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돌에 쉬었다 가는 햇볕 한 자락
장오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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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시에는 인생이 묻어나고 생활의 애환도 묻어난다. 왠지 사실적인 것들이 문장화되어 시구로 승화된 느낌이다. 촌철살인과도 같고, 삶과 일상에 스며들게끔 하는 시어에 생동감이 묻어난다. 그저 잠시 섬돌에 쉬다 떠나가는 구름 위 햇볕처럼 정처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지 모를 정도로 흘러가는 삶처럼 비유와 묘사도 적절해 좋다. 누군가 시의 해석이 어렵다 하셨다. 개인적이지만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시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읽고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내 것화 하는 것도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것이 시이다.

 

 

초저녁 베갯머리 등 맞대고

 

홱 돌아눕더니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차가웠나

 

 

새벽녘엔 어느새

 

꼭 끌어안고 잠들어 있다.

 

 

-부부 싸움 중

 

 

무엇이 진실이니 모르나 부부 싸움은 역시 칼로 물 베기. 고개를 돌려 눕다가도 누구 하나 양보하면 공든 탑이 허물어지듯 싸움이란 앙금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런 경험 모두 한 번쯤 있지 않을까? 그저 므훗한 웃음만 더한다.

 춥다고 끌어 안지 말고 사랑하니까 끌어안는다. 그것이 부부이다.

 

 


50대 중반의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좀 더 객관적인 것 같다.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 자녀 세대를 거쳐온 시인의 눈이 하나의 조화가 되어 시로 승화된 것이다.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문득 스쳐간 듯한 상황에서도 느껴지는 감정이 있으며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에 대한 미래도 예견된다. 그것이 인생이라 여겨지며 이 시집의 타이틀 '섬돌에 쉬었다 가는 햇볕 한 자락'처럼 시로 말하고 독자는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나만의 방식이란 삶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짧은 시집이지만 여운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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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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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언어, 존재의 언어, 삶의 언어이다.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단계인 것 같다. 짧은 명시와 함께 그 시를 해설해 주며 영어적 표현까지 학습하게 해주다 보니 독자로서는 영어공부까지 곁들이는 일석삼조의 효과이다.

소설, 에세이 등에 익숙해진 독자에겐 사뭇 참신한 작품이다. 더욱이 시를 통해 영어의 응용 표현까지 배울 수 있음이 흥미롭다. 영어 문장을 공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시의 언어로서 느끼며 익힌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배웠지만 잊어버린 시구와 영어 단어, 문장 등이 옛 기억을 떠오르게끔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를 사랑하고 영어에 관심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특히 영문학을 십수 년간 전공한 전문 작가의 해설과 해석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

시를 마음으로 느끼며 밖으로 소리 내서 읽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애송시 한 편 정도 익혀 두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사랑을 바라보고 시로 승화시키는 시인들의 관점도 각양각색이다. 시련과 미련의 아픔으로 사랑이란 의미를 표현하는가 하면 사랑을 찾았지만 떠난 후 다시 사랑이 밀려들어 엇갈리는 사랑의 경우도 있다. 굳이 사랑을 무언가로 증명하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마음 닫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듯 아름답고 감미로운 시언어로 창작하는 시인들도 있기 마련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시들과 아름다운 영미 시의 언어적인 본질을 이성적으로 이해해 가는 과정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공부가 아닌 시를 통해 다시금 인생을 배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랑으로 삶은 완성되고, 짊어진 짐의 무게는 미침내 소실된다는 것.

많은 무게감과 피로감이 밀려올 때 이것을 치유하는 것은 사랑이다. 시의 감성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밝혀 주는 광명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고 인류 역사에 사랑이 영원함을 깨닫게 해준다.

찰스 부코스키의 [파랑새]는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라고 저자는 말한다. 술을 좋아하고 방랑가적 기질을 지닌 어린 시절의 아픔이 그를 마초로 만들었다. 하지만 파랑새는 다르게 표현되고 정의된다. 인간은 한 면만 지니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강한 면이 있다면 연약한 자신의 치부 혹은 단점도 보유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마초 같은 삶의 그를 연민하고 옹호하는 팬들은 강해 보이지만 감정적으로 나약할 수밖에 없었던 그를 옹호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고독이란 이름은 인간의 친구일 수 있고 파멸로 가는 늪일 수도 있다. 기쁠 땐 사람들이 몰리고 슬플 땐 멀어지는 것들. 윌콕스는 '고독'이라는 시에서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란 존재가 나의 친구가 될 수 없다. 저자도 언급하는 것처럼 SNS에서 만나는 수 천명의 친구 중 나를 인정하고 걱정해 주며 상호 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주는 이는 극소수에 불가하다. 어쩌면 그래서 군중 속의 고독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인지 모르겠다. 존재, 내가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킬 것은 스스로임을 기억하고, 고독마저 즐기는 생을 이어가고 존재이고 싶다.

내 억센 피가 휘청거리는 내 이성을 거스른다고 이걸 불쌍한 반역이라 여기지 말아 주세요.

빈센트 밀레이 [나는 여자로 태어나 괴롭나니 일부] 남녀가 느끼는 사랑의 마음과 본연의 감정은 동일할 수 있음을 정의하는 시구이다. 저자 또한 남자든 여자든 사랑을 위해 저돌적인 모습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시인으로 살아왔지만, 개성이 강한 삶을 살아간 빈센트 밀레이의 존재는 시대를 앞서 간 예술인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자유분방함 속에 시를 창작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쁨과 낭만을 즐겼던 시인의 생이 시에도 묻어나는 것 같다.

한 편의 짧은 시였지만 시와 저자의 해설을 통해 그녀의 존재 가치, 문학적인 유산도 경험해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항상 즐거울 수만 없는 인생이므로 저자가 말하듯 시인 빈센트 밀레이의 생애도 희로애락이 공존했던 삶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게 인간으로 살아가는 하나의 숙명이자 존재성이다.

린다 파스탄의 [슬픔의 다섯 단계]란 제목의 시는 처절하다. 슬픔이란 시간이 가면 당연히 잊힐 테지만 다시 도돌이처럼 돌아온다는 말에

인간의 존재란 무한 반복의 한 평생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잃게 되면 느껴지는 시름과 고독감, 우울감이 인간의 마음에 엄습해오기 마련이다. 이를 이겨내는 과정은 나와 타인의 노력이 더해진다. 어떤 단계에 올라와 미련과 슬픔을 승화시켰다고 자기 합리화시키지만 저자의 말처럼 '사지를 잘린 채 계단을 올라온 슬픔은 단계가 있는 도돌이 계단'처럼 잊을 듯하면 다시 시작되고 반복되는 것 같다. 이것을 억지로 잠재울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현명할 수도 있다.

초연결시대 존 던의 산문 중 일부는 현실을 반영한다. 인간 개개인이 하나의 섬일 수 있고 이것이 인류란 종을 만든다. 이런 종의 의미가 헨재의 네트워크화된 세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 일을 안 하는 것 같지만 SNS의 글 하나, 카드 결제 하나로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보이지 않는 망으로 연결된다. 어떻게 보면 촘촘하면서도 무섭게 느껴지는 세상이다. 직접적인 만남이 아니라도 인터넷으로 존재하는 인류. 개개인의 섬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거대한 종이 하나로 뭉쳐진 대륙처럼 우리도 변화하고 있다. 사는 것은 비슷할 수 있으나 각자의 존엄, 존재적 측면에선 조금 가볍고 느슨해진 인류의 현주소가 발전하는 무게에 비해 다소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존재성과 연결성은 축복일지 저주일지 각자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삶은 진심을 다 할 때 빛을 발한다. 에이미 로웰의 [꽃잎]이라는 작품을 통해 전해오는 삶을 의미한다. 물과 시간의 비유는 이 책을 쓴 저자의 말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물을 바라보며 대신 느낄 수 있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붙잡으려야 붙잡을 수 없다. 다만 에이미 로웰이 시에서 표현한 '우리만 남아도 we alone stays 향기는 남는다 fragrance still stays'처럼 감정의 향기가 삶에 묻어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물과 같은 시간의 강가에 가득히 기억되어 향기가 끊이지 않도록.

[눈 내리는 밤 숲에 멈춰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는 삶의 멈춤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시구들이 등장한다.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서

눈 덮인 자기 숲을 보려고

내가 여기 멈춰 서 있는 걸 모를 것이다.

인간의 삶은 쉼 없이 달려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멈춤은 늘 존재한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살다 보면 반드시 멈추어야 할 때가 오며, 때때로 이성의 빛을 끄고 어두운 밤, 자신의 내면의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정리한다. 잠깐, 멈춤이 필요한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독자의 짧은 생각도 더해본다.

죽기 전 자신의 전 재산을 마틴 루터 킹 재단에 기부했다는 시인이자, 작가인 도로시 파커.

그의 시에서 묻어나는 작품성도 돋보인다. 상상하지 못할 재고라는 제목의 시는 자신이 버리고 갈 것, 필요한 것 등을 아이러니컬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 아닌 적까지도 스스로를 현명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있을 웃음과 희망, 샴페인이란 글에 미소가 던져진다. 긍정과 위트를 지니고 살았던 시인이 아니었을까? 샴페인을 죽기 전까지 있어야 할 재고로 남겨 둔 것은 술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의미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저자도 그런 것처럼 내 인생의 재고, 한 번 담아보고 싶은 작품이다.

우리에게 가면이 필요할까요? 시인 폴 로렌스 던바는 [우리는 가면을 씁니다]에서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다양성의 가면을 쓰는 것에 대해 정의한다. 나쁜 가면이 판치는 세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가급적이면 우울하고 힘들더라도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기쁨의 가면이 대체되어 실제로도 그런 삶이 지속되길 바란다. 슬픈 일이나 힘겨운 일이 물론 많겠지만 깨알같이 다가오는 즐거움의 가면이 축 처진 우리네 삶을 추켜 세워줄 테니까. 저자는 말한다. 가면에 가려진 상대의 눈빛을 바라보라고, 그러면 더욱 서로의 눈빛 교환을 통해 사랑이 번지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이라도 긍정 부호 가면을 우리 각자에게 선물해보자.

그대는 계속해서 저항을 외치시기를

그 이야기가 시작될 때 말똥말똥

깨어 계시기를

한순간도 한 호흡도 결코

낭비하지 마시기를

삶이란 사랑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지탱 공간과도 같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 사랑이란 신이 주신 선물이 인간에게 주어진다. 사랑이 삶을 풍성하게 한다는 저자와 독자의 공통적 생각을 담으며, 사랑이 삶의 일부라 찬양하듯 문장으로 탄생 시킨 시인 앤 마이클스의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의 일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may love seize you.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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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읽는 순간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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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외삼촌의 딸 영서가 등장했다.
친해지려 싶었더니 며칠 만에 영서의 이모에게 떠나는 그녀. 영서는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1인칭의 화자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다. 작가는 정확한 의도를 에필로그 부분에서 언급한다.

영서는 16년 만에 만난 고모의 딸 ‘연아‘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작은 이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진교, 영서의 ‘파라다이스‘와도 같아던 도서관과 그곳의 사서, 친구 소란과 유리에 이르기까지 외로움을 품에 안은 채 많은 사람들과 짧은 인연을 이어간다. 분명히 외롭고 힘겨운 십 대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지만 어려운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문제를 극복하려는 마음은 심지가 강한 아이 영서의 특징 같다. 필요할 때 강단 있게 할 말을 하거나 양보가 우선일 때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강한 십 대 아이의 모습 자체이다.

하지만 영서에겐 분명 교도소에 있는 아빠와 ‘파라다이스‘란 이름의 모텔에서 함께 생활했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표현하기 힘든 아픔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꾸준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영서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에게 작은 관심과 배려를 나누려 하지만 어린 영서에겐 사실 부담스러움이 더 가득해 보인다. 여러모로 생각할 것과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지금 시대에 많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소설이란 정적인 면과 동적인 사실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거나 각각의 감정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두 가지 기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이‘너를 읽는 순간‘ 은 영서와 그녀의 주변을 스쳐가는 중심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마치 한 편의 성장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의 끝은 각 에피소드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해 결론에 이르는 상황에 대한 각자의 감정을 표출한다. 과연 결말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지,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당황해하지 말길 바란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완결된 이야기의 종결보다 독자 개개인에게 영서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생각 확장의 틀을 남겨 둔다. 세상은 누군가를 외면하기보다 좀 더 감싸 안을 사랑의 힘이 남아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며 나만이 아닌 타인, ‘너를 읽는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분의 ‘파라다이스‘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과 함께 이 소설 작품과 꼭 만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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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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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초심 독서가들에게 냉혹한 제목처럼 보인다. 시장을 교란해 긍정의 효과를 얻어 내자는 것인지, 혁명을 혁신을 뛰어 넘는 '교란'이 답이 될까? 의문스러움도 묻어난다. 결국 그 문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쳐 보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여겨진다. 껍질을 파괴하고 세상에 나오는 독수리 새끼처럼 창공을 지배하는 원대한 포부 이전부터 파괴의 영역과 확장은 시작된다. 우리 인간도 그럴 수 있는 존재이므로 저자 '데이비드 로완'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예전의 생각 기준이 이성적 판단이었다면 '로완'은 비이성적인 것이 새로움의 혁신이며 교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즉, 고정관념에 박힌 사람은 그 틀에서만 이성적 판단을 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에 하나도 모르고 시작했던 사람들의 혁신이 교란이 되어 새로움을 창조해내고 있음을 대변해 준다.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음악과 레코드 산업을 모르던 이가 대표성 넘치게 일을 수행하는 것도 비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자리매김한 사례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총 14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체계적 순서로 읽어나갈 수도 있고. 뒤부터 앞으로, 자신의 눈이 가는 대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다. 굳이 정형화되고 바른 이성적 판단에 의한 책 읽기가 아니어도 된다. 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다른 부분에도 관심이 가게 되고 그렇게 취향의 확장성을 늘려가는 것도 비이성적 측면 발견이자 특성이란 생각이 든다.



에피소드 처음부터 파괴적인 발상으로 독자의 뇌를 진동케하는 세계적 건축 설계 엔지니어 기업인 '오베 아룹'의 사례가 등장한다. 영국의 오성급 호텔 '클라리지스'의 운영 중에도 지하 5층 규모의 설계 기술을 보여준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교훈을 얻게 한다. 이어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서울의 DDP에 이르는 설계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들이 몰리지만 그들 각자의 독창성을 인정하며 한곳에 안주하기보다 독립성을 배우길 원한다. '아룹'의 '부의장 카프래'의 말이 더 압권이다. 전통을 계속 유지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조직을 싹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는 생각을 깨뜨리고 싶어요. 그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들은 계속 부수고, 파괴하며 다시 조직의 재창출을 위한 놀이터, 창의적 씨앗을 심기 위한 재창조란 이름의 교란작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업체 다우어처럼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내려는 공통분모를 지닌 팀도 존재한다. 상부에서의 강압적인 지시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뭉쳐진 개발팀이므로 모든 과정과 결단은 팀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단, 대표자는 상황을 파악하고 가벼운 피드백을 통해 개발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보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이나 경계가 없는 가장 합리적인 현대 사회가 바라는 업무 형태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는 전문 영역을 아우르는 팀을 고객과 엮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아룹의 '디네시 파텔'은 전한다. 한 쪽의 일방적인 파괴, 교란이 아닌 쌍방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강조해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중요성은 미 국방부를 비롯해 백악관에까지 전파되고 있다. 그 중심에 DDS 문화가 존재한다. 최고의 인재를 두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조직. 상향식 조직이 아닌 수평적 조직 사회의 이상향이 대두되고 그렇게 변화하는 요즘, 필요한 조직 문화의 가치관이기도 하다. 해군이 되지 말고 해적이 되라는 의미도 한 세력 안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보다 해적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강조하는 의미라 하겠다. 이것이 기존의 틀에 대한 파괴이자 교란을 통한 새판이 만들어지는 시작이라 생각한다. 단, 책임자이자 리더는 이 조직을 적절히 돌아가게끔 하는 순간의 리더십만 보이면 된다. 자율성의 강화, 우선 믿고 맡기면 사고가 쳐지고, 그 안에서 깨어나는 껍질을 통해 새로운 탄생도 의미의 변화도 불러일으키는 날이 오고 말 것이다.

'환자가 얼마나 빨리 치료받고 성공적으로 퇴원하는지와 환자의 만족도다.'

금융 기업인 'OP'에서 운영하는 핀란드의 '포횰라 병원'에서 추구하는 가치이다. 왠지 국내 병원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영리 병원을 막는 이유가 그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건강보다 병원의 영리 목적이 앞선다면 단순히 의료 수가를 높이는데 급급할 텐데 빠른 치료와 만족도라니...... 의술의 기본 앞에서 왜 이리 마음이 초연해질까. 챕터의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에겐 건강보험이 아닌 건강이 필요하다] 가장 당연한 일이지만 우린 건강보다 보험료에 더 민감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이것도 파괴의 시작이며 새로운 각성처럼 느껴진다. 북유럽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의료, 건강의 중요성은 일 순위여야 한다. 이 기업 또한 기존의 건강과 웰빙 산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현 산업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폰'에 뒤진 '노키아'가 거짓 안정감을 표방하다가 퇴보한 것처럼 관점을 바꿔 기회를 노림을 희망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대신 휴먼리즘을 선택한 '헤이우드 힐 서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왕에게 책을 공급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인터넷 서점 등과 같은 거대 기업과의 경쟁이 날로 어려워지는 시기이다. 대신 '힐'의 대표 던은 독자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서비스, 독자 각각의 서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경영 방침을 바꾸게 된다. 직원들 또한 열정적인 독서가이므로 고객 독자들의 책을 선정할 땐 신중의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요즘은 이 방식과 흡사한 방식이 많아지고 있지만 알고리즘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통해 책을 선정하고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것도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교란 중 하나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조금만 달리하면 변화하는 세상의 룰에 도전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것을 쏟아부어 쉽지 않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할 일에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구글 X에서 진행하던 문샷 프로젝트, 즉 바닷물을 탄소중립 액체 연료로 만들던 연구를 단 번에 중단한 팀장 해넌의 킬 판단법이다. 단기간의 손해가 따르겠지만 더 이상의 투자와 실패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오히려 팀 전체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너스를 선사하고 경영진들에겐 정직함에 의한 결단이란 칭찬까지 듣게 된다. 억지로 일을 끌어가거나 담고 있는 것보다 아니다 싶을 때 내리는 결단의 중요성이다. 기존의 어긋난 틀을 파괴, 교란하고 좀 더 나은 것으로 새 판을 짜는 경영이자 리더십도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좀 더 긍정적인 생각과 낙관주의로 새로 달리다 보면 그간의 성과와 실패는 더 큰 교훈이 되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이가 구글 X 이자 문샷의 책임자 '아스트로 텔러'는 킬 판단된 실패작들을 전시한다고 한다. 성과주의 보다 과정을 중요시하고 기념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이러한 작고 적나라한 것 혹은 징표에 반응한다고 말한다. 실패는 감추기 좋아하고 찬란한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누리려는 우리 일부 기업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는 내용이었다. 저자 또한 아스트로 텔러가 '공학보다는 심리학을 활용하는 것처럼 느낀 것'처럼 이젠 직원들 개개인의 마음가짐, 심리적인 안정이 성과를 위한 과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시대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기계적인 차가운 감정보다 정서가 우선 되는 사회, 지금이 그러한 시대이다.

다양한 성공 방식에 따른 경영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한 가지의 과정으로만 험난하고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을 파괴하고 교란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각국, 굴지의 리더들과 전문가들이 혁신과 변화란 기존의 틀을 어떠한 방법으로 깨고 도전해왔는지, 한 장, 한 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또 다른 나만의 세계 교란 정책을 펼쳐가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수직적인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전환돼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영진, 신세대들에게 더 큰 중요성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막무가내로 기존의 것을 파괴시킬 수 없다. 서두름이 조금 더디더라도 판을 엎고 새롭게 짜 나가는 '교란'의 시대를 고민해보자.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파고, 교란'의 리더십을 잘 활용해보길 권한다. 열네 개의 키포인트 중 전부를 사용할지 그중 일부를 활용하지는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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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20-03-1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어 보여요 딸기~~

웃는식 2020-03-1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났어요ㅎ
 
캡틴 언더팬츠 4 - 똥빤스 교수의 음모 Wow 그래픽노블
대브 필키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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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지와 해럴드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그냥 장난기가 넘치는 창의력을 지닌 재롱둥이라고 해두자. 아이들에게 편견을 두는 것 자체가 교육적 차원에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에선 과학자 똥빤스 교수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시작은 좋았다. 세계 쓰레기 문제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발명품이 한순간에 세계 정복의 무기로 변한다.

 

 

음모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이름!! 고유한 전통으로 웃긴 이름을 지니고 살았던 사람들. 똥빤스 교수 또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웃긴 이름을 지니고 살아왔다.

우선 자신이 만든 발명품을 미국에 선보이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돈까지 줄어들고 새 직장을 찾게 되던 교수는 조지와 해롤드가 다니는 학교 과학 선생님으로 취직한다.

불같은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름에 대한 얽힌 사연 없이 자란 과거의 어린이. 지금의 어른은 드물 것이다. 똥빤스 교수도 이름으로 인해 놀림감이 되고, 자신이 발명한 기계를 이용해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 학생들과 건물을 작게 만들어버린다. 여기서부터 음모는 시작되고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이름을 우스운 이름으로 바꾸게 한다. 결국 조지와 해롤드도 복실이와 치즈볼이란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갖게 된다. 이때 출동하는 캡틴 언더 팬츠.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여주는 책의 후반부 격투신이 압권이란 생각이다. 독자인 나도 몰게 책의 설명을 꼼꼼하게 읽고 따라 해보니 더욱 생동감이 났다.

 

 

 

 

결국 정의는 불의를 이겨내고 똥빤스 교수도 지은 죄를 통해 감옥에 갇히고 만다. 남의 이름을 바뀌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바꾸라는 조지와 해롤드의 충고로 다시 이름을 바꾸는 똥빤스 교수. 어찌 된 일인지 감옥 제소자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간다. 바뀐 그의 이름은 자신의 외할아버지 이름이었던 '꽉 끼어 똥꼬바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포복절도의 그래픽 노블. 아이와 부모가 이름에 담긴 사연을 이야기해가며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작품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에 대한 존중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교훈임을 얻게 하는 일석이조의 만족도 넘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욱 매번의 시리즈가 기대되고 미소를 잃지 못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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