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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ㅣ 작은 곰자리 70
일레인 비커스 지음, 서맨사 코터릴 그림,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11월
평점 :
뭐든 순수하지 않은 접근에는 약간이라도 무리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림책에 대한 나의 접근이 그러한데 ‘써먹을’ 궁리를 하면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렇게 신청했다. ‘연말도 되어가니, 이 그림책을 읽어주고 감사에 대한 활동을 하면 좋겠다.’
내 꾀에 내가 넘어간 격인지, 아쉽게도 그렇게 사용할 순 없겠다. 학교 같은 대그룹에서 읽어줄 책은 아니었다. 본의 아니게 상처받을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그렇다.
“따뜻하고 포근한 집이 고마워요.”
“책을 읽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엄마, 아빠가 고마워요.”
“엄마 아빠는 밤마다 이불을 꼭꼭 여며 주고, 나직나직 자장가도 불러줘요.”
“잘 자렴. 단꿈을 꾸렴. 꿈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렴. 내일 어떤 일이 찾아와도 널 사랑한단다.”
솔직히 저런 가정에서 자라면서 감사를 하지 않는다면 양심이 없는 거 아닌가?^^;;;; 하지만 저런 가정 속에 있는 아이는 의외로 적다. 가정은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며 시궁창인 경우가 많고 그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부드럽고 완벽하다기에는 여기저기 깨지고 흠집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는 감사할 일들이 있으며 그걸 찾는 밝은 눈이 있을 때 그 인생은 행복한 것이다.
첫장부터 완벽한 사랑을 갖춘 엄마 아빠의 모습과 모두가 원하는 단란한 가정, 웬만한 것은 다 갖춘 듯한 집의 모습까지 보이니, 지금 우리반에서 읽어주기엔 반 넘는 아이들이 마음에 걸린다. 물론 아이들은 괜찮은데 어른이 괜히 하는 걱정일 수도 있다. 어쨌든간 나는 이 책을 학급에서는 읽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읽거나 개인적으로 읽기에는 아름답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아이는 “모든 것이 다 고마워요.”라고 말하고 있다. 밤과 아침이, 어김없이 뜨고 지는 해와 달이, 심장이 뛰는 것도, 들이쉬고 내쉬는 모든 숨도 다 고맙다고. 이것도 아이가 안정된 행복감 안에 안전하게 들어있을 때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삐딱한 눈으로 보면 슬프고 힘든 아이들의 불행감을 더 자극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표현들은 아주 맘에 들었다.
“근사한 곳으로 이끌어주는 문이 고마워요.
근사한 곳으로 데려가 주는 책이 고마워요.”
그리고 따뜻한 것들의 고마움에 대해서 표현한 뒷장에 차가운 것들의 고마움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감탄을 했다. 감사한 일들을 넓게 볼 수 있도록 생각을 넓혀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대상 연령이 유아부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등장하는 어른들이 거의 부모인 것은 좀 아쉽다.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감사도 좀 배워야 한다. 하긴 어른들도 마찬가지고 나도 마찬가지인데....^^;;; 감사는 정말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좀 본을 보이고 가르칠 필요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어른들이 많이 읽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