 

  추신...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 '책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애초에 이 책의 기획이 [망설이던 책의 문 앞까지 길을 깔아주는 책]인 탓에 이 책의 내용을 모조리 언급한다면, 이 책의 재미는 읽어서 얻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을 '건너 띄고' 해당 책을 구매해서 그 책을 읽는 사례도 일어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책 목록을 수록한 책'인 탓에 '원래의 책'이 더 많이 읽힌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러면 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짜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엄두도 내지 못할 어렵고 두꺼운 책을 '훌륭한 안내자'도 없이 도전하다가 제 풀에 쓰러지는 일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는 뛰어난 등산가라 하더라도 '셰르파'의 도움 없이는 절대 산행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르파'는 '짐꾼'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산행'을 하다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훌륭한 조언을 해줌으로써 끝까지 안전한 등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독서가라도 '안내자' 없이 독서를 무계획적으로 하다보면 도중에 중단하거나 제자리에서 맴도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훌륭한 안내자'로서도 충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래의 책을 읽다 헤맬 때에도 이 책에서 요약한 내용을 참고 삼아 읽으면 '바른 길잡이' 역할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참 매력적인 책이다. <북킷리스트>의 또 다른 시리즈를 고대한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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