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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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암을 앓고 있던 아버지의 잠든 모습을 세세히 묘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항상 우리의 아버지는 강인했고, 듬직한 분이셨다. 세월의 무게는 장사도 없다는 ㅇ살처럼 어쩔 수없이 우리 아버지들은 머리칼이 하얗게 변색되고, 아니 자연스러운 퇴색이며, 노인 특유의 냄새까지 동반하게 된다. 아버지가 유일하게 나약해 보였던 때가 잠든 때의 모습임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말에 문득 나는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모습을 최근에 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새겨 본다. 그저 어린 시절 이후 그러한 기억은 내게도 잠들어 버린 듯 애써 찾으려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나무 재료를 이용해 직접 모든 물품을 만드는 아버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예전 주인공의 형에게 지하실을 활용해 전용 바를 만들어 주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주인공 자신의 관을 만드는 것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다. 모든 것을 뚝딱 만드시고, 정원을 직접 손질하시며 한시도 쉬지 않으시던 80평생의 아버지. 아들의 그러한 황당한(?) 부탁을 들어 주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아버지와 어머니에 얽힌 추억과 주인공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난 판지 상자에 들어가 묻히고 싶어.'

주인공이 장인어른의 장례식장에서 목격한 75달러의 얇은 판지로 만든 관을 보고 아내인 지나에게 말했다. 2,000달러가 넘는 장인의 강철관과는 대비되는 소박한 관이지만 그때부터 주인공은 자신의 미래에, 혹은 아직은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을 미리 하게 된다. 또한 술집에선 우연히 만난 여성과 그녀가 들고 있던 작은 박스-그녀의 죽은 딸과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아 술집 순례 중이던-를 보게 되면서 자신의 확고한 선택을 다지게 된 것이다. 그 목적이 이제 아버지께 전하는 부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내가 묻힐 관을 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야 해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주인공 데이비드의 아내 지나는 가족 모임에서 판지 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정정한 아버지와 손자, 손녀들, 자녀들도 건재하다. 데이비드는 이러한 상황에서 왜 그런 부탁을 했을까? 보다 넓게 생각해보면 그 이상의 답은 나올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깊이 있게 생각하며 죽음이란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의 연장선에서 전한 부탁이었을 수 있다.

우린 가족이니까.

왜? 주인공 데이비드에게 죽음, 그리고 관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성립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절친이었던 존의 인후암 진단에 이은 80이 가까웠던 아버지의 암 선고도 영향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5년간의 투병을 하며 인후암 완치 판정을 받은 어머니에게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 지나의 어머니. 데이비드의 장모를 보내는 장례식에서부터 그 시작을 알린 것이다. 당장의 죽음은 아니지만 앞으로 삶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영혼의 집 짓기이다. 그것을 특히 아버지와 함께 싶어 했던 마음이 애잔하면서도 아버지와 살갑지 못한 부분이 많은 대한민국의 아들들에게도 울림을 더해준다. 물론 독자인 나를 포함해서이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관-이자 미래-을 완성해가고,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부정(父情), 작별을 마주하는 과정을 깊이감 있게 공감하며 책을 읽었으면 한다.

"내가 묻힐 관을 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야 해요." 비단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남은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다.

오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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