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한 아롱이 그림책이 참 좋아 72
문명예 지음 / 책읽는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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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넘기면 아롱이가 나온다. 견종을 딱히 모르겠는게 아마도 잡종인 듯하고 집안에서 키우는 개 치고는 덩치도 꽤 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덥수룩이~ 덥수룩이~ 털이 덥수룩. 게다가 털이 많이 빠지기까지 한다니.
"아롱이는 털이 엄청 많고, 또 엄청 빠져.
맨날 맨날 백 개는 빠질걸
아니 아니, 백천만 개는 빠질 거야."
아이가 아는 가장 큰 수를 동원했으니 얼마나 심한지 상상을 할 수 있다. 우리집도 어쩌다보니 개를 키우게 됐는데, 그나마 털빠짐이 제일 적다는 이유로 푸들을 데려왔다. (정확히 말하면 푸들 잡종) 내가 집안 청결에 무감각한 편이어서 그렇지 우리 엄마 같았으면 푸들 아니라 그 어떤 견종이라도 어림도 없다. 털 날리는 개~ 오우 노노~~

그러나 아롱이의 털은 스트레스 없이 흩날린다. 폴폴~ 날리는 털은 포근해 보이기까지 한다. 소문을 들은 동물들이 모여들어 아롱이와 함께 털춤을 추고 털바다에서 헤엄을 친다. 뒤엉킨 털 천지... 아이고야. 결말에 등장한 그것은 무엇일까?ㅎㅎ

털천지도 이해하지만 그게 현실이면 치우고는 살아야지. 개만의 세상도 사람만의 세상도 아니니까 적당히 절충해서.^^
널부러진 아이에게 엄마가 단호히 말한다.
"이제 그만!
아롱이 산책시키고 와."

깨끗해진 거실을 나서며 아롱이는 또 털을 흩뿌리고, 한구석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우산을 받쳐들고 웃음 빵 터지는 장면을....
"난 털은 딱 질색이야."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족이라면 즐겁게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일 것 같다. 흩날리는 털을 표현한 펜선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이 느낌에서 출발한 상상은 자유롭고 사랑스럽다. 이런 상상 속에서 크는 아이는 행복할 것이다. 날리는 개털...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마지막에 등장한 그 물건이 있잖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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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몰래카메라였습니다 높새바람 50
강정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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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 이후로 강정연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작품을 빨리 쓰는 편은 아니신둣 어느정도 기다려야 새 작품이 나온다.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점찍어 두었다가 드디어 구입해서 읽어봤다. 생각보다 책이 얇았고, 게다가 단편이었다. (난 왜 제목을 보고 장편이라 상상했을까)

다섯 편의 단편은 각각의 길이는 짧았지만 그 안의 감정은 깊고 강렬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책이었다. 고학년 학급에서 함께 읽어도 좋고 초등교사나 초등학부모들의 독서모임에서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아노]는 딸의 이야기지만 실은 엄마의 이야기였다. 좁은 빌라에서 혼자 민지를 키우는 엄마. 벌어서 먹고 사느라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는 엄마. 그 엄마가 민지에게 '피아노'를 꼭 시키고 싶어한다. 친척이 준다는 피아노를 덥썩 받아 좁은 집에 들여놓은 엄마. 부모는 자신의 못이룬 한을 자식을 통해서 이루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난 그걸 좋게보지 않지만, 이 엄마의 꿈은 너무 곱고 소박하면서도 간절하여 응원하고 싶다. 아홉살 엄마의 종이 피아노 이야기.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을때 손등위로 떨어지던 그 눈물.....

엄마, 다시 배우면 돼요. 민지 말고 엄마가.
되돌아보면 딸이 초6일 때 나는 겨우 서른아홉이었다. 그때는 뭐라도 배울 수 있는 나이였다. (어르신들은 지금의 나를 보고 그렇다고 하겠지) 민지 엄마가 바쁜 일과 중에 틈을 내어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그 충만함으로 피곤을 잊으며 눈을 빛내는 장면을 그려본다. 그 상상에 마음이 환해진다.

[누렁이, 자살하다]는 제목에서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불편한 이야기가 힘들다. 이 이야기는 불편보다는 슬펐다. 떠돌이개 누렁이를 옥상에서 거둬 키운 은지. 캐나다 엄마에게로 떠날 날이 예정되어 있어 한시적임을 알면서도 당장 거두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함께 했던 날들. 끝이 예정되어 있는 행복은 얼마나 가슴 저린지. 자신을 사랑해준 한 사람에 대한 개의 마음은 얼마나 애달픈지.

은지는 화자 선웅이에게 누렁이를 부탁하고 떠났다. 하지만 안다. 아이들에겐 그럴 힘이 없다는 걸. 은지 아빠는 옥상을 치웠고 누렁인 다시 떠돌이개가 되었고, 어느날 선웅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누렁이가 추락했다."
바로 그 옥상에서다. 개는 울 줄 안다. 은지의 흔적을 찾으며 옥상을 헤매던 누렁이는 어떻게 울었을까. 나는 그러다가 누렁이가 실족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웅이의 확신도 이해는 한다. 정말이지 너무 슬펐다.ㅠㅠ

[까탈마녀에게 무슨 일이]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흐뭇하고 대견한 남매의 이야기다.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그 자리를 채우려 애쓰는 누나. 그런 누나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2차 성징과 사춘기. 서로를 의지하며 건강하게 자랄 남매를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

[김밥천국에 천사가 나타났다]는 별볼일없는 현우의 여름방학이 특별함으로 바뀌는, 그 마지막날 하루의 이야기다. 각자 홀로인 두 아이가 만나면서, 무색의 날들에 색이 입혀진다. 현우는 부모님이 해고노동자라서, 지윤이는 백반증을 가진데다 엄마의 입원으로 이모인 김밥천국 아줌마에게 맡겨져서 홀로다. 둘의 만남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김밥천국. 한 아이는 기타를 쳤고 한 아이는 자전거를 태워줬지. 마음이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이야기. 음, 기타라니, 자전거라니. 좋겠다.^^

표제작인 [이상, 몰래카메라였습니다]의 메세지가 가장 강하다고 느꼈다. 어린 시절에는 크느라고 여러가지 실수를 하는데, 그중에 관계적인, 감정적인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어느 수위 이상의, 반복적인 실수는 더이상 '실수'라 이름붙일 수 없다. 이런 경우 '손절'은 피할 길이 없다. 내가 재윤이라면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손절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누리는 두번째 실수하고 재윤이의 단호한 반응에 당황하며 후회한다. 화해와 사과의 제스처를 하며 이야기는 화해의 가능성 직전에서 끝나는데, 내가 재윤이라면 용서해주지 않겠다.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일, 가장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떠나 정이 떨어져서 더이상 친하게 지내기 어려울 것 같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라고 했던가.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이 부리는 관계의 권력은 비열하다. 아이들이 이 권력 밑에서 절절매는 꼴을 보면 속에서 불이 난다. 이 멍청아. 니가 쟤보다 훨씬 낫거든. 좋은 친구도 알고보면 많아. 끊을 건 끊어! 이런 말을... 차마 아이들한테는 할 수 없어 답답하다. 한번은 용서해주고 두번째는 매몰찼던 재윤이의 태도가 맘에 든다. 화자인 누리는... 이런 아이 맘에 안든다. 하지만 이 아이도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기회를 주긴 해야겠지. 변화 가능성이 큰 아이들을 너무 단정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기에, 나도 늘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꽉꽉 찬 단편들이 들어있는 이 책을 잘 읽었다. 고학년 아이들과 읽을 만한 책이 정말 많다. 내가 이 감정과 관심을 몇살까지 유지할지는 자신이 없다만, 그만두는 날까지 아이들과 책을 통해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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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 그림책봄 13
다비드 칼리 지음,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 봄개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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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인생이 반영된 이야기인가? 싶은 이 책에서 '집'이란 단순히 건축물로서의 집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배경, 환경, 나아가서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인생을 회고하는 노년층에게도, 슬슬 노년을 바라보는 중년층에게도, 인생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청장년층에도 두루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 또한 그나름대로 자신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한테 딱 맞는 집을 찾는 일이 나는 항상 어려웠어." 라는 첫문장에서부터 느껴진다. '집'이란 인생에서 찾아가는 그 무엇이구나. 누구나 결핍을 느낀다. 이것인가? 하고 쫓아가보면 또 그것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쫓아감의 연속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쫓아감의 끝은 결국 어디인가? 이 책은 그 과정을 가장 단순하고도 극적으로 보여준다. '집'을 많이 옮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바닷가 작고 허름한 집에서 자란 주인공은 대학생(아마도)이 되면서 작은 도시의 다락방으로 이사했다. 졸업 후엔 파리의 북적이는 예술가 거리에서 살았다. 20년 정도.... 그는 충분히 '성공한' 예술가가 된 듯하다. 하지만 왠지모를 답답함이 그를 외국으로 이끌었고 그는 더 큰 도시의 아파트 19층에 살며 날마다 멋진 풍경을 보았다. 세월이 더 흐르자 그것도 시들해졌고 삭막한 도시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그는 친구가 빌려준 언덕 위의 호화로운 빌라로 거처를 옮겼다. 와우, 집에서 수영도 골프도 할 수 있는? 그럼 뭐해. 그건 그에게 별로 즐거운 일도 아닌걸....

그는 이번엔 작은 섬으로 갔다.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너무나 '아무 일도 없었다'. 그는 아예 집 없이 떠돌아다니기로 했다. 몇 년을 떠돌던 중 드디어 '어떤 집'에 꽂혀 그 집을 사 버렸다. 그 집은 어떤 집이냐면......

그림책의 줄거리를 적으면 위와 같이 단순하다. 하지만 그림책에서 읽을 것은 줄거리만이 아니다. 그림에 볼 것이 더 많다. (정확히 말하면 '그림과 함께' 읽어야 한다.) 그림을 보며 다양한 건축물들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한 예술가의 일생에 초점을 맞춰 볼 수도 있을테고, 숨겨놓은 상징을 찾아 해석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해도 좋다. 가는 펜선에 깔끔한 파스텔톤의 채색이 입혀진 그림이 나도 꽤 맘에 들었다.

나는 주인공처럼 많은 집을 옮겨다니지 않았다. 추구하는 것에 별 변화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고 섣불리 저지르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혹은 '추구하는 것'이 그렇게 강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추구했던 건 '월급'과 그에 값을 치르는 일에 대한 책임? 그리고 그 월급으로 꾸려가는 가족들과의 평탄한 일상? 정도였으니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여행은 되돌아오기 위한 떠남이다' 이런 말도 있지만 어쨌거나 떠나야 되돌아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떠날 여지도 없이 옴쪽달싹도 할 수 없는 삶이라면 출발도 할 수 없으니 도착도 할 수 없는거 아닌가? 멀리 돌아 도착한 원점은 귀하지만, 출발조차 할 수 없었던 원점이 귀할까? 그런 이들이 이 책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부럽다...."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완전히 그렇진 않지만 약간은 그런 감정도 든다.^^;;;;

건축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최초의 기억은 셋방살이다. 본채와 셋방이 떨어져 있었고 화장실도 밖에 있었던... 그때 주인집 언니가 우리 언니랑 동갑이었는데 날마다 주인아줌마한테 혼나고 두들겨 맞았고, 그때마다 아줌마는 우리 언니를 소환했고, 언니는 본채로 들어가 같은 학년이던 주인집 언니의 공부를 봐줬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던 때.^^;;; 다음 집은 한옥집. 봄이면 제비가 날아와 처마밑에 집을 지었고, 골목길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나와 함께 어울려 놀았다. 다음엔 경춘선 기차길 바로 옆의 연립.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TV가 지직거릴 정도로 기차길에 인접한 집이었다. 그후 연립을 한번 더 거치고서야 아파트에 살게 됐다. 지금도 아파트에 살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데서 다른 분들의 색다른 주거형태를 보면 부럽기는 한데, 절대 따라하진 못할 것 같다. 신경쓸 것이 많은 삶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주인공이 호화빌라에 살면서 느끼던 감정에도 공감한다. 그냥 딱 세간살이랑 책 꽂아두고 잠자고 먹고 책 보고 강아지 한마리 기를 수 있는 치우기 적당한 공간이면 족할 것 같다.^^;;;;

그동안 그림책을 실용적 목적(읽어주기나 수업에 써먹음)으로 주로 보던 편이었다. 이 책을 그렇게 할지는 아직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소장책으로 아끼는 책이 될거 같다. 가끔 다시 꺼내보면서. 다시 볼 때 다른 느낌이 또 든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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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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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작가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 <우주로 가는 계단>에서도 과학에 대한 식견이 꽤 높으시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보니 그중에서도 특히 우주과학? 물론 공상이지만, 밝혀진 것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는 공상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전작엔 없었던 특별한 소재를 꼽는다면 '게임'이다. 아마도 작가는 게임도 쫌 하시는 것 같다. 나는 게임이라면 테트리스밖에 안해본 사람으로서 요즘 게임들이 얼마나 발달해있는지 잘 모른다. 경험이야 많을수록 좋은건데. 그만큼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고 이 나이에 게임에 입문해서 늦바람에 도끼자루 썩기는 싫고....ㅎㅎㅎ 하여간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경험들마저도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이 매력적이었다고 하겠다.

공상동화이고, 황당무계한 설정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소가 나오기는 커녕 스토리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자신을 누구나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 일단, 주인공 소은하는 다소 엉뚱하고 눈치가 없어서 학교에서 '외계인'으로 통한다. 그런 은하가 진짜로 외계인이라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외계인 2세. 헥시나 행성인 엄마와 지구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헥시나계 지구인. 지구를 점령해 초기화하기 위해 행성 개조 칩을 뿌린 우월주의파에 맞서 칩을 해체하기 위해 파견된 특수부대의 대장이 바로 은하의 엄마였다고.

이렇게 내가 써놓고 읽으니까 진짜 엄청 황당무계하잖아?ㅎㅎ 하지만 책 속에선 진지해진다. 아니 외계 종족 사이에 번식을 한다는 게 말이 돼? 유전자가 같다는 거야? 외계인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신분을 얻고 30년을 지구인처럼 살아가다가 그들끼리만 비밀모임을 갖고 그럴 수 있어? 그게 어떻게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로 유지될 수가 있어? 이런 의문으로 겉돌기보다는 그냥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대장이었던 엄마의 충격적인 타격, 그리고 얼떨결에 엄마의 책무를 떠안은 '별빛전사' 소은하의 활약은 또래 어린이들을 꽤나 흥분시킬 것 같다. 게다가 지구 점령을 획책하는 적의 정체는? 은하가 골드레벨에다 랭킹 순위에 오를 정도로 맹활약하는 게임 '유니콘피아'와의 관계는? 5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헥시나 행성 지하감옥에 갇혀있다는 적이 지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은? 그의 계략과 시도에 다가오는 지구의 위기는? 이런 긴장감들이 독자들을 단숨에 결말까지 이끈다.

조력자들의 활약도 이런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참 못미치는 게임 레벨을 가진 친구 소령이와 기범이가 개미군단들을 이끌고 은하가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지 않았다면 은하도 힘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또 한가지, 공상 우주과학 이야기지만 현실의 아이들 이야기도 들어있다. 무리짓고, 따돌리고, 끌어들이고 내치는 아이들의 적나라한 이야기. 하지만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아이는 동요하지 않는다.

작가의 세계관을 볼 수 있는 인용구들도 나온다.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칼 세이건)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아서 C.클라크)
흥미롭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지만. 아이들도 그렇겠지. 어떤 분야에 관심과 탐구심이 생기는 건 꼭 그 분야 전문서적이 아니라 이와 같이 문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아이들 눈이 번쩍 뜨일만한 문장이.... "하루 종일 책만 읽으려고 하면 안 돼요. 가끔은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는 게 좋아요. 우리의 게임 실력과 체력이 지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부모님들, 그래도 이 책을 사주실랍니까? 사주실 거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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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박사의 비밀지도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9
앤드류 클레먼츠 지음, 김난령 옮김 / 열린어린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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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클레먼츠의 작품답게 역시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단순한 발단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이어지고 반전을 거쳐 흐뭇하게 끝맺는다. 이건 뭐 거의 이 작가의 공식이랄까? 엉뚱하고 전형적이지 않은 아이들이 등장하여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펼쳐지지만, 결국은 무난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훈훈하게 교훈을 주며 끝난다. 시시하냐고? 아니 아니다. 나는 이 작가의 이런 점이 무척 좋다.^^

우리말로 지도라고 하면 지리적인 지도를 당연히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에서의 지도는 더 넓은 개념이었다. 지리적 지도도 물론 포함되지만 그보다는 자료 조사와 통계, 통계의 시각적 표현에 가까웠다. 창의적 그래프라고 이해하면 빠를까? 이 책의 주인공 알튼은 어릴 때부터 여기에 꽂혀 있는 아이였다.

알튼은 이 책에서 불미스럽게(?) 등장했다. 전교생이 하는 소방훈련에서 따라 나오지 않고 혼자 교실에 남아 신규교사인 윌링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 것이다. 혼비백산한 선생님이 알튼을 발견했을 때! 아이는 교실바닥에 엎드려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이 아이가 지도에 빠지게 된 과정을 보면 인상적이면서 꽤 바람직하기도 하다. 아기 때 부모가 아기 주변을 관련된 것들로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은 맞지만, 이후 아이는 혼자의 힘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나가고,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스스로 익히고, 나아가서 스스로가 '제작자'가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나는 이런 몰입의 경험이 없어서 이런 사람들이 솔직히 부럽다.

그런데 지도박사는 그의 이런 경향으로 민폐를 끼치고 말았으니.... 책의 발단은 소방훈련이지만 시간순으로는 더 먼저 일어난 일이 있었다. 알튼은 자신과 많이 다른 친구 퀸트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퀸트는 활발하고 대범해보였으며, 거침없이 말하고(비속어 같은 것도 좀), 특히 알튼이 하는 걸 보다가 감탄에 가까운 칭찬을 잘해주었다. 세번째 이유가 이해가 간다. 누구에게나 이런 존재가 필요하니까.

어느날 알튼은 자신의 결과물들이 담긴 서류철을 학교에 가져왔고, 퀸트를 도서실로 불러 지도를 몰래 보여주었다. 첫번째로 꺼낸 것은 '윌링 선생님의 뇌구조'. 퀸트 특유의 폭풍같은 반응 때문에 도서실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다른 것은 못보고 교실로 향해야 했다. 하교시간, 사물함을 열어본 알튼에게 기절초풍할 일이 생겼다. 그의 보물인 서류철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건 단지 소중히 여기는게 없어졌다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알튼이 지도에 담은 내용, 그건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것들이었다. '윌링 선생님의 뇌구조' 처럼 타인들이 보면 낄낄거릴 수 있지만 당사자는 그럴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알튼은 나쁜 의도에서 그린 건 아니었고 공개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긴 하지만.

지도는 누구의 손에 들어갔을까? 그리고 그는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초조해하는 알튼과 함께 독자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순간이다. 드디어! 범인의 연락이 도착했다.
"중요한 걸 잃어버렸니?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곧 연락하겠다."
이어지는 연락에는 "지령을 따르지 않으면 너의 지도들이 모두 공개될 것이다." 라는 협박도 들어있다. 지령에 따를 때마다 지도 한장씩을 돌려준다는 조건도 함께.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알튼과 독자 모두 첫 지도를 보고 감탄했던 퀸트를 의심하지만 그는 아니었고, 둘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리고 알튼은 지도를 돌려받기 위해 하나씩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지령에서 요구하지 않았지만 미션 해결 중 알튼은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게 되는데,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것도 훈훈하고 재미있다. 자,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난 범인은?^^

이 작가의 작품 중 현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은 <프린들 주세요>다. 그냥도 읽히지만 사전을 공부할 때 많이 활용된다. 이 책은 지도 단원에서 읽어도 좋겠다. 구글어스를 활용하는 장면도 나오고 지오캐싱이라는 첨단 레포츠에 대해서도 나온다. (나도 처음 알았음) 그보다도 수학 그래프 단원이 좀더 밀접할 것 같기도 하다. 관심과 관찰에 의한 정보수집, 수집한 정보의 통계처리(여기선 비율 공부를 해야 함), 통계의 유의미와 신뢰성에 대한 판단, 통계를 표현하고 활용하는 방식 등등. 작가는 공립학교 교사로 일했다. 책 서문에 이런 헌사가 있다.
"따뜻한 보살핌과 지도로 내가 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게 이끌어주신 존 프랭클린 스머트니께 바칩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기발함과 함께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작가와 비슷한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모종의 신뢰감을 준다. 물론 그런 책만 읽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책마다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이런 이유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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