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최금희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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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죄인임을 알 때 그분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방송 작가이기도 한 저자가 묵상을 통해 일상의 단상을 담은 방송 오프닝 멘트가 책으로 엮어진 작품이다. 근심, 걱정, 불평, 불만에 찌든 우리 독자들에게 성경 구절의 말씀을 통해 일상에서의 피곤함을 평화로움으로 희석시켜 준다. 종교적으로 책을 읽어 나가는 것보다 한 편, 한 편의 일상 속 소중한 에세이임을 느끼다 보면 보다 쉽게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생명의 호흡들이다.

'기억과 감정을 흘려보내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억울함과 분노, 놀람과 슬픔이 삶의 기억과 감정을 흔들어 놓지 않게 하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고 불평, 불만에 스스로를 매몰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내일이 아닌 과거 이야기에 전전한다는 글에 깊은 공감이 간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앞을 내다보며 밝은 기운을 불러오는 정신적 안정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글이 하루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오랜 시간 두고두고 아침을 시작할 때 꺼내어 읽으면 하루란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 빨리 읽어서 마무리할 책이 있는 반면 이 작품은 작가가 설명하듯 하루를 시작하는 명상, 묵상을 위한 안정제로 사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 걷다 보고, 읽다 보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있지 않을까? 저자 또한 시련과 아픔을 겪으며 삶을 좀 더 아름답게 설계해간다. 묵상이란 자기 나눔과 기도를 통해서도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한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공감대와 극복 과정, 저자가 느끼고 깨달은 감정들에 이입된다. 각 오프닝 마무리에 등장하는 짧은 성경 구절도 마음에 위안이 되고, 나와 타인을 되돌아 생각해보게끔 쉼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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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권용준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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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이다.‘​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여유가 필요하다. 풍경을 만끽하며 어둠의 터널을 통과할 때 마음의 창인 책을 탐하는 것이 진정한 독서가의 여행길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색다른 분위기와 설렘의 감정에 어우러지는 생의 슬프고, 기쁘고, 아름다움이 인생임을 저자의 작품에서 경험 가능하다.

하루, 사랑,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 시간의 존재는 무의미할 수 있다. 하루란 의미가 사람에 따라 칠흑 같은 어둠처럼 어서 벗어나고 싶은 느린 시간일 수 있으며 정반대일 수도 있다. 사랑도 사람들 간의 관계도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이 인생이다. 추억을 되새기는 이야기라기보다 순간과 영원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감정들이 글로 녹아든 작품이다.

그러함에 의해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인생의 중심에 서서 나름의 규칙을 통해 시간을 소유하는 느낌도 들게 한다.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인간에게 존재의 유무가 간혹 무의미할 때도 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시공간을 초월하고 싶은 ‘제로 지대‘로의 여행, 그것이 추억과 지금이란 현실이 버무려진 우리의 이상향일 수 있다.

‘가 버린 이들을 위하여, 존경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부터 간암으로 생을 마감한 지리산 소녀‘처럼 저자 혹은 독자들보다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위로의 마음도 글로 표현한다. 동시대에 같은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던 인물이 아닌 그들, 이에 아쉬움이 더 컸던 저자는 다른 시간 때에 존재했던 그들에게 무거운 마음을 담아 별을 바라보며 예를 표한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공간대에 머물렀다면 만났음직한 상상, 그것이 시간의 존재가치 여하에 따라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상상의 일부일지라도......

화자인 나의 인생, 타자의 인생이 다채로운 색이 반영된 그림을 그리듯 묻어 나온다.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과 에피소드가 감각적인 문장과 사실적인 대화 내용으로 입체적인 감성으로 다가온다. 한 편의 글이 그림처럼 여러 가지의 장면을 묘사하며 상징하듯 생각의 파고를 넘나든다. 이런 장면에서 작가가 표현하고 의도하고 싶었던 것들이 내 상황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란 추측도 해본다. 글이란 이처럼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자율성을 띠는 것이며, 저자도 그 의도를 충분히 감안하며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일상이 추억 어린 에세이가 되고 시가 되는 것, 이것이 글을 읽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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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성교육 사전 : 남자아이 몸 - 초등 남자아이가 꼭 알아야 할 20가지 몸 이야기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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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또 예뻐해 주세요, 내 몸을 가장 사랑할 사람은 바로 여러분 자신이니까요.‘

내 몸을 먼저 아는 아이들이 타인의 몸과 마음도 배려와 사랑으로 존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에 대한 배려가 나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을 머리에 새기고 이 책을 읽어 간다면 더욱 더 자연스럽고 올바른 성교육이 될 것이다.

동등함을 느끼게 하는 것, 고추의 있다 없다의 차이가 아니라 각자가 지닌 것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부모에겐 필요하다. 작고 미세한 것부터 올바르게 시작해야 우리 아이들에겐 정확한 성교육이 되는 것이다. 어려울 수 있지만 고추가 있고 없고가 아닌 남자 아이에겐 음경, 여자 아이에겐 음순이 자신의 생식기란 걸 이해 시켜주는 것이 자녀 성교육의 시작일 것이다. 조금 낯설긴하다.

몸을 소중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결히하는 것도 필수임을 느낀다. 매일 매일 양치질을 하는 습관, 세수와 발닦기를 함께 함으로서 청결이 필요한 이유와 내 몸이 깨끗해야만이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묻고 답하는 식의 대화와 소통은 필수임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씻는 건 건강을 지키고 자신을 가꾸는 중요한 습관‘임을 기억하자.

임신과 아이 탄생의 올바른 설명도 빼놓을 수 없는 성교육의 일부이다. 특히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이루고 태아가 자궁에 머무는 것이란 부분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용어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아 선호사상에 이르러 아들 자(子)를 사용해 자궁이라 불러왔는데 사실 세포(胞)가 머무는 집. 포궁이라는 용어가 올바르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가족의 다양성도 무시 못할 일이다. 독자인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각각의 가족에 대한 배려와 관심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다문화 가족,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입양 가족 등 우리에겐 다양한 가족 구성이 있다. 대가족, 핵가족으로만 나뉘어지던 가족 구성이 이렇게 다양성 있게 구분되는 것이다. 한부모 가족의 아이라고 무시하고 놀렸던 친구에게 평생 미안함을 담고 있기에 가족 구성에 대해선 더욱 중요한 의미로 기억된다. 혼자가 꾸미는 집도 가정이듯 인류가 가정이라는 정의도 함께 가슴에 새기고 싶다.

사춘기 극복은 아이들의 성교육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정체성이 더욱확고하게 정립 될 수 있다.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제 2차 성징이라 할 사춘기는 정신적 안정과 더불어, 몸의 주요 부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 확인 가능한 시기라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보다 쉬운 설명으로 제 3장 내 몸이 궁금해요 확인할 수 있다.
사춘기에 일어나는 아이들의 신체적 생리적 다양한 반응과 변화를 부모로서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팁을 ‘아홉살 성교육 사전‘에서 함께 터득하길 바란다. 책 부록으로 소개하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도 활용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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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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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미모의 대학생 시즈카에게 10년 전 잊힌 남진 소꿉친구 소타가 나타난다. 마녀였던 할머니와 생활했던 시즈카는 자연스레 마녀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고, 개성이 넘치셨던 할머니의 마술 도구(마도구)를 간직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타와 티격태격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듯 실랑이를 벌이는 두 인물. 결국 마도구를 사용해 마법을 펼치며 -문제 해결-10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의 안타까운 죽음과 홀연히 사라졌다가 나타난 소타의 모습에 시즈카는 약간 혼란스럽기는 하나 금세 익숙해진다.

이 둘은 어찌 되었든 할머니의 추억을 간직한 채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치유의 여정을 시작한다. 낯선 곳이지만 기억에 가득한 장소로 잠시 도착한 그들에게 어떠한 신비롭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경험했던 기억과 겪어 볼 미래의 일에 대한 설렘이 소설을 읽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전 작에서 선풍적인 인기로 다수의 독자를 불러 모은 ‘#작가 후지마루‘의 상상력이 업그레이드 된 신작이 그런 의미에서 더욱 기대된다.

인간이 그려낸 이야기는 대부분 추억과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와 방향성에 대한 참 된 의미를 터득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극적 과정을 거쳐 결과가 마무리되느냐가 작가로서의 필력, 즉 이야기 전개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마녀 놀이의 시작은 누군가에게 혼란과 혼돈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결단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에 필요한 정체성을 재확인해주는
의식이다. 소타와 시즈카는 톰과 제리 같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믿고 의지하며 다양한 문제-미우라의 연애, 입양된 히토미의 심리적 고뇌 등-들을 적절한 선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함과 통쾌함을 동시다발적으로 느끼게 하며 해결해 간다.
젊은 감성이 돋는 이야기를 비롯해 추억을 플러스해가며 모든 세대가 공감 가능한 주제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마녀는 마도구를 써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를 수 있어. 마도구는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가르쳐주지. 이건 아주 감사한 일이란다.˝

마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마법은 마음일 수 있다. 마도구는 마음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도구이다. 소타는 가벼워 보이지만 그러한 유쾌함 속에서 너무나도 진지하고 외골수적인 소녀 시즈카를 조력한다. 그것은 위의 대사에서 할머니가 언급한 것처럼 세상을 행복의 나눔이란 의미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더욱 아름다울지, 마법을 사용하는 마녀의 존재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개성이 넘치는 의뢰인들과 중재자로서의 마녀 시즈카, 그의 든든한 힘 소타의 활약에 절로 웃음과 감동이 묻어나는 판타지 소설이다. 신비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살아 숨 쉬듯 떠오르며 쉽게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 그것이 후지마루가 독자에게 던지는 독서의 마력과도 흡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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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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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화 혹은 만화를 통해 올리버 트위스트를 만났다. 아무튼 기억에 남는 장면들의 일부늘 떠올려 보자면 세상에 이렇게 힘겹고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가 있단 말인가?라는 한숨 섞인 서글픔뿐이었던 것 같다. 19세기 산업 혁명 시기를 겪은 제국주의의 나라 영국이란 곳에서 말이다.

어른이 되어 정통 고전으로 만나보는 올리버 트위스트는 또 다른 감흥을 던져 준다. 소설의 시대상을 파악하며 이야기를 곱씹어 가듯 읽다 보니 좀 더 마음에 와닿는 내적 반응이 바로 느껴진다. 굶주림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나버릴 수 있었던 올리버의 가장 짧은 전기는 이를 비웃 듯 두꺼운 책으로 독자들과 오랜 세월 만나오고 있다. 그것은 올리버 트위스트의 굴곡진 인생 무게를 대변한다.

그 크기만큼 올리버 트위스트가 겪게 될 역경과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 몰입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인물의 전기는 독자들이 살아가는 시대에 비추어 거울과 같은 교훈이 될 수 있다. 구빈원의 도움으로 자라나지만 그 조직하에 팽배한 악습과 불온한 전통이 적나라하게 작가의 펜에 의해 증명된다. 인물 하나, 하나가 야만적이면서도 간사하며 사실적이라 더 하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9세 이후 장의사의 도제로 5파운드에 팔려기기 전까지 구빈원의 지원 속에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한 채 고아원 친구들과 생활하게 된다. 외롭고 그리움에 사무친 아이의 삶에 동화되다 보면 독자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행복하고 풍요로움으로 가득한지 깨닫게 된다.  어려운 환경을 탈출해 결국 런던으로 떠나지만 또다시 주인공 올리버는 소매치기 일당이라고 할 수 있을 유대계 노인의 패거리에 농락 당하는 존재로 전락하며 어둠 속 그늘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의 처절한 모습과 같이 시대의 불편함을 풍자와 비판이 담긴 내용으로 그려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런 부조리한  이야기 속에서 얻는 교훈은 독자인 내가 현실 앞에 어떠한 존재로 살아가야 올바른 가치관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수많은 아픔과 고난, 슬픔을 겪거나, 이에 반하는 극진한 보살핌 등 어린 나이로부터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올리버 트위스트는 시대를 반영하는 아이콘과도 같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돌아가는 사회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그림자를 환한 빛으로 밝히지 못하는 현실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기득권 세력과 변화를 꿈꾸는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고, 무모함보다는 당연함을 관행처럼 답습하려는 사회의 상처 깊은 단면이 작품을 통해 경험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작가는 투명함 속에 떼 묻지 않았던 어린 올리버 트위스트의 눈을 통해 그릇된 세상을 조명하고 풍자한다. 이는 독자와 올리버 트위스트의 진실이 묻어 나는 조우를 위한 작가적 의도가 포함된 것일 수도 있다.

기쁨도 잠시, 쉴 수 없는 쓰린 마음의 상처 속에 서 피비린내 나는 사투를 펼칠 수밖에 없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응원한다. 세상의 빛이 밝혀질 날을 기다리며 20세기 고전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어린 시절 동화 혹은 만화를 통해 올리버 트위스트를 만났다. 아무튼 기억에 남는 장면들의 일부늘 떠올려 보자면 세상에 이렇게 힘겹고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가 있단 말인가?라는 한숨 섞인 서글픔뿐이었던 것 같다. 19세기 산업 혁명 시기를 겪은 제국주의의 나라 영국이란 곳에서 말이다.

어른이 되어 정통 고전으로 만나보는 올리버 트위스트는 또 다른 감흥을 던져 준다. 소설의 시대상을 파악하며 이야기를 곱씹어 가듯 읽다 보니 좀 더 마음에 와닿는 내적 반응이 바로 느껴진다. 굶주림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나버릴 수 있었던 올리버의 가장 짧은 전기는 이를 비웃 듯 두꺼운 책으로 독자들과 오랜 세월 만나오고 있다. 그것은 올리버 트위스트의 굴곡진 인생 무게를 대변한다.

그 크기만큼 올리버 트위스트가 겪게 될 역경과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 몰입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인물의 전기는 독자들이 살아가는 시대에 비추어 거울과 같은 교훈이 될 수 있다. 구빈원의 도움으로 자라나지만 그 조직하에 팽배한 악습과 불온한 전통이 적나라하게 작가의 펜에 의해 증명된다. 인물 하나, 하나가 야만적이면서도 간사하며 사실적이라 더 하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9세 이후 장의사의 도제로 5파운드에 팔려기기 전까지 구빈원의 지원 속에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한 채 고아원 친구들과 생활하게 된다. 외롭고 그리움에 사무친 아이의 삶에 동화되다 보면 독자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행복하고 풍요로움으로 가득한지 깨닫게 된다. 어려운 환경을 탈출해 결국 런던으로 떠나지만 또다시 주인공 올리버는 소매치기 일당이라고 할 수 있을 유대계 노인의 패거리에 농락 당하는 존재로 전락하며 어둠 속 그늘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의 처절한 모습과 같이 시대의 불편함을 풍자와 비판이 담긴 내용으로 그려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런 부조리한 이야기 속에서 얻는 교훈은 독자인 내가 현실 앞에 어떠한 존재로 살아가야 올바른 가치관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수많은 아픔과 고난, 슬픔을 겪거나, 이에 반하는 극진한 보살핌 등 어린 나이로부터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올리버 트위스트는 시대를 반영하는 아이콘과도 같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돌아가는 사회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그림자를 환한 빛으로 밝히지 못하는 현실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기득권 세력과 변화를 꿈꾸는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고, 무모함보다는 당연함을 관행처럼 답습하려는 사회의 상처 깊은 단면이 작품을 통해 경험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작가는 투명함 속에 떼 묻지 않았던 어린 올리버 트위스트의 눈을 통해 그릇된 세상을 조명하고 풍자한다. 이는 독자와 올리버 트위스트의 진실이 묻어 나는 조우를 위한 작가적 의도가 포함된 것일 수도 있다.

기쁨도 잠시, 쉴 수 없는 쓰린 마음의 상처 속에 서 피비린내 나는 사투를 펼칠 수밖에 없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응원한다. 세상의 빛이 밝혀질 날을 기다리며 20세기 고전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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