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구판절판


화가가 어느 쪽이었지? 둘을 나란히 견줘본다.
접니다, 히라노가 손을 들었다.
응, 열심히 해!
아, 예
평론가라는 건 어느 쪽이야?
접니다. 어쩔수 없이 히사오도 손을 들었다.
넌 안돼. / 엇, 왜 안돼요? 쓴웃음을 섞어 항의했다.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거 되어서 뭐해? 저기 객석에 앉아서 남이 하는일에 이러쿵 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젃이다. 젊은 사람은 무대로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돼!
이 아저씨는 정말 못말리겠다. 히라노가 웃음을 씹어 삼기고 있었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를 안 하는 일이잖아? 그러니 안 된다는 게야.
아. 예예. 둘이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야. 그야말로 살아있다는 실감이란 말이야. -137쪽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385쪽

남의 속마음을 들으면 어쩐지 나 자신까지 치유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면 용기가 솟구친다. 도쿄의 에너지는 분명 수많은 사람의 에너지다.-379쪽

"괜히 우울해져서 말이지."
"우울? 우울하다니 결혼이?"
"이래저래"
"이래저래라니? 똑똑히 설명해봐"
"얼마전에 기타하고 엠프하고 처분했어. 신혼집에 놓을 데가 없다고 해서. 별로 미련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어지고 나니까 아, 나는 이렇게 꿈을 포기하는구나 싶고"
오구라가 짧아진 머리를 쓸어올렸다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겸연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우스운 얘기지만 내가 아직도 어딘가에서 꿈을 꾸고 있었나봐 이카텐에 나가고 레코드 회사의 눈에 들어서 혹시 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다음 달이면 서른인데. 정말 바보 같은 소리다만"
"아냐 바보 같은건 없어 "
"악보도 다 처분하고 레코드는 어머니 집에 보내고 그런 주변정리를 하다 보니 뭔가 완전히 끝났다는 기분이 들더라고"
"그 기분, 나도 알 거 같아"
"이 머리도 장인 장모한테서 은근히 지적이 들어오더라고. 결혼식에 그 머리로 나올 거냐고.,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생각했는데 자, 그럼 왜 기르고 있냐고 자문을 해 봤더니 딱히 대답이 안나오더라고. 한마디로 이건 정신적인 모라토리움인거야. 이십대 내내 어른이 되기 싫다고 생각했었어."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마찬가지야"-373쪽

"대학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한 녀석들은 주위에 어른들이 있으니까 저절로 사회나 세상에 동화되잖아? 하지만 우리는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계속 학생기분으로 이십대를 보내버렸나봐. 내일 결혼식은, 너희들 이제 어지간히 좀 나가라고 대학12학년생을 억지로 등떠밀어 졸업시키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친구들하고 함께 떠들고 웃고 할 마음이 안나더라. 마음 독하게 먹고 머리를 잘랐는데 너무 안 어울려서 얼굴 내밀기도 싫고.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주쿠에서 나 혼자 술 한잔 했다. 어른이 되려고 깎았는데 괜히 더 어린애 같지?"
"데뷔 당시의 폴 메카트니를 닮았는데? 마지막 여자와 손을 끊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해주지"-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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