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제니 매카시 지음, 이수정 옮김 / 알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아프면 엄마들은 자책을 하게 된다. 일차적으로 잘 돌보지 못한 책임을 실감하며 병의 원인을 알고난 후엔 무엇이든 후회를 하게 되어있다. 아이가 아플 땐 대부분 아이탓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맞벌이 엄마의 경우 아이가 아픈 것은 두 배로 속상하다. 병원을 데리고 갈 시간도 여의치 않고 아픈 아이를 두고 회사를 향하는 발길도 미어지기 마련이니까. 내 아이는 공교롭게도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만 생활하기 시작하자 아토피가 사라지기도 했다. 아이는 지금 열두 살이고 면역체계가 정상아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모두가 한창 아이의 아토피로 잠 못 이루던 유치원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임신기간 동안 입덧이 심해 매콤한 면류를 거의 매일 입에 달고 살았기에 (인스턴트를 먹은)나 때문에 아이가 아토피 체질이 된 것 같아 너무나 미안했다. 아이 아빠가 폐기능이 안좋을 때 임신한 것이어서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가 천식 및 아토피 체질이 된 것에 자격지심을 갖고 살았다. 시집에선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의 아토피 치료에 전념하라며 볼 때마다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셨고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엄마는 그 말이 듣기 싫어 아이의 식단과 청결에 목숨을 거실 정도였다. 맞벌이를 하다보면 돈을 두 배로 벌 것 같아도 힘들고 귀찮아 대부분 돈으로 해결하려는 심리 때문에 지출하는 항목이 늘어나게 된다.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이 절정을 달리고 있을 때가 내가 가장 바쁜 시기였기에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피부에 좋다는 ‘바르는 약’, ‘먹는 약’을 사들였고 한약을 비롯해 외국이나 지방에서 공수되어온 물(탄산수)이나 진흙, 소금, 약초같은 약재도 일단은 집에 들여놓고 보았다. 그야말로 아이는 실험대상이었고 우리는 연구원인 그때 그 시절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의 아토피가 완치되어가는 과정을 몇 년 겪으면서 돌이켜보니 세상에 널린 정보는 수많은 정답들 중 하나일뿐 그것이 꼭 내 아이에게 맞거나 혹은 틀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아토피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생선, 고기 및 유제품류의 단백질이 내 아이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아토피 체질의 아이들은 열이 많고 비염이나 중이염이 걸릴 확률이 높으며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수영장에 다녀오면 꼭 이비인후과 신세를 져야했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그날의 컨디션도 많이 좌우된다. 내 아이는 빵에 함유된 버터나 계란, 밀가루음식보다는 탄산음료나 특정한(기름으로 튀긴) 과자에 특히 반응하는 경우였다. 또 치킨이나 튀김, 전에 사용하는 기름의 종류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랐다.(그러니 우리는 그야말로 다양한 기름으로 전을 부쳐 먹어 보았다) 도너츠만해도 D사의 도너츠는 못먹는데 C사의 도넛은 오리지널에 한해 잘 먹고 있다. 새우나 홍합등의 해물류도 요리방법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틀렸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알게 되기까지 그 모든 걸 먹여보고 징후를 (여러번)관찰해 보아야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건 또 어떤 날은 그전에 가려움증을 유발하던 음식을 먹고 왔어도 아무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반대로 아무 이상없었던 음식을 먹고도 토하거나 머리가 아프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아이는 (아토피가 심할 땐)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이 올라가고 두통을 느끼며 구토를 한 후 마지막으로 코피를 흘린다. 이 일련의 순서는 (내가 직장에 묶여있는 동안)수년간 반복되며 아이를 괴롭혔고 어떤 의사도 시원한 해결책을 마련해주지는 못했다. 결국은 음식보다는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더 악영향을 끼친 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는 될 수 있으면 먹고 싶다고 하는 음식은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었고 몸에 좋다고 해서 억지로 먹이는 방법은 그만두게 되었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연고도 그 많고 많던 아토피 치료제를 다 사용해보고 난 후 거의 포기에 이르렀을 때 답을 찾게 되었다. 그동안 탄산수나 온천목욕, 진흙목욕을 비롯해 연수기, 공기청정기등의 기계적 도움은 물론 고가의 이불 및 의류, 세제 및 보습제등 아이를 거쳐가지 않은 시술(?)과 방법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내 화장대에 방치된 ‘달팽이크림’을 보고 아이는 크림의 끈적끈적한 점성이 신기했는지 하루 종일 가지고 놀았다. 나는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사은품쯤 되었던 것같다) 내가 바르던 화장품도 아니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팔이 접히는 부분에 남아있던 아토피 상처가 말끔히 사라진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달팽이 크림에 함유된 재생성분이 아이의 피부를 회복시킨 것이었다. 아이는 1학년 때까지 여름에도 긴팔을 입지 못했다. 그날 이후 달팽이크림의 효과는 무섭도록 빠르고도 깊숙했다. 며칠 사용해보니 흉터가 남아있던 피부가 아기처럼 깨끗해졌고 흥분한 아이는 같은 반에 아토피친구에게도 소개를 해주고 친구의 효과를 자신의 일처럼 기쁘게 전해주기도 했다. 유명하다던 각종 크림을 얼마나 발라왔는데 거들떠도 보지 않던 달팽이 크림이 한방에 아토피를 해결해주다니! 그 이후 나는 아토피로 걱정하는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달팽이크림’을 말해주었고 효과는 거의 백프로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아토피 환자 부모는 몇이나 될까.(홈쇼핑 광고에서도 아토피에 좋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엄마들이 아토피 치료하려고 달팽이 크림을 사지는 않을테니까) 물론 내 아이에게 발랐던 크림이 모든 아이에게도 똑같이 효과를 보장한다 확신할 순 없지만 나는 수많은 정답들중 그 하나의 우연을 찾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행운이나 우연이 아니고 수백 번,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필연적으로 발견된 효과가 아니었을까. 달팽이 이후 하루종일 어이없고 신기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은 내 아이보다 몇 백배 더 고통스러운 병, 자폐증을 가진 아이와 부모가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발견해낸 의미있는 효과들을 감동스런 사연으로 전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모르는 것이, 몰랐던 사실이 이렇게도 많았구나 싶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엄마들에 비하면 내 경운 정말 운좋은 케이스였다. 이 책이야말로 그동안 몰랐던 자폐증의 달팽이크림이 아닐까.  

 




 

 

 

 

 

 

 

  


<짐 캐리와 제니 매카시, 그리고 그녀의 아들 에번, 짐 캐리의 딸>

  이 책의 저자는 제니 매카시(Jennifer Ann McCarthy)라는 헐리우드 유명 배우이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얼굴이 무척 낯익다. 책에도 등장하지만 ‘마스크’의 짐 캐리와 연인사이로 알려진 공식커플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짐이 자폐증 아들을 둔 제니곁에서 에번을 자신의 소중한 아들로 삼으며 험난한 치료과정에 숭고히 동참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친부도 아닌)한 남자가 자신이 느낀 소중한 사랑을 서술하는 글, 아픔속에서도 행복한 시간들에 대한 감사글은 뭉클할 정도였다. 그런데 얼마 전(2011. 4)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결별사실을 발표했다. 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역시 에번의 치료과정에서 일어난 힘겨운 고행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제니도 언급했지만 자폐아를 둔 부모들은 이혼율(약 80%)이 높고 따라서 여성이 혼자서 아이를 감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니가 소개한 어떤 여성은 아이가 자폐증에 걸린 후 바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는 사연도 있었다. 아이가 아팠을 때 엄마의 심정을 똑같이 공감하는 나로선 제니와 짐의 결별이 마음아프게 다가왔다. 그동안 짐이 ‘자폐증 여행의 동반자’로서 꿋꿋이 세상에 맞서온 그녀를 든든히 지원해 왔고 그녀 역시 짐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거라는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었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같은 여성으로서)또 혼자서 모든 시련을 헤쳐 가야하는 그녀의 앞길에 조용히 박수를 쳐주는 것만으로는 내 안타까움이, 격려가 미치지 못할 듯 느껴진다. 그녀의 아들은 꼭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였다. 세상에 분명히 주어진 역할이 있어 이곳에 왔을텐데 아이는 병치례를 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엄마역시 이 책의 제목(원제: 전사엄마들, Mother Warriors)처럼 전사로서의 투쟁을 이제는 고독하게도 수행해야겠구나 싶어 마음이 짠해진다.

  이 책의 내용은 제니의 글로 전하는 자폐증 아이를 둔 부모들의 사연과 제니의 감회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의 아들이 두 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후 그 치료과정을 담았다는 베스트셀러『라우더 댄 워즈 LOUDER THAN WORDS』가 자신의 목소리였다면 『Mother Warriors: A Nation of Parents Healing Autism Against All Odds 』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겪은 부모들의 생생한 체험기(모든 역경에 맞서는 자폐증 치료 부모들의 세계)를 엮어내 전작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2008)로서 이제 그녀는 자폐증에 관한한 어엿한 유명인사가 된 듯하다. 책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오프라 윈프리 쇼’, ‘바바라 월터쇼’, ‘래리킹 쇼’같은 미국내 유명한 토크쇼에 출연해서도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과 자신들이 효과를 본 치료법들을 전파해 시종일관 복지부동하고 있는 기존의 학계와 의료계, 제약업계를 향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화려한 모델에서 헐리우드 코미디 배우로 살다가 이제는 투쟁적 이미지의 자폐증엄마의 아이콘이 되버린 듯하다. 유명인이고 토크쇼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퍼뜩 얼마 전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아들이 자폐증이라는 고백을 한 바 있는 부활의 김태원 리더가 생각났다. 아내와 아이가 캐나다를 거쳐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고 한국은 자폐아들을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지만 외국은 ‘특별한 아이’로 배려한다는 그의 기사도 기억이 났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한번이라도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그의 눈물어린 고백이 새삼 실감나게 느껴졌다. 가능만하다면 그에게 이 책을 전달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아이의 자폐증을 고백하는 김태원>

  마침 엊그제 신문에서는 미국 예일대 소아정신과팀이 고양시 초등학생을 조사해보니 40명중 1명꼴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자폐증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조선일보. 5.10) 우리나라에 매년 신생아가 40만명 이상 태어나고 자폐증세가 만 두 살부터 나타난다고 보았을 때 산술적으로 중학교 이전 자폐아는 전국에 약 11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뜻이었다. 이는 미국의 통계치에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고 알려진 것보다 우리나라도 자폐증 어린이가 많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또 하나 의미있는 기사는 질병관리본부가 얼마 전 지난 15년간(1995-2010) 어린이와 청소년 아토피가 세배 증가했으며 아토피 어린이는 5명중 한명이라는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2011. 5.3)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토피와 자폐증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니 한 번도 같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전혀 무관한 주제에 해당했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내 아이가 아토피 환자였다는 경험적인 단순한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 중에는 자폐증을 앓기 전에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아이였거나 자폐증을 앓고 난후 아토피가 생겨난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마구 긁어대는 피부병인 아토피와 말을 더듬고 지적장애를 가져오는 자폐증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이 비밀스런 관계를 알게된 것이 아마도 내가 이 책을 통해 깨우친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여지껏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자폐증도 마찬가지다) 유전과 스트레스를 제외한 환경문제, 색소나 항생제, 농약등의 식품문제가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자폐증이 (선천적)유전병이 아니라 (후천적)자가면역 체계 이상으로 생긴 뇌신경 면역질환으로 주장한다. 나는 그동안 자폐증을 신이 내린 ‘정신질환’이나 간질같은 불치의 ‘뇌질환’쯤으로 생각해왔다. 거의 정신분열의 한 종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심지어는 엄마의 강박적인 성격이나 부모의 애정결핍이 아이의 자폐증을 초래한다는 근거없는 편견을 가진 적도 있었다. 책에서 사연을 말하는 부모들은 한결같이 풍진, MMR,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을 예방하는 혼합백신), 뇌수막염등의 예방주사를 접종한후 언어 및 지적, 감각장애, 소화장애를 거쳐 자폐증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수은과 같은 독소를 품고 있는 예방백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아기들, 유전적으로 면역이 약한 아기들은 생후 맞게 되는 서른 여섯 번의 무자비한 예방접종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더 창의적인 질병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살면서 누구도 예방백신에 수은이 들어있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저 감기나 몸이 아프면 주사약을 견디기 힘드니까 다른 날을 택하시오, 정도만 상식으로 알고있을 뿐이었다. 이 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그 치명적인 독소를 견뎌낼만큼 면역력이 우수한 어쩌다가 운좋은 아이들이 틀림없었다. 면역이 약한 운나쁜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맞았을 때 주사에 함유된 중금속과 같은 독소가 뇌에 영향을 주어 자폐증이 생긴다는 제니 매카시의 주장이 정설로 인정된다면 사실상 아토피 어린이들은 거의 자폐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잠재환자에 다름없다고 본다. 물론 제니는 자폐증 자체에만 몰두하였기에 이 결론은 내가 이 책을 통해 내린 새로운 가설이자 개인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엄마들을 만나보면 요즘은 심하진 않아도 경미한 수준의 아토피 체질인 아이들이 알레르기와 비염같은 연관질환에 대다수 노출되어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엔)어린 시절을 다 보내고도 청소년, 성인이 된 후에도 대상포진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자폐증 진단을 받은 환자도 있다는 사실이다. 즉, 자폐증은 뇌신경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이차적 ‘감염원’과 더 다양한 ‘독소’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며 ‘독소’는 예방백신과 살충제, 음식, 방염물질, 그 외 특정한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아이들의 체내에 유입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아토피와 그 면역이상으로 발생하는 뇌신경질환이 자폐증이라는 것은 마치 간염바이러스 보유자가 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책을 덮고 우리네 자폐증관련 기사들을 찾아보았지만 자폐증 치료자에 대한 ‘인증과 통합정보시스템’ 같은 막연한 수준의 대책마련에만 정보가 노출되어 있을 뿐 그 원인과 치료과정 및 효과에 대해선 전무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반드시 습득해야할 꽤 유용한 지식 참고서였던 것이다.

  제니는 면역체계와 자폐증의 상관관계를 다른 부모들의 수기로 신빙성을 확보한 후 우리들에게 자신들이 이렇게 투쟁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서도 피력하고 있었다. 의료계와 제약회사간의 오래된 유착관계, 유전병으로 간주된 자폐증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 자폐증 치료 후원단체마저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한 부모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선호하는 연구주제만 반복하려한다는 매너리즘에 대해 따끔한 질타를 잊지 않았다. 예방백신에서 독소를 제거하고(그전에 독소를 인정하고) 무조건적인 예방접종의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창했다. 자폐증이 유전병이라는 것은 의사들의 고정관념이며 얼마든지 환경적 요인이 개입될 수 있다는 사실, 천벌과 같은 불치병이 아니라 반드시 고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더 많은 부모와 의사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책을 덮고 그녀가 가르쳐준 ‘탄광속의 카나리아’ 한 마리가 유독 잊혀지지 않았다. ‘탄광속의 카나리아’는 자폐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들었다. 탄광에 가스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가스에 유독 민감한 카나리아를 실험용으로 집어 넣어 보고 카나리아의 생사여부에 따라 탄광작업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이 세상에 걸음한 것이라는 그녀의 깨달음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아무 죄도 없이 카나리아처럼 지저귀는 아이들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시점에 우리 어른들은 운좋게 살아남는 카나리아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바로 며칠 전 정체불명의 폐질환(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임산부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임산부 뿐만 아니라 영유아 집단에서도 사망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늘은 부랴부랴 전염성은 없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성급한 기사를 확인했다. 최근엔 이렇듯 원인을 알 수 있는 바이러스보다는 절대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대세인 듯하다. 주요 공격대상인 임산부나 영유아, 노약자들은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급격히 낮은 대상들인 것도 확실하다. 사람들의 면역은 갈수록 약해지고 신종바이러스는 자꾸 등장하고. 무언가를 사실대로 알지못 할때 전염되는 것은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공포였다. 어쩐지 이 책에 등장하는 ‘전사엄마-아이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한탄하는 대신 벽을 깨부수고 장애물을 넘고 나아가는 엄마’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책에서 제시한 문제는 인류의 면역체계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 즉, 인류가 고안한 시스템과 인류가 창궐한 환경, 인류가 제조한 제품들로부터 역으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아이러니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단지 자폐증 아이를 둔 피끓는 모정을 빌려서라도.  



   

 

 

 

 

 

 
<폐질환 사망자다 더 있다는 SBS 뉴스 보도 (2011.5.12)>

  다시금 인류는 언제 어떻게 생성된 독소에 노출될지 모르는 삶을 바보처럼 아니 똑똑한 사람처럼 철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식이요법이나 제독요법의 방법적 문제보다는 일단 자라나서 유포되는 독소자체를 시인하고 그것을 문제시하려는 정직한 태도가 절실할 때이다. 아토피나 자폐증은 문제를 문제시 하지 않은데서 파생된 형벌일 것이다. 그들이 병적으로 연인관계가 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불행히도 우리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세상의 불합리가 주는 교훈은 깨닫지 않아도 될 가르침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에세이로서 차별화되는 점은 특이하게도 번역자의 목소리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전혀 번역된 어색함이나 용어에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고 감정적 호소에는 저자의 목소리가 유독 진하고 강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옮긴이의 글을 보니 번역하신 분도 자폐증 아이가 있어 완전한 공감이 가능했던 것 같다. 원작자와 번역자,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부모님, 그리고 자폐증 아이를 둔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제니가 끈질기게 호소하는 ‘믿음의 힘’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다. 아니 우리들은 이들이 전하는 ‘믿음의 힘’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어여쁜 카나리아를 탄광속에 보내는 무정한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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