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로그 타이중 - 2020~2021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이라암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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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콕으로 인해 책을 활용해 세계 여행 중이다. 그중 관심 있게 지켜본 작품이 대만의 타이중 지역이다. 대만의 주요 루트는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타이난 타이중, 이곳 세 구역이 주요 관광 코스로 알고 있다. 세월이 조금 흘렀지만 10년 전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여행을 했었는데 다음에 대만에 오게 된다면 꼭 타이중, 타이난을 여행 코스로 정해보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이번 읽게 된 책은 타이중을 중심으로 한 여행안내서이다. 여행 가이드북으로 유명한 나우 출판사의 트래블로그 시리즈라 더욱 믿음직스럽다. 특히 코로나19를 탈출하게 된다면 최소 3박 4일에서 최대 6박 7일 정도의 대만 여행을 추천해본다.



책의 구성은 대만 여행 때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물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여행도 좋지만 비용에 맞는 고급 정보가 작품에 가득 담겨 있다. 그 외 교통, 버스, 전철, 고속철도 등 대만 어디를 가든 편한 이동 수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어느 계절이 가장 좋은지, 스마트 시대에 맞게 필요한 필수 어플의 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 특이할 점은 TV 프로그램인 베틀 트립을 이용한 여행 따라잡기도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이다.



타이중은 입국 절자와 시내 교통을 비롯해 지역 여행 중심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도 비치되어 있다. 친절 그 자체인 여행 가이드의 본질을 충실히 하고 있는 작품이다.

중구와 베이구, 시구, 서툰 구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볼거리와 먹거리, 숙소가 순차적으로 읽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것도 트래블로그 여행 안내서 [타이중] 가이드의 장점이다.



그 외의 근교 여행은 여행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무지개마을과 고미 습지를 시작으로 일월담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와 비슷하면서도 동북아와 동남아 고유의 문화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다양성 넘치는 대만. 그 시작이 타이베이였다면 타이난에 이르는 관광 코스의 중간 기착지 타이중에서 여행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쁨과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너스로 제공되는 대만 회화를 통해 그들의 문화와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도 마련해보길 바란다.



좀 더 색다른 독창성!! 사진의 사실성과 내용의 풍부함이 트래블로그 타이중 여행 가이드북에 손이 가게 한다. '타이베이', '가오슝'만 알고 있었던 관광객들에게 '타이중' 이란 지역이 대한민국 최초로 소개되는 가이드북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 어떠한 가치보다 소장 욕구가 돋아 오르는 트래블로그 타이중 TAIZHONG 많은 독자들 여행자들이 함께 해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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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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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암을 앓고 있던 아버지의 잠든 모습을 세세히 묘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항상 우리의 아버지는 강인했고, 듬직한 분이셨다. 세월의 무게는 장사도 없다는 ㅇ살처럼 어쩔 수없이 우리 아버지들은 머리칼이 하얗게 변색되고, 아니 자연스러운 퇴색이며, 노인 특유의 냄새까지 동반하게 된다. 아버지가 유일하게 나약해 보였던 때가 잠든 때의 모습임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말에 문득 나는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모습을 최근에 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새겨 본다. 그저 어린 시절 이후 그러한 기억은 내게도 잠들어 버린 듯 애써 찾으려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나무 재료를 이용해 직접 모든 물품을 만드는 아버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예전 주인공의 형에게 지하실을 활용해 전용 바를 만들어 주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주인공 자신의 관을 만드는 것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다. 모든 것을 뚝딱 만드시고, 정원을 직접 손질하시며 한시도 쉬지 않으시던 80평생의 아버지. 아들의 그러한 황당한(?) 부탁을 들어 주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아버지와 어머니에 얽힌 추억과 주인공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난 판지 상자에 들어가 묻히고 싶어.'

주인공이 장인어른의 장례식장에서 목격한 75달러의 얇은 판지로 만든 관을 보고 아내인 지나에게 말했다. 2,000달러가 넘는 장인의 강철관과는 대비되는 소박한 관이지만 그때부터 주인공은 자신의 미래에, 혹은 아직은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을 미리 하게 된다. 또한 술집에선 우연히 만난 여성과 그녀가 들고 있던 작은 박스-그녀의 죽은 딸과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아 술집 순례 중이던-를 보게 되면서 자신의 확고한 선택을 다지게 된 것이다. 그 목적이 이제 아버지께 전하는 부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내가 묻힐 관을 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야 해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주인공 데이비드의 아내 지나는 가족 모임에서 판지 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정정한 아버지와 손자, 손녀들, 자녀들도 건재하다. 데이비드는 이러한 상황에서 왜 그런 부탁을 했을까? 보다 넓게 생각해보면 그 이상의 답은 나올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깊이 있게 생각하며 죽음이란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의 연장선에서 전한 부탁이었을 수 있다.

우린 가족이니까.

왜? 주인공 데이비드에게 죽음, 그리고 관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성립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절친이었던 존의 인후암 진단에 이은 80이 가까웠던 아버지의 암 선고도 영향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5년간의 투병을 하며 인후암 완치 판정을 받은 어머니에게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 지나의 어머니. 데이비드의 장모를 보내는 장례식에서부터 그 시작을 알린 것이다. 당장의 죽음은 아니지만 앞으로 삶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영혼의 집 짓기이다. 그것을 특히 아버지와 함께 싶어 했던 마음이 애잔하면서도 아버지와 살갑지 못한 부분이 많은 대한민국의 아들들에게도 울림을 더해준다. 물론 독자인 나를 포함해서이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관-이자 미래-을 완성해가고,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부정(父情), 작별을 마주하는 과정을 깊이감 있게 공감하며 책을 읽었으면 한다.

"내가 묻힐 관을 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야 해요." 비단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남은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다.

오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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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돌에 쉬었다 가는 햇볕 한 자락
장오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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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시에는 인생이 묻어나고 생활의 애환도 묻어난다. 왠지 사실적인 것들이 문장화되어 시구로 승화된 느낌이다. 촌철살인과도 같고, 삶과 일상에 스며들게끔 하는 시어에 생동감이 묻어난다. 그저 잠시 섬돌에 쉬다 떠나가는 구름 위 햇볕처럼 정처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지 모를 정도로 흘러가는 삶처럼 비유와 묘사도 적절해 좋다. 누군가 시의 해석이 어렵다 하셨다. 개인적이지만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시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읽고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내 것화 하는 것도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것이 시이다.

 

 

초저녁 베갯머리 등 맞대고

 

홱 돌아눕더니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차가웠나

 

 

새벽녘엔 어느새

 

꼭 끌어안고 잠들어 있다.

 

 

-부부 싸움 중

 

 

무엇이 진실이니 모르나 부부 싸움은 역시 칼로 물 베기. 고개를 돌려 눕다가도 누구 하나 양보하면 공든 탑이 허물어지듯 싸움이란 앙금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런 경험 모두 한 번쯤 있지 않을까? 그저 므훗한 웃음만 더한다.

 춥다고 끌어 안지 말고 사랑하니까 끌어안는다. 그것이 부부이다.

 

 


50대 중반의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좀 더 객관적인 것 같다.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 자녀 세대를 거쳐온 시인의 눈이 하나의 조화가 되어 시로 승화된 것이다.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문득 스쳐간 듯한 상황에서도 느껴지는 감정이 있으며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에 대한 미래도 예견된다. 그것이 인생이라 여겨지며 이 시집의 타이틀 '섬돌에 쉬었다 가는 햇볕 한 자락'처럼 시로 말하고 독자는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나만의 방식이란 삶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짧은 시집이지만 여운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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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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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언어, 존재의 언어, 삶의 언어이다.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단계인 것 같다. 짧은 명시와 함께 그 시를 해설해 주며 영어적 표현까지 학습하게 해주다 보니 독자로서는 영어공부까지 곁들이는 일석삼조의 효과이다.

소설, 에세이 등에 익숙해진 독자에겐 사뭇 참신한 작품이다. 더욱이 시를 통해 영어의 응용 표현까지 배울 수 있음이 흥미롭다. 영어 문장을 공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시의 언어로서 느끼며 익힌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배웠지만 잊어버린 시구와 영어 단어, 문장 등이 옛 기억을 떠오르게끔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를 사랑하고 영어에 관심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특히 영문학을 십수 년간 전공한 전문 작가의 해설과 해석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

시를 마음으로 느끼며 밖으로 소리 내서 읽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애송시 한 편 정도 익혀 두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사랑을 바라보고 시로 승화시키는 시인들의 관점도 각양각색이다. 시련과 미련의 아픔으로 사랑이란 의미를 표현하는가 하면 사랑을 찾았지만 떠난 후 다시 사랑이 밀려들어 엇갈리는 사랑의 경우도 있다. 굳이 사랑을 무언가로 증명하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마음 닫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듯 아름답고 감미로운 시언어로 창작하는 시인들도 있기 마련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시들과 아름다운 영미 시의 언어적인 본질을 이성적으로 이해해 가는 과정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공부가 아닌 시를 통해 다시금 인생을 배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랑으로 삶은 완성되고, 짊어진 짐의 무게는 미침내 소실된다는 것.

많은 무게감과 피로감이 밀려올 때 이것을 치유하는 것은 사랑이다. 시의 감성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밝혀 주는 광명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고 인류 역사에 사랑이 영원함을 깨닫게 해준다.

찰스 부코스키의 [파랑새]는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라고 저자는 말한다. 술을 좋아하고 방랑가적 기질을 지닌 어린 시절의 아픔이 그를 마초로 만들었다. 하지만 파랑새는 다르게 표현되고 정의된다. 인간은 한 면만 지니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강한 면이 있다면 연약한 자신의 치부 혹은 단점도 보유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마초 같은 삶의 그를 연민하고 옹호하는 팬들은 강해 보이지만 감정적으로 나약할 수밖에 없었던 그를 옹호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고독이란 이름은 인간의 친구일 수 있고 파멸로 가는 늪일 수도 있다. 기쁠 땐 사람들이 몰리고 슬플 땐 멀어지는 것들. 윌콕스는 '고독'이라는 시에서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란 존재가 나의 친구가 될 수 없다. 저자도 언급하는 것처럼 SNS에서 만나는 수 천명의 친구 중 나를 인정하고 걱정해 주며 상호 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주는 이는 극소수에 불가하다. 어쩌면 그래서 군중 속의 고독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인지 모르겠다. 존재, 내가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킬 것은 스스로임을 기억하고, 고독마저 즐기는 생을 이어가고 존재이고 싶다.

내 억센 피가 휘청거리는 내 이성을 거스른다고 이걸 불쌍한 반역이라 여기지 말아 주세요.

빈센트 밀레이 [나는 여자로 태어나 괴롭나니 일부] 남녀가 느끼는 사랑의 마음과 본연의 감정은 동일할 수 있음을 정의하는 시구이다. 저자 또한 남자든 여자든 사랑을 위해 저돌적인 모습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시인으로 살아왔지만, 개성이 강한 삶을 살아간 빈센트 밀레이의 존재는 시대를 앞서 간 예술인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자유분방함 속에 시를 창작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쁨과 낭만을 즐겼던 시인의 생이 시에도 묻어나는 것 같다.

한 편의 짧은 시였지만 시와 저자의 해설을 통해 그녀의 존재 가치, 문학적인 유산도 경험해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항상 즐거울 수만 없는 인생이므로 저자가 말하듯 시인 빈센트 밀레이의 생애도 희로애락이 공존했던 삶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게 인간으로 살아가는 하나의 숙명이자 존재성이다.

린다 파스탄의 [슬픔의 다섯 단계]란 제목의 시는 처절하다. 슬픔이란 시간이 가면 당연히 잊힐 테지만 다시 도돌이처럼 돌아온다는 말에

인간의 존재란 무한 반복의 한 평생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잃게 되면 느껴지는 시름과 고독감, 우울감이 인간의 마음에 엄습해오기 마련이다. 이를 이겨내는 과정은 나와 타인의 노력이 더해진다. 어떤 단계에 올라와 미련과 슬픔을 승화시켰다고 자기 합리화시키지만 저자의 말처럼 '사지를 잘린 채 계단을 올라온 슬픔은 단계가 있는 도돌이 계단'처럼 잊을 듯하면 다시 시작되고 반복되는 것 같다. 이것을 억지로 잠재울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현명할 수도 있다.

초연결시대 존 던의 산문 중 일부는 현실을 반영한다. 인간 개개인이 하나의 섬일 수 있고 이것이 인류란 종을 만든다. 이런 종의 의미가 헨재의 네트워크화된 세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 일을 안 하는 것 같지만 SNS의 글 하나, 카드 결제 하나로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보이지 않는 망으로 연결된다. 어떻게 보면 촘촘하면서도 무섭게 느껴지는 세상이다. 직접적인 만남이 아니라도 인터넷으로 존재하는 인류. 개개인의 섬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거대한 종이 하나로 뭉쳐진 대륙처럼 우리도 변화하고 있다. 사는 것은 비슷할 수 있으나 각자의 존엄, 존재적 측면에선 조금 가볍고 느슨해진 인류의 현주소가 발전하는 무게에 비해 다소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존재성과 연결성은 축복일지 저주일지 각자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삶은 진심을 다 할 때 빛을 발한다. 에이미 로웰의 [꽃잎]이라는 작품을 통해 전해오는 삶을 의미한다. 물과 시간의 비유는 이 책을 쓴 저자의 말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물을 바라보며 대신 느낄 수 있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붙잡으려야 붙잡을 수 없다. 다만 에이미 로웰이 시에서 표현한 '우리만 남아도 we alone stays 향기는 남는다 fragrance still stays'처럼 감정의 향기가 삶에 묻어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물과 같은 시간의 강가에 가득히 기억되어 향기가 끊이지 않도록.

[눈 내리는 밤 숲에 멈춰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는 삶의 멈춤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시구들이 등장한다.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서

눈 덮인 자기 숲을 보려고

내가 여기 멈춰 서 있는 걸 모를 것이다.

인간의 삶은 쉼 없이 달려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멈춤은 늘 존재한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살다 보면 반드시 멈추어야 할 때가 오며, 때때로 이성의 빛을 끄고 어두운 밤, 자신의 내면의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정리한다. 잠깐, 멈춤이 필요한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독자의 짧은 생각도 더해본다.

죽기 전 자신의 전 재산을 마틴 루터 킹 재단에 기부했다는 시인이자, 작가인 도로시 파커.

그의 시에서 묻어나는 작품성도 돋보인다. 상상하지 못할 재고라는 제목의 시는 자신이 버리고 갈 것, 필요한 것 등을 아이러니컬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 아닌 적까지도 스스로를 현명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있을 웃음과 희망, 샴페인이란 글에 미소가 던져진다. 긍정과 위트를 지니고 살았던 시인이 아니었을까? 샴페인을 죽기 전까지 있어야 할 재고로 남겨 둔 것은 술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의미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저자도 그런 것처럼 내 인생의 재고, 한 번 담아보고 싶은 작품이다.

우리에게 가면이 필요할까요? 시인 폴 로렌스 던바는 [우리는 가면을 씁니다]에서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다양성의 가면을 쓰는 것에 대해 정의한다. 나쁜 가면이 판치는 세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가급적이면 우울하고 힘들더라도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기쁨의 가면이 대체되어 실제로도 그런 삶이 지속되길 바란다. 슬픈 일이나 힘겨운 일이 물론 많겠지만 깨알같이 다가오는 즐거움의 가면이 축 처진 우리네 삶을 추켜 세워줄 테니까. 저자는 말한다. 가면에 가려진 상대의 눈빛을 바라보라고, 그러면 더욱 서로의 눈빛 교환을 통해 사랑이 번지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이라도 긍정 부호 가면을 우리 각자에게 선물해보자.

그대는 계속해서 저항을 외치시기를

그 이야기가 시작될 때 말똥말똥

깨어 계시기를

한순간도 한 호흡도 결코

낭비하지 마시기를

삶이란 사랑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지탱 공간과도 같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 사랑이란 신이 주신 선물이 인간에게 주어진다. 사랑이 삶을 풍성하게 한다는 저자와 독자의 공통적 생각을 담으며, 사랑이 삶의 일부라 찬양하듯 문장으로 탄생 시킨 시인 앤 마이클스의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의 일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may love seize you.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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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읽는 순간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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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외삼촌의 딸 영서가 등장했다.
친해지려 싶었더니 며칠 만에 영서의 이모에게 떠나는 그녀. 영서는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1인칭의 화자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다. 작가는 정확한 의도를 에필로그 부분에서 언급한다.

영서는 16년 만에 만난 고모의 딸 ‘연아‘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작은 이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진교, 영서의 ‘파라다이스‘와도 같아던 도서관과 그곳의 사서, 친구 소란과 유리에 이르기까지 외로움을 품에 안은 채 많은 사람들과 짧은 인연을 이어간다. 분명히 외롭고 힘겨운 십 대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지만 어려운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문제를 극복하려는 마음은 심지가 강한 아이 영서의 특징 같다. 필요할 때 강단 있게 할 말을 하거나 양보가 우선일 때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강한 십 대 아이의 모습 자체이다.

하지만 영서에겐 분명 교도소에 있는 아빠와 ‘파라다이스‘란 이름의 모텔에서 함께 생활했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표현하기 힘든 아픔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꾸준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영서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에게 작은 관심과 배려를 나누려 하지만 어린 영서에겐 사실 부담스러움이 더 가득해 보인다. 여러모로 생각할 것과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지금 시대에 많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소설이란 정적인 면과 동적인 사실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거나 각각의 감정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두 가지 기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이‘너를 읽는 순간‘ 은 영서와 그녀의 주변을 스쳐가는 중심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마치 한 편의 성장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의 끝은 각 에피소드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해 결론에 이르는 상황에 대한 각자의 감정을 표출한다. 과연 결말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지,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당황해하지 말길 바란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완결된 이야기의 종결보다 독자 개개인에게 영서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생각 확장의 틀을 남겨 둔다. 세상은 누군가를 외면하기보다 좀 더 감싸 안을 사랑의 힘이 남아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며 나만이 아닌 타인, ‘너를 읽는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분의 ‘파라다이스‘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과 함께 이 소설 작품과 꼭 만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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